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식품업계 트렌드 변화

‘1인가구·혼밥족’ 증가에 따른 간편식 시장 활성화

편의점 도시락의 새로운 변신 ‘프리미엄 도시락’

‘가성비 이상의 가치 추구 증가’에 콜라보 활발

가격 경쟁력·다양한 맛 앞세운 수입 농축수산물↑

 

식품시장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가구 구성원이 1인 중심으로 변모하고 융합이 강조되는 사회 트렌드가 대세로 자리를 잡은 것은 물론 더 이상 국산품만을 강조하는 과거식 상품 판매 전략이 소비자들의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 그로 인해 업계에서는 간편식 시장이 해가 다르게 그 시장규모를 키워가고 있는 중이며, 업종별 콜라보가 일상이 되고 있다. 아울러 수입산 식용품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의 선호도 상승과 함께 판매량이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불황·혼밥족이 키운 ‘간편식 시장’

맞벌이 부부와 1인 가구 증가 등의 영향으로 국내 간편식 시장 규모가 지난 5년 사이 크게 성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가공식품 시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간편식 시장 규모는 1조6720억원으로 지난 2011년 1조1067억원과 비교해 51.1%나 성장했다.

‘혼밥족’의 증가로 편의점 간편식 시장이 눈에 띄게 성장했으며, 씻거나 껍질을 깎지 않아도 되는 간편 과일 등 새로운 형태의 간편식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는 중이다.

(사진=뉴시스)

간편식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도시락의 경우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와 간편함을 선호하는 경향이 확산되며 찾는 이들이 많아진 경우다. 편의점 도시락 시장 규모는 2015년 1329억원으로, 최근 3년간 70.4%나 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즉석조리식품도 5년 새 시장 규모가 53.2% 커지며 전체 간편식 시장을 확대시켰다. 특히 식품 가공·포장, 보관 기술이 발달하면서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카레·짜장 등 전통적인 품목에서 각종 탕·국·찌개류를 비롯해 수프류, 미트류 등 메뉴가 다양화됐다.

신선 편의식품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채소나 과일을 씻거나 다듬는 번거로움이 없고, 소용량으로 구매하기에 낭비를 막을 수 있는 이점 때문에 신선 편의식품을 찾는 소비자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인 것.

특히 시장 형성 초기 단순 세척된 샐러드류 제품이 주목을 받은 반면 최근에는 견과류나 치즈, 닭가슴살 등 구성 재료가 다양해지면서, 출하규모가 2015년 기준 959억원으로 5년 새 59.1% 증가했다.

간편식 시장이 저성장의 늪에 빠진 식품업계의 새로운 돌파구로 떠오르며, 업계 경쟁 또한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간편식의 대표주자 격인 CJ제일제당은 떡볶이와 만두 등 간식류와 죽·밥류 등을 주력제품으로 밀려 매출 증가를 일으켰다. 특히 지난해 매출 1600억원을 기록한 비비고 왕교자는 냉동만두 전체 성장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그리고 이는 CJ제일제당의 매출과 비비고 브랜드 인지도 상승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롯데푸드는 롯데중앙연구소, 롯데마트와 함께 PB브랜드인 ‘요리하다’와 ‘쉐푸드’를 개발, CJ제일제당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특히 경기도 평택에 가정간편식 전용 공장을 준공하는 등 간편식 사업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선 모습이다. 약 6500평 규모인 평택공장에는 면, 김밥, 샌드위치, 햄버거, 샐러드 등 간편식 생산 설비들이 들어서고, 냉장 상태로 식품을 배송할 수 있는 저온 센터도 운영할 예정이다.

‘3분 카레’로 유명한 오뚜기 역시 간편식 시장에서 강세를 꾸준히 유지해 가고 있다. 즉석밥 부문은 고속성장을 거듭한 끝에 지난해 시장 2위로 올라섰고, 레트로트 분야에서는 ‘세트밥’ 등 20여종에 달하는 신제품을 내놓았다.

