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경배 국장]우리 조상들은 과거 흉년이 들어 양식이 부족해지면 소나무줄기와 칡뿌리 · 메밀꽃 · 토란 등을 먹었다. 이것들을 보통 구황식물이라 하는데 이는 구황작물과 달리 보통 산이나 들에서 저절로 자라는 것을 뜻하며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도토리다.

도토리에는 탄수화물과 지방이 많아 옛날부터 식용으로 이용해왔는데 신석기나 청동기 시대의 주거지에서 도토리가 발견되고 있어 이를 뒷받침해준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974년 서울 암사동에서 BC 5000년경 것으로 보이는 신석기시대 주거지가 발굴되었을 때 이 주거지에서 탄화된 도토리알 20톨이 발견되었다.
이를 미루어 볼 때 우리나라에서도 오랜 옛날부터 도토리를 식용으로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도토리나무도 다양하지만 그 나무이름에 얽힌 사연 역시 다양하다. 떡갈나무는 그 잎으로 떡을 싸는데서 유래됐는데 떡갈나무의 잎이 떡을 덮을 만큼 넓은 잎을 가졌고 잎에는 썩지 않는 물질이 들어있어서 떡을 싸는데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신갈나무는 그 잎을 짚신 바닥에 깔아 신발창으로 사용했는데 신바닥에 깔아서 사용한다는 뜻에서, 갈참나무는 나무껍질이 잘 갈아 입기 위해 주름이 깊게 패였다는 뜻에서, 졸참나무는 참나무 중에서 도토리와 이파리가 가장 작아 졸병참나무란 뜻으로 그리 불렸다 한다.
도토리의 또 다른 일종인 상수리나무의 경우 임금님이 피난길에 이 나무의 도토리로 만든 수라상을 받아서 상수리나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렇게 그 나무 하나하나에 그에 어울리는 이름을 지은 조상님의 넉넉한 인심과 운치가 돋보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가뭄으로 인해 흉년이 들면 참나무에서 열린 도토리를 곡식 대신 먹었는데 흉년을 대비한 첫 번째 구황식물로 도토리를, 그 다음으로 소나무 껍질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도토리에는 탄닌 성분이 많아서 날 것으로 먹을 수가 없는데 며칠을 물에 담가둬야 이 성분이 없어진다.
최근에는 도토리에서 추출한 아콘산(acornic acid)으로 환경오염의 주범인 중금속을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어 수질오염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보통 도토리 1㎏이 약 3.4t의 폐수를 처리할 수 있다하니 그 이용도가 더욱 넓어질 듯하다.

도토리는 우리나라의 산야에 널리 분포하고 있으며 강원도에서 특히 많이 채취되고 9월부터 12월이 제철이지만 그 수요를 맞출 수 없어 85% 가량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국내산은 5%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도토리를 이용해 만드는 음식 역시 다양한데 그중 도토리묵은 고유 음식물 가운데 하나로 널리 애용되고 있으며 도토리수제비나 도토리국수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도토리를 활용한 향토음식으로는 도토리밥, 도토리올챙이국수, 도토리전병, 도토리묵전, 도토리떡, 도토리느태, 도토리찰편 등 수없이 많다.

도토리와 관련된 속담도 여럿이다. 그중 ‘개밥에 도토리’는 개는 도토리를 먹지 못하다보니 밥 속에 들어가도 끝까지 남아 있는 것을 빗댄 것으로 어떤 무리에도 끼지 못하고 혼자 있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도토리 키 재기’란 말은 아는 정도가 고만고만한 사람들끼리 서로 자기가 낫다고 다투고 있는 상황을 일컫는다.

최근 박근혜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일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은 대선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특히 박대통령과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있는 야권인사들이 각종여론조사 결과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박대통령에 실망한 보수세력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하나의 원인인 듯하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여권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유한국당에서는 대선출마를 선언한 이들이 차고 넘친다. 21일을 기준으로 할 경우 이인제 전 최고위원, 원유철 의원,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안상수 의원 등 4명이나 되며 아직 출마를 선언하지 않은 김문수 전 경기지사, 김관용 경북도지사 등을 포함하면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대선출마에는 자격이 없다. 즉 대선 출마는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1%의 지지율도 얻지 못하고 있는 이들의 출마를 보노라면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 듯하다. 여권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도 출마를 포기했으며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민주당의원도 대선을 포기했다.
이들은 현 자유한국당에서 출마선언을 한 이들보다 지지율이 월등히 높았다. 그러다보니 대통령이 되기 위해 대선판에 뛰어든 것이 아니라 개인의 정치적 목적 때문이라고 짐작한다. ‘도토리 키재기’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 ‘그나물에 그밥’이라는 조롱에도 무감각한듯하다.

정치를 희화화하는 것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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