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오바마정부의 가교’, ‘부시 대통령을 대디라고 부르는 측근’, ‘국내 최고의 미국통’, ‘이재용을 콜린파월 국무장관에게 소개한 장본인’

풍산그룹의 류진 회장을 따라다니는 화려한 수식어다. 트럼프 시대의 개막과 더불어 류 회장의 미국 인맥이 또한번 주목 받고 있다. 8년 만에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대다수 한국 기업들이 불안에 떨고 있지만 유독 풍산그룹은 평안하다. 국내에서 미국 공화당과 류 회장만큼 탄탄한 인맥네트워크를 형성한 인물은 없다는 중론이다. 그만큼 재계가 류 회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이 같은 화려한 수식어 뒤에는 류 회장 외아들 국적변경 논란이라는 그늘이 깊게 드리워져 있다. 특히 국적변경 당시 류 회장의 아들은 군 입대를 앞두고 있었던 나이라 병역 기피 의혹까지 더해진다.

류 회장은 임진왜란 때 왜군을 물리치는데 큰 역할을 했던 서애 류성룡 선생의 후손이다. 고 류찬우 풍산그룹 창업주가 바로 류성룡 선생의 12세손이다. 류 창업주는 기업명을 풍산 류씨 본관을 따서 지었을 정도로 가문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랐다. 그는 생전 “선조에 누가 되는 일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풍산그룹 또한 이 같은 점을 내세워 ‘보국’이라는 기업정신을 계승·발전시켜 왔다. 풍산그룹은 우리나라의 1세대 방위산업업체인 만큼 투철한 국가관으로 똘똘 뭉친 기업으로 비쳐졌다.

하지만 류 회장 외아들의 국적변경으로 선조의 명예에 흠집을 냈다는 오명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류 회장의 부인과 장남은 2014년 돌연 미국 국적을 취득했는데, 특히 당시 류 회장의 아들은 22세의 나이라 병역 기피 의혹까지 일었다.

이와 동시에 류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지주회사 지분 중 일부분을 부인과 외아들에게 처음으로 증여했다. 당시 류 회장은 보유 주식 3만6000주를 부인 Helen Lho에게 증여했고, 외아들 Royce Ryu에게도 2만5400주를 증여했다.

이들은 미국인이 되어서도 풍산그룹의 주주로서 배당금을 챙기고 있다. 외아들 Royce Ryu는 미성년자일때부터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금수저’ 논란을 사기도 했다. 그룹의 승계 작업 역시 여전히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 군 입대를 앞두고 돌연 미국국적 취득한 것은 국민 절반인 ‘군필’을 분노케 할만 한 사안이다.

더욱이 문제는 풍산그룹의 안일한 대응이다. 국적을 변경한 이유라도 듣고자 했지만 “오너일가 개인들의 문제”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군 입대를 앞둔 나이에 국적을 변경한 것은 맞지만 그게 풍산그룹과 무슨 관계냐는 식이다. 그만큼 이번 사안에 대한 풍산그룹의 인식이 상당히 풀어져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재조산하(再造山河)’란 폐허가 된 나라를 다시 세우자는 뜻의 사자성어다. 임진왜란 당시 나라에 대한 걱정으로 실의에 빠진 류성룡에게 이순신이 적어줬다는 글귀다. 위기에 빠진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과 딱 들어 맞는다.

하지만 애국심이 남다른 풍산 류씨의 후손은 한국 국적을 버렸다. 류 회장이 그간 보여 왔던 ‘애국경영’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일말의 해명이라도 있어야 한다. 애국 마케팅을 전면에 내세워 국가 안보와 직결된 방위산업으로 이득을 취하면서도 이에 반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풍산그룹과는 무관한 사안이라니...‘감탄고토(쓰면 뱉고 달면 삼킨다)’라는 말이 자꾸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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