(사진=뉴시스)

1인 가구를 위한 간편식 시장이 커지고 종류도 다양해졌지만 일부 혼밥족들의 경우 최근 보여지는 시장 변화에 적잖은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시장 확대 속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제품 구성에도 불구, 프리미엄이 붙은 제품들이 잇따라 출시되며 싼 가격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었던 가성비 좋은 제품들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처음 편의점 도시락이 시중에 나왔을 때 평균 가격대는 2000원대였다. 그러나 현재는 품질 향상이란 이유로 평균 3500~4000원대 제품이 편의점 도시락 매대를 가득 채우고 있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개당 5000원을 넘어 1만원대에 달하는 고가 도시락까지 등장했다.

주머니 사장이 여의치 않던 학생과 청년층에서 환영받던 가성비란 편의점 도시락의 장점이 점점 퇴색되어 가는 모습인 것. 이에 관련 업계에서는 도시락 가격에 대한 저항선이 높지 않도록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식품업계 ‘이색 콜라보’ 눈길

최근 식품업계를 거론한데 있어 빠질 수 없는 트렌드 중 하나가 업태 간 전략적 제휴다. 소비 심리를 되살리기 위해 동종 업계와의 협업은 물론 유통업체와도 손을 맞잡는 등 각각의 장점을 살려 다양하고 차별화된 맛을 통해 경쟁력 확보에 나선 것.

특히 식품회사의 스테디셀러 상품을 접목한 편의점 상품들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고, 관련된 신상품도 계속 출시되고 있는 중이다.

BGF리테일의 편의점 CU에서는 매일유업과 손잡고 요거트 담은 도시락을 선보였다. 요거트 담은 도시락은 CU의 ‘허니&숯불치킨이닭’ 도시락과 매일유업의 ‘매일 바이오 플레인 요거트’를 하나로 묶은 제품이다. 인기 트렌드인 매운맛과 단맛의 컨셉을 살린 도시락에 요거트까지 디저트로 즐기도록 한 것이다.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을 분석해 동반구매가 높은 인기 디저트를 함께 담은 것이 특징이다.

CU는 김치 브랜드 종가집과 함께 개발한 ‘종가집 김치찌개라면’도 선보였다. 해당 제품은 기존 제품의 동결 건조 스프가 아닌 김치 원물을 넣은 프리미엄 라면으로, 출시 초기 대비 올해 1월 매출이 32.8%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CJ제일제당에서 유통·판매하는 통조림 햄의 상징 스팸이 올려져 있는 ‘CU 스팸밥바’ 역시 2014년 출시 이후 약 1000만개가 판매됐다. 이 제품은 삼각김밥으로 대표됐던 편의점 주먹밥 카테고리에서 프리미엄 주먹밥 ‘밥바’(원물 그대로를 밥 위로 올린 주먹밥)의 비중을 30% 이상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븐일레븐의 경우 동원참치를 활용해 선보인 이색 콜라보 상품들을 눈길을 끌고 있다. 작년 3월 선보인 ‘PB동원참치라면’은 출시 전부터 소비자들의 커다란 관심을 받았고, 지난해 9월 출시한 동원참치삼각김밥 또한 삼각김밥 판매 순위 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참치를 활용한 동원참치버거까지 선보였다.

또한 세븐일레븐은 롯데파스퇴르, 롯데제과와 협력해 ‘롯데요구르트 젤리’를 시장에 내놨는데, 판매 첫주 만에 30만개가 팔렸으며 2개월 만에 200만개 판매고를 달성했다.

GS25에서는 지난해 9월 스낵 꼬깔콘과 아이스크림 수박바의 맛과 모양을 젤리로 구현한 꼬깔콘젤리와 수박바젤리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앞서 8월에는 스윙칩과 손잡고 스윙칩오모리김치찌개맛을 선보인바 있다.

특정 기념일을 맞이해 시도되는 이색 콜라보도 늘고 있다.

