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인 충남문학관 관장 / 작가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재인] 지난해 봄에 중견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친우가 산에서 얻은 것이라면서 산삼 한 뿌리를 필자에게 선물했다. 고맙게 받아 아내한테 다시 선물했다. 옛날 같으면 마을이 술렁일 만큼 화제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농촌에서 산양삼(삼(蔘)의 씨나 묘삼을 산에 심어 자연생태로 재배한 인삼)을 대량 생산 공급하기 때문에 희소가치가 많이 희석됐다. 하지만 사람의 신분과 계급 계층을 떠나 산삼의 효험이나 가치는 아직도 살아 있는 게 아닌가싶다. 산삼을 구하기도 힘들고 일반 인삼에 비해 신선이 먹는 약, 즉 신약이라는 전통적 트레이드마크 때문이 아닐까?
 
산삼은 나이와 품질과 모양에 따라 가격도 많은 편차를 보인다. 그러니까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산삼은 대체로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천종삼과 지종삼이 그것이다. 천종삼은 심산유곡에서 자연 발아한 천연삼이다. 지종삼이란 인삼 씨를 새나 기타 동물이 섭취하여 그 배설물에서 태어난 것을 말한다.
지종삼이라도 인삼 씨앗이 싹이 터 자랄 수 있는 생태 환경과 입지 조건이 맞아야만 하기 때문에 희귀한 것이다. 약효는 물론 성분 함량이 높아 이른바 무공해 토양에서 자란 귀물이다. 그래서 장뇌삼이나 인삼에 비해 월등히 높은 값에 거래가 형성된다.
나는 작년에 산속에 장뇌삼 1000주가량 심었다. 인삼 껍질을 벗겨내고 싹을 틔어 그 종묘를 반그늘 소나무 숲에 재배했다. 금년 봄에는 요놈들이 저마다 머리를 바짝 쳐들고 봄바람에 살랑살랑 춤추는 모습을 눈앞에 그리고 있다.

필자가 장뇌삼을 재배한 까닭은 나 홀로 먹고 장수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나 같은 글쟁이나 책상에 늘 붙어 있는 언론인 그리고 연구자들에게 보급하고자 하는 증정용이다.
또 하나는 내가 무료로 운영하는 문학관 관람객에게 추첨으로 주기 위한 이벤트용이다. 이런 정도의 고객 유치는 신문이나 잡지 한구석의 화제로 훈훈한 사람냄새 풍기는 묘안의 하나이다.

어디 그 뿐인가? 봄이 오면 선물할 약선 식물이 모두가 머리를 처들고 나를 향한 미소도 곧 있을 것 같아 마음 한켠이 든든해진다. 생오가피 두릅 고사리 명이나물 등 옆으로 고개를 돌리면 보약으로 선정된 약재가 지천이다.
이런 약재는 임자가 따로 없다. 보고 취하는 이가 주인이다. 그러니 봄의 농촌 방문은 보물섬의 기행이 아닐까? 어허, 어젯밤 꿈길에서 보았던 것들이 줄줄 하다. 천마 더덕 우슬 도라지 달래가 지천이다.
 
지금 농촌은 여러 가지로 힘들어 한다. 이럴 때 농촌을 찾아 ‘나물캐기’와 같은 체험마당을 해보는 것도 어쩌면 농촌에 활력소를 불어넣는 계기가 아닐까 한다. 이제 봄은 오고 있다. 벌써부터 개울가 얼음 밑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제법이다. 이제 미나리 씀바귀, 돌나물이 돋아나는지 몸이 근질근질하다.

사람들은 도시에만 보물이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자세히 귀를 기울이고 묵상하면 더 귀한 보물이 농촌에 있다. 필자세대는 먹을 것이 충분치 않아 나물먹고 물 마시는 그런 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농촌 경제를 이루었다.
 
지금 정부는 농촌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한 방편중 하나로 심도 있는 연구와 항구성 있는 정책, 부가가치 있는 특수작물의 재배를 권장하면 농촌으로 인구가 점차 유입되는 결과도 있으리라.
 
산삼 ,그것은 심으면 되고 관심과 사랑으로 바라만 봐도 신령한 효험으로 다가온다. 새봄에는 산양삼 천뿌리 심고 대처 문인들 불러들일까 한다.

"농촌 그 땅에 신은 치유의 약초밭을 만들었다"는 전원 소설가 오영수 선생의 말이 생각난다.

이재인
소설가
전 경기대교수
충남문학관 관장
한국문인인장박물관장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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