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애경그룹의 ‘사위그룹’인 제주항공이 잇단 구설수에 휘말렸다. 방사능 오염 지역인 후쿠시마 노선에 대한 승무원 강제 투입 논란에 이어 제주콜센터 폐쇄 움직임을 놓고는 협약위반 이라는 주장까지 일고 있다. 올해로 창립 12년을 맞이하는 제주항공은 연간 20% 이상 고성장을 기록하는 등 저비용항공(LCC)업계 1위를 꿰차며 그룹의 신성장동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하지만 방사능 지역 노선 신설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고조되는 데다 직원 탄압 논란까지 일며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제주항공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맏딸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의 남편인 안용찬 제주항공 대표(애경 부회장)가 2005년 설립 때부터 경영을 맡아 온 ‘사위 기업’이다. 그간 애경그룹과 제주항공이 단순히 마케팅 활동의 시너지를 넘어 상생해 온 만큼 이번 결정 역시 애경그룹과는 무관하지 않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특히 새로운 성장동력이 마땅치 않다는 평가를 받아온 애경그룹으로서는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제주항공의 잇단 잡음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사진=뉴시스)

후쿠시마 판도라 연다...'국민 안전 뒷전'

애경그룹 계열 제주항공이 오는 3월부터 후쿠시마 부정기 항로를 운항한다. 하지만 방사능 노출 문제를 우려한 승무원들이 탑승업무를 거부하고 있어 노사갈등 및 직원탄압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제주항공이 부정기편을 투입하려는 후쿠시마 지역은 지난 2011년 대지진으로 인한 원전사고로 방사성 물질이 대량 누출됐던 곳이다. 일본 정부가 피난지시를 해제한 지 3년여 지났지만 원전 부근 방사능 수치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일본 현지 주민들조차 복귀를 거부하고 있을 정도다.

외신 등에 따르면 13일 후쿠시마 원전에 시간당 1,000 시버트의 방사능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 된 로봇을 투입됐지만 2시간을 채 버티지 못하고 고장나버리기도 했다. 사람의 경우 530시버트 근처만 가더라도 즉시 사망에 이른다.

후쿠시마 항로는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1999년부터 2011년까지 정기편을 운항했다. 이후 2011년 3월 발생한 후쿠시마원전사태로 정기편 운항을 폐쇄하고 2013년까지 부정기편을 일부 운항했지만 원전 영향으로 수요가 급감해 더는 운항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오는 3월 18일과 20일 두 차례에 걸쳐 인천-후쿠시마를 왕복하는 전세기를 운항하기로 결정하고 최근 후쿠시마 부정기편에 탑승할 승무원들을 선발·통보했다.

이 과정에서 방사능 노출을 우려한 승무원들이 탑승을 꺼리자 제주항공을 설득작업에 나섰다. 해당지역의 방사능 수치가 언론의 우려와 달리 낮은 수준이닌 걱정하지 말라는 식이다.

승무원 설득에 성공하지 못한 제주항공은 급기야 선발 및 통보를 일방적으로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후쿠시마 부정기편 탑승업무를 배당받은 승무원들은 부정기편이 투입되는 내달 18일과 20일자에 휴가를 내는 등 집단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항로 운항이 한국을 찾는 일본 여행객 수요를 감안한 노선 배정이라는 점도 논란이다. 제주항공 측은 후쿠시마 지역 운항 이유에 대해 “한국발 수요가 아닌 일본 후쿠시마 현지 여행사 측 요청”이라고 설명했다. 방사능에 대한 위험성과 국민적 반감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회사 이익을 위해 내린 결정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대목이다.

후쿠시마 운항은 회사 경영을 위한 결정이라 쳐도 탑승을 거부하는 승무원들이 일방적으로 선발 투입하는 것은 직원들의 건강과 안전은 도외시한 ‘직원 탄압’이다. 영업이익을 올리기 위해 직원들의 건강과 안전은 도외시한 제주항공의 갑질이 불매운동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디.

한편 이와 관련 제주항공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후쿠시마행 탑승을 승무원들에게 일방적으로 강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탑승을 거부한다고 하더라고 업무상의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니다”라며 “동의를 얻은 직원에 한해 후쿠시마 운항을 운행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원희룡 지사-애경그룹 회장, 담판 가능성

제주항공의 제주예약콜센터가 서울 이전을 위해 결국 폐쇄 수순을 밟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민들의 반발은 물론 지역 상생을 외면한 처사라는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 특히 2005년 제주항공 출범 당시 제주특별자치도와 맺은 상호협약에 도민 채용 의무가 명시된 것으로 확인돼 협약의 위반 논란으로도 번지는 모양새다.

제주도의회는 "도민을 우롱한 처사"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하민철 위원장은 지난 10일 열린 임시회 회의에서 "어제 제주도 공항확충본부는 업무보고 자리에서 '제주항공 콜 센터는 아직 폐쇄시기를 결정하지 않았고, 서둘러 폐쇄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하 위원장은 "언론보도 등에서는 제주콜센터 폐쇄 확정이라고 하고 있는데,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제주항공은 도민을 우롱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주항공의 출범은 지역경제에 이바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는데 도민 채용 등 협약 내용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협약에 따르면 ‘사회적 물의 야기 및 공신력 실추 등으로 본 사업의 추진에 심각한 지장을 주는 경우’ 협약 해지까지 가능하다"고 피력했다.

제주항공 제주콜센터 위탁업체인 메타넷엠씨씨와 콜센터 직원들은 이달 말 콜센터 폐쇄를 전제로 최종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9년 설치된 제주항공 제주예약센터의 직원은 현재 52명이며 제주 출신은 47명이다. 합의 내용은 위로금 지급과 근무지 이동, 타 콜센터 이직 알선 등이지만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제주도의회와 도민사회 일각에서는 제주콜센터가 폐쇄될 경우 제주항공 브랜드에서 ‘제주’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반했다.

더불어 그간 제주도청 너무 느슨하게 대처해 이런 상황까지 오게됐다며 원희룡 지사가 직접 나서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과 담판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 지사 또한 애경그룹 임원진을 만나 지역여론을 전달할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 관계자는 "비행기 노선 증편 등으로 고객 전화응대 수요가 부쩍 들어나고 있지만 그간 제주 현지 채용의 한계로 인해 품질향샹의 어려움 있었다"며 "이에 콜서비스 향상을 위한 방안으로 서울 이전을 논의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애경그룹 차원의 결정이 내려온 사안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짧막하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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