파스쿠찌의 경우 밸런타이데이을 맞아 키세스 초콜릿과 손잡았다. 허쉬 초코시럽을 활용한 베이스에 미니 키세스칩을 올려 달콤한 맛을 더한 ‘미니 키세스 핫초코’와 초코칩이 어우러진 레드벨벳 케이크에 키세스 장식으로 멋을 더한 시즌 한정 제품 ‘키세스 레드벨벳’을 선보인 것.

베스킨라빈스도 키세스와 협업을 통해 ‘두근두근 키세스’와 ‘키스미 키세스 믹스 앤 쉐이크’를 선보였다. ‘두근두근 키세스’는 날개 달린 키세스 초콜릿이 구름 위를 날아다니는 모습으로 설레는 마음을 표현했고, ‘키스미 키세스 믹스 앤 쉐이크’는 ‘키스미 키세스’를 부드러운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함께 블렌딩 한 프리미엄 쉐이크다.

언 듯 보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나뚜루와 스와로브스키도 만났다. 나뚜루팝은 기념일 시즌에 맞춰 오는 3일부터 28일까지 ‘퓨어 스와로브스키®크리스탈 목걸이’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이번 프로모션은 러브케익 1종과 크리스탈 목걸이로 구성된 ‘주얼리 팩1’과 나뚜루팝 아이스크림 6가지 맛을 즐길 수 있는 프렌즈컵, 크리스탈 목걸이로 구성된 ‘주얼리 팩2’, 나뚜루팝 모든 제품 구매 시 크리스탈 목걸이를 구매할 수 있는 ‘주얼리 팩3’ 총 3가지이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업태간 전략적 제휴가 확대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선 ‘가성비 이상의 가치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내 먹거리 절반 이상은 ‘수입품’

식품업계에서 또 하나 주목해 볼 부분은 가격 경쟁력과 다양한 맛 등을 앞세운 수입 농축수산물과 가공식품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국내에서 유통되는 곡물류, 소고기, 수산물의 절반 이상은 수입품이며, 품목에 따라서는 80% 이상 수입품이 점령해 국산을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aT 발표 자료 등에 따르면 사료용을 제외한 곡물의 자급률(국내 소비량 대비 국내 생산량)은 지난해 48.4%를 기록했다. 2000년 55.6%와 비교했을 때 6년 사이 7%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특히 사료용 곡물은 97% 이상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 사료용까지 포함한 우리나라의 전체 곡물 자급률은 24%(2015년 기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축산 분야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우 쇠고기는 공급 감소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는 반면, 지난해 호주·미국산 등 해외 쇠고기 수입량은 2015년보다 21%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이마트에서 지난해 쇠고기 매출에서 수입품(미국·호주산)의 비중은 54.8%로 한우(45.2%)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만 해도 한우가 차지하는 비중은 59% 수준이었다.

돼지고기의 경우 아직 국산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과 스페인 돼지고기 매출이 빠르게 늘어 매출 비중이 2014년 1.8%에서 지난해 4.6%로 뛰면서 지난해 매출 증가율이 국산 돼지고기보다 앞질렀다.

채소류인 당근도 2000년 93%에 이르던 자급률이 지난해 45%까지 추락했다. 같은 기간 중국산 등 당근 수입량이 1만1t에서 11만t으로 10배 이상 급증한 탓이다.

수산물도 시장의 거의 절반이 중국 등 외국산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작년 수산물 매출 가운데 수입품의 비중은 49%로 집계됐다. 2010년 20%에 불과했던 시장 점유율이 6년 만에 2.5배까지 급증한 것. 특히 주꾸미의 경우 이마트(91%)와 롯데마트(80.5%)에서 모두 80~90%가 수입품이었고, 갈치(롯데마트 24%)와 고등어(롯데마트 35.1%)도 4분의1~3분의1이 외국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맥주, 과자, 소스·양념류 매출에서 수입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20~40%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보다 싼 가격에다 해외 생활 경험자 증가와 더불어 수입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가 늘었다”며 “불황 속 소비자에게 부담 없는 가격에 국산을 대체할 수 있는 먹을거리를 공급한다는 이점이 있으나, 국내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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