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검토본과 최종본 비교, 실제 오류는 1072건

연구학교 신청기간 늘려도 신청 학교 없어

부실심사에 비해 심의비용은 어마어마

추가 의견 수렴까지, 국정교과서 폐기 촉구

 

[뉴스포스트=우승민 기자] 교육부의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이 공개됐음에도 불구하고 잇따라 발견되는 오류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단순오류부터 친일 반민족 행위의 구체적인 제시 등 학계가 지적한 내용까지 크게 수정 보완했다는 교육부의 주장과는 반대로 오류는 계속 발견됐다. 이에 교육부는 의견·수렴 기간을 10월까지 늘리고, 연구학교신청 기간을 5일 연장했다. 하지만 국정 역사교과서를 사용하겠다고 지원하는 학교는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오류투성이인 국정 역사교과서를 만든 심의 위원들에게 지불한 금액이 과하다는 논란과 함께 국정 교과서를 폐기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류투성이 국정교과서 수정 건수 발표도 오류

지난달 31일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을 공개했으나 수없이 많은 기초적인 오류들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부실교과서라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 3일 역사교육연대회의가 공개한 ‘고등 한국사 국정교과서 최종본의 문제점’ 자료에 따르면 고등학교 한국사만 분석했는데도 653개의 오류가 발견됐다. 연대회의가 찾아낸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기술 오류는 195건의 사실 오류를 비롯해 ▲부적절한 서술 328건 ▲편향적 기술 113건 ▲비문 17건 등 총 653건이다.

오류를 수정했다면서 내놓은 고등학교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 ‘한국사’에서 653개의 오류가 무더기로 발견됐지만 “오류가 있으면 고쳐서 보급하면 된다”며 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와 함께 교육부는 지난달 31일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을 공개할 때 오류 수정 건수를 일부러 축소해 발표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장검토본에서 760건의 수정사항을 반영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1072건을 고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7일 민족문제연구소는 “교육부 국사편찬위원회 국정교과서 최종본에서 무려 312곳을 몰래 수정하고도 고의로 이를 집계에서 누락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단순한 띄어쓰기나 오·탈자 수정뿐 아니라 문장의 주어를 바꾸거나 아예 문장 표현을 바꾼 사례도 있다”며 “소제목의 제목을 바꾸거나 사실관계 서술을 바꾸고도 수정대조표에서 뺐다”고 밝혔다.

또한 서술을 바꾸고도 수정 사실을 알리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로 고교 한국사 교과서 288쪽 ‘북핵 위기와 북한의 대남도발’을 다룬 부분을 꼽았다. 연구소는 이 부분이 현장검토본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북한이 세 차례 침범해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썼으나 최종본에서는 “북한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함으로써 세 차례에 걸쳐 남북간 교전을 야기했고,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했다”로 몰래 수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1990년대 이후 북한이 세 차례 북방한계선을 침범했다고 쓴 현장검토본은 명백한 오류”라며 “공군비행기와 해군경비정 등으로 북방한계선 안쪽으로 들어온 것은 여러 차례가 더 있다”고 지적했다.

장면내각 수립에 대한 사진설명도 고쳤으나 수정사항에는 반영하지 않았고 이산가족 상봉의 기회를 얻은 사람의 수도 5만 명에서 2만3000명으로 고쳤다. ‘새마을 운동의 전개’라는 소제목은 ‘새마을 운동과 산림녹화 사업’으로 수정됐다.

연구소는 “이런 상황에서도 교육부는 연구학교 지정을 강행하고 일부 교장과 사립학교 재단들이 여기에 호응해 국정교과서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며 “국정교과서로 가르칠 연구학교로 지정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해당 학교의 학생과 교사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류가 계속 지적되면서 현재까지 연구학교를 신청한 학교는 아직 없다. 이에 교육부는 연구학교 신청기한을 5일 연장하면서 일선 학교들을 압박할 시간을 벌어 억지로 연구학교를 지정하려고 ‘꼼수’를 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기간연장에도 불구하고 신청학교가 없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정 역사교과서의 ‘우편향’에 대한 여론이 워낙 좋지 않은데다 사실관계 등의 오류가 무더기로 발견되고, 수능시험 출제 여부도 아직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또 연구학교 신청을 하려면 학운위의 심의나 자문을 거쳐야 하는데 이 안건으로 학운위를 열 계획인 학교도 파악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현재까지 연구학교에는 교원 승진 가산점과 1000만원의 예산 지원을 내걸었는데도 불구하고 신청 학교가 없는 것으로 보아 마감시한까지도 신청학교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뉴시스)

일인당 1회 심의 비용 95만원, 부실심사 논란

국정 역사교과서를 최종 검토한 편찬심의위원들은 1회 심사비용으로 95만원을 받는 등 총 5465만원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5일 더불어민주당 역사교과서국정화저지특별위원회가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편찬심의회 수당 지급 내역’에 따르면 16명의 심의위원들은 2015년 12월 2차례의 편찬기준 심의와 2016년 7월부터 4차례의 교과용도서 심의 수당으로 1인당 400만원 안팎의 심의수당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결과 이택휘 전 서울교대 총장(위원장), 허동현 경희대 교수 등 6명이 430만원으로 가장 많은 수당을 받았다. 이어 강규형 명지대 교수,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은 415만원을 받았다. 심의위원 5명은 중도 사퇴 이후 수당 지급이 중단됐다.

