[뉴스포스트=김경배 국장] 왕변태, 고추양, 방귀남, 성병, 백김치, 임신중, 석을년, 조진년, 변기통, 김치국, 자위왕, 경운기, 피바다, 하지만, 고양이, 박시개, 지애미, 허달려, 손가락, 조까치, 송아지, 김개년, 간강자, 엄어나, 권태기…….
이 단어들은 개별적으로 나열해 보면 공통점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굳이 그 공통점을 찾자면 우리 주변에 있는 누군가의 이름이라는 것이다. 최근 개명이 쉬워져 다소 어색하거나 어감이 나쁜 이름을 새롭게 개명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어감이 좋지 않은 이름만 바꾸는 것은 아니다. 독립을 위해 일생을 바친 백범 김구 선생의 원래 이름은 김창수(金昌洙)였으며 안중근(安重根)의사의 이름은 안응칠(安應七)이었다. 삼성신화를 일군 창업주 고 이병철(李秉喆)회장의 원 이름은 이병길(李秉吉)이었으며 정일권(丁一權) 전 국무총리는 정일진(丁一鎭)이었다.
뿐이랴. 이명박(李明博) 전 대통령의 본래 이름도 이상정(李相정)이었는데 개명하게 된 동기가 모친이 태몽을 꿀 때에 치마폭 보름달에 눈이 밝았다고 해서 <밝을 명(明)>과 <넓을 박(博)>으로 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창씨개명한 그의 진짜 이름이 스키야마 아키히로라는 것은 이제 어느 정도 다 알려진 사실이다.

최태민 일가의 경우 좀 특이한데 최태민은 최도원(崔道源), 최상훈(崔尙勳), 최퇴운(崔退雲), 공해남(孔亥南) 등의 이름을 사용하였으며, 1977년 3월 9일부터 최태민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의 딸 최순실은 유아기때 최필녀였다가 이후 최순실로, 그리고 2014년 이혼 이후 최서원으로 개명했으며 그의 딸인 정유라는 원래 정유연이고 언니 최순득의 딸인 장시호의 원 이름은 장유진이었다.

개명은 고려나 조선시대에도 있어왔는데 고려시대 왕 33명 중 16명이 이름을 바꿨다고 하며 무신정권 시대의 대표 인물인 최충헌의 최초 이름은 최란(崔鸞)이며 고려 말 충절의 상징인 정몽주도 원래 이름은 몽란(夢蘭)이었다가 몽룡(夢龍)으로 그 후 다시 몽주로 바꿨다고 한다.
조선시대의 경우 휘(諱, 본명) 이외에 자(字)나 호(號)를 많이 썼기 때문에 이름에 대한 집착이 현재보다 덜 했다 한다.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법원에 접수된 개명 신청건수는 15만7천여 건으로 평균 5만여건에 불과하던 개명 신청건수가 2005년 개명절차가 간소화 되면서 2~3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명통과율도 계속 높아져 1990년대 70%에 불과하던 통과율은 2010년 이후 94~96%까지 올라갔다.
개명의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취업, 결혼 등 현실에 대한 불만족이 가장 많고 구시대적 이름이거나 부정적 발음·불편한 어감, 이름에 잘 안 쓰는 한자, 사용상 이름과 호적상 이름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개명한 이름중 2010년대 가장 인기 있는 이름은 남자의 경우 ‘민준’, 여자의 경우 ‘서연’이었다고 한다. 시기별 대표적 이름으로는 1940년대 영수·영자, 1950년대 영수·영숙, 1960년대 영수·미숙, 1970년대 정훈·은주, 1980년대 지훈·지혜, 1990년대는 지훈·유진이었다 한다.

우리나라 대표 정당들 역시 개명을 밥 먹듯 했다. 새누리당의 경우 창당할 당시에는 신한국당이었는데 이후 한나라당을 거쳐 새누리당으로 바꾸었으며 더불어민주당은 새정치민주연합이었다가 이후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꿨다.
정당이 이름을 바꾸는 경우는 무언가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기 위해서이다. 신한국당은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민주계가 3당 합당으로 집권당이 된 민자당을 5·6공 잔재청산을 명분으로 당명을 바꾸어 재창단한 것이다.

하지만 신한국당은 김영삼정부 말 대선을 앞두고 당시 대선후보였던 이회창 총재 아들의 병역비리와 IMF 외환위기 등으로 또다시 위기를 맞게 되고 이러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대선을 한 달 앞둔 1997년 11월 한나라당으로 개명하게 된다.
한나라당은 14년간 그 이름을 유지했으나 지난 2011년 10·26 재보궐 선거 참패, 2012년 총선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 등 악재에 시달리자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2012년 2월 13일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변경하고 오늘에 이르게 된다.

그런 새누리당이란 이름이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새누리당이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개명키로 한 것이다. 우리나라 정당사를 살펴보면 항상 위기국면에서는 당연하다는 듯이 당명변경을 통해 난국을 돌파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당명변경이 처절한 자기혁신이나 개혁 없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 놀랍게도 대부분 완벽한 변신에 성공한다. 최순실게이트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책임이 있는 새누리당이지만 거기에 따른 인적청산이나 자기혁신이 이루어졌을까.

새누리당이 개명을 통해 또다시 새로운 변신에 성공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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