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중국 사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신 회장이 글로벌 경영을 주창하며 약 3조원을 들여 야심차게 추진 중인 중국판 롯데월드 공사가 중단된데다 롯데마트 판매 사업에도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한층 더 강화된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해 롯데의 중국 사업이 발목을 잡히는 게 아니냐고 우려했다. 특히 중국 사업의 경우 신 회장이 친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별화를 꾀하고 신격호 총괄회장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적 카드였다. 그러나 중국 진출 사업이 현지화에 실패하고 사드 보복에 대한 역풍까지 맞으면서 '중국 사업 전면 재검토'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중국 롯데월드 선양 단지 조감도 (사진=롯데그룹 제공)

'신동빈 야심' 3조원 롯데월드 '발목'

롯데가 중국 선양(瀋陽)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규모 공사가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중국 동북부의 선양에서 조성중인 '선양 롯데타운 프로젝트' 중 롯데월드(테마파크) 공사 일부가 중국 소방점검 결과에 따라 작년 12월 말 공사 중단 조치를 받았다. 

'선양 롯데타운 프로젝트'는 테마파크를 비롯해 쇼핑몰, 호텔, 오피스, 주거단지 등이 어우러져 롯데의 관광 노하우가 총 집결된 연면적 150만m²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다. 지난 2014년 백화점을 시작해 영플라자, 영화관 등이 우선 오픈해 영업중이며, 롯데캐슬 전체 2개 동 중 1개동 공사가 완료돼 1차 분양을 마치고 입주중이고 나머지 1개동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완공 목표 시점은 2018년이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말 선양의 롯데제과 생산공장 위생점검, 롯데알미늄 세무조사, 베이징 롯데마트, 슈퍼마켓 등에 대한 중국 당국의 점검이 있었을 때 롯데월드 소방 문제에 대한 지적이 있어 현재 공사가 중단 상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선양 지역은 겨울철 기온이 영하 30~40도까지 내려가 어차피 공사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실효성 있는 조치는 아닌 것 같다"며 "미비점을 보완해 3, 4월부터는 공사를 재개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완공에 큰 차질이 없다는 것을 강조한 부분이다.

하지만 사드와 관련된 보복성 조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엔 "아무래도 (사드의) 영향이 없었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사드배치 문제로 인해 이번 프로젝트가 완전히 무산될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는 부정했다. 중국 당국에서 지적한 사안들을 개선하면 공사는 재개될 것이라는게 롯데그룹의 설명이다.

또 다른 사드보복에 의심 징후도 감지됐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의류 품질 불합격 명단에 베이징 롯데마트슈퍼 제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것.

중국 베이징공상국(공상행정관리국)은 의류 품질 불합격 명단 37곳을 발표했다. 이번 명단에는 베이징 롯데마트가 운영하는 롯데마트슈퍼 공이서교점, 충원먼 분점에서 판매되는 제품 4개가 포함됐다.

더욱이 적발된 37개 제품 가운데 의류 제조업체가 아닌 판매처 이름이 명시된 곳은 롯데마트슈퍼 뿐인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공상국은 상품 사용 설명과 섬유함량 부족을 문제 삼았다.

이런 가운데 롯데가 중국 베이징(北京) 인근 롯데슈퍼 매장 일부를 폐쇄하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사드 보복에 따른 중국 사업 전면 재검토'설을 일축하고 경영상 구조조정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중국 외교 당국이 랴오닝성 선양 롯데월드 공사 중단 조치가 한반도 사드 배치와 관련됐을 것이라는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8일 중국 외교부 루캉(陸慷)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구체적인 상황은 모르지만 중국 정부는 원칙적으로 외국 기업이 중국에 투자하는 것을 환영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외국 기업의 중국내 경영은 반드시 합법적이어야 한다"며 "사드 문제와 관련해서 중국의 반대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못 박았다.

 

(사진=뉴시스)

"가뜩이나 부진한데..." 깊어지는 신동빈 회장 고민

롯데그룹의 중국 사업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앞서 중국 정부는 롯데제과, 롯데케미칼,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 중국 내 150여 개 롯데 계열사 생산공장과 유통매장에 대한 '고강도 점검'에 들어갔다. 이번 선양 롯데월드 공사 중단 조치와 롯데마트 제품 품질 불합격 판정도 사드 보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롯데그룹은 총 22개 계열사가 포진한 중국 사업 최대위기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1994년 이후 22년간 롯데가 중국에 투자한 금액은 10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롯데는 선양시에 롯데그룹 7개 계열사가 참여해 쇼핑몰과 백화점,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롯데월드 선양 프로젝트'에 3조원을 투자하는 등 22개 계열사별로 투자 규모를 넓혀 갔다.

롯데그룹의 중국 매출액은 3조2000억원 수준으로 그룹 전체 85조원에 비해 3.8% 수준이다. 영업적자가 연간 3000억원을 넘지만 롯데그룹 입장에서도 아시아의 중심인 중국 시장을 놓칠 수 없는 노릇이다.

특히 중국 사업은 경영권 분쟁에서 신 회장의 대척점에 선 친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동빈 경영실패'의 대표적 사례로 공세를 가한 아킬레스건이다. 신 회장은 신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별화를 꾀하고, 아버지 신격호 그룹 총괄회장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국사업을 공략했다. 그러나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잘못된 입지 선정으로 현지화에 실패하면서 역풍을 맞고있다.

롯데그룹의 중국사업 부진은 롯데가의 '형제의 난'을 촉발한 원인이기도 하다.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중국에서 2011~2014년 총 1조151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자 신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 주도로 진출한 중국에서 1조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다'며 몰아 붙였다. 이는 2015년 7월 유명한 '손가락 해임' 사건을 불러왔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중국 사업을 진두지휘한 신 회장을 비롯해 롯데홀딩스 이사들을 손가락으로 찍으며 모두 해임했다.

신 회장으로선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중국 사업이 실적 반등은커녕 더욱 악화한 가운데 최근 사드라는 악재까지 맞으면서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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