수당 금액은 출석심의 비용과 서면심의 비용으로 나눠서 지급됐다. 출석심의는 회당 15만원이었다. 서면심의는 중학교 <역사>는 1·2권을 합쳐 45만원, 고등학교 <한국사>는 35만원이 지급됐다. 대부분 심의위원들이 심의 한 회차당 95만원을 받은 셈이다.

교과용도서(교과서) 심의는 1차 서면심의(2016년 7월11~24일)와 출석심의(2016년 7월29일)를 시작으로 4차례 이뤄졌다. 마지막 4차 심의는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의견 수렴(지난해 12월23일까지)을 마치고 올해 1월 5~14일 서면심의를 벌인 뒤 지난 15일 최종 출석심의를 했다.

또한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 의견수렴을 마치고 교과서 편찬심의를 했음에도 제기된 의견들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역사교육연대회의가 지난 3일 발표한 분석결과에 따르면 중학교 <역사>를 제외하고, 고등학교 <한국사>에서만 오류가 653개 발견되면서 부실 심사 논란이 커졌다.

오류는 고대사부터 현대사까지 다양했으며, 폐기된 학설을 쓰거나 명칭, 날짜를 틀리는 등 기초적인 사실 오류도 많았다. 항일운동 관련 틀린 내용을 담거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화하고 왜곡한 사례도 나왔다.

또한 앞서 국정 연구교과서 집필진 공개 이후에도 집필자들이 ‘연구비’ 명목으로 1인당 최대 3657만 4020원을 받기로 계약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고교 한국사 집필진은 한 쪽당 126만원이 넘는 돈을 받은 경우가 있었으며, 중학교 집필진의 경우 한 쪽당 최대 243만8268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교과서의 품질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집필료가 지급됐다는 비판과 함께 교육부가 거센 비판여론을 감수한 데 따른 ‘위험수당’을 지급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한상권 교수는 “일반적으로 받아야 하는 금액은 10~30만 원 정도이다. 하지만 1회 심의 비용으로 95만원을 받았다는 것은 교육부가 돈을 너무 많이 준거다”며 “교과서를 사람들이 쓰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돈으로 사람을 불러 모은 것이다. 이건 예산낭비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규정에 따라 심의비용을 책정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조한경 전국역사교사모임 교과서연구팀장은 “적지 않은 심의 수당을 국고에서 지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류와 편향으로 가득찬 교과서를 국민 앞에 내놓았다는 것은 심의위원 선정과 심의 과정이 제대로 운영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사진=뉴시스)

타당한 의견만 수렴, 국정교과서의 미래는?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 오류 지적이 잇따르자 오는 10월31일까지 추가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내년 새 학기부터 정식으로 전국 중·고교에 적용할 국정교과서에 반영하기로 했다.

지난 6일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의견을 접수하지만 타당하고 명확한 지적이 있을 경우, 해당 내용을 최대한 수용해 국정교과서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정교과서 개발을 맡은 교육부 산하 국사편찬위원회(국편)는 모인 의견을 검토해 11월부터 교과서 수정 절차에 들어가 내년 1월 말께 수정된 내용의 국정교과서를 발행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이미 지난해 11월28일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한 뒤 12월 한 달 동안 의견수렴 절차를 거쳤다. 지난달 31일 최종본을 발표하면서도 “제출된 의견을 검토한 뒤 오류 등 760건을 수정·보완해 교과서 완성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종본 공개 뒤에도 도산 안창호가 대한인국민회 초대회장으로 잘못 기술된 사실과 성호 이익의 영정이 종손 영정으로 확인되는 등 수많은 오류가 잇따라 밝혀지면서 ‘부실 교과서’ 논란이 확산됐다.

이에 교육부가 10월 31일까지 추가로 의견 수렴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명확한 지적이 있을 경우에만 의견을 수용하겠다고 밝히며 모호한 기준을 제시, 비난을 받고 있다.

한상권 덕성여대 교수(사학·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상임대표)는 <뉴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교육부는 31일까지 연장을 하면서 의견을 수렴 받을 것이 아니라 잘못됐으면 폐기시켜야한다”며 “이는 교육부의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난했다.

또한 교육부가 10월 31일까지 추가 의견 수렴을 받고 난 이후는 어떻게 될지도 관심이 집중된다.

국정교과서에 대한 높은 반대 여론으로 인해 사실상 해당 교과서를 희망하는 학교가 없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정 역사교과서의 폐기를 위한 절차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국정교과서에 대한 반대 여론도 압도적이다. 역사학계와 교육계를 비롯해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 국정 교과서 반대를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새누리당의 반대로 안건조정위원회에 상정돼 있는 ‘역사교과용도서의 다양한 보장에 관한 특별법안’(국정교과서 금지법)은 내년 2월 23일 안건조정 절차가 풀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국정화 자체가 자동 폐기된다.

한상권 숙명여대 교수는 “국정교과서는 폐기 수준으로 갈 거 같다”며 “연구학교 신청건수도 없으며 국민 여론 반대도 70%가 넘어가고 있다”고 국정교과서에 대한 입장을 드러냈다.

이어 “국정교과서는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며, 이제 폐기 날짜만 남겨둔 상황이나 다름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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