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물밑작업 한다는 뒷얘기도 나와

[뉴스포스트=설석용 기자] 문재인-안희정 등 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독주 체제 속에서 '민주당 대세론'을 잠재울 만한 보수정당의 히든카드로 홍준표 경남지사가 주목받고 있다.

홍 지사는 지난 16일 '성완종 리스트'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2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대선 출마설까지 나돌며 보수파의 대안세력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황교안 권한대행의 주가가 급등했지만 최근 하락세로 돌아서 자유한국당의 대선 주자 자리가 또다시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모두 홍 지사에게 공개 러브콜을 보내는 등 홍준표 구애작전에 나서고 있어 그의 최종 거취 또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한국당 내부에서 친박세력들이 홍 지사를 대선 주자로 밀고 있다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어 그들의 셈법은 무엇인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몸값 오른 홍준표, 친박 대안 세력?

차기 대선을 앞둔 여야 주자들의 광폭행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난감해진 세력은 친박(親朴)이다. 유력한 여권 주자였던 반 전 총장도 대선 레이스를 하차한데다가 대안으로 떠올랐던 황 권한대행 마저도 동력을 잃은 모습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 가능성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어 친박은 그야말로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현재까지 한국당 소속으로 대선 출마를 공식화 한 후보는 이인제 전 최고위원, 원유철 의원, 안상수 의원,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등 4명이다. 4개 원내 교섭단체 대선 주자들 가운데 가장 지지율이 낮은 인물들이다.

황 권한대행은 여전히 지지율 15% 수준을 유지하며 3위권 내 안착해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 대선 출마 여부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어 전략적 경선 구도 형성이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또 황 권한대행은 박영수 특별검사의 수사기간 연장 신청에 대한 승인 여부를 놓고 결단을 내려야 하는 입장으로 정치적 득과 실에 대해 고심 중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때 솔솔 불어오는 홍 지사의 바람은 적잖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홍 지사는 무죄 판결을 받은 16일 기자들을 만나 '친박 양아치'라는 표현을 쓰며 노골적으로 친박을 질타하고 나섰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국당 내부에서는 친박세력이 홍 지사에 대한 물밑작업을 시작했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한국당 소속 한 비서는 뉴스포스트와 나눈 대화에서 "친박이 홍준표로 뭉치고 있는 것 같다"며 "최경환 의원이 밀고 있는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홍 지사가 친박을 '양아치'라고 비판한 바 있어 의아했지만 두 가지 측면으로 분석이 가능했다.

먼저, 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정당의 경선판 확장과 흥행작전이다. 홍 지사는 한때 '모래시계 검사'로 이름을 떨치고 '사이다 발언' 등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무상급식 예산지원 중단, 진주의료원 폐업 등으로 정치권 화두에 오르기도 했다. 그가 한국당의 대선 후보로 경선에 참여한다면 비판적 여론이 가미된 흥행이 성공할 거란 분석이다.

또 TK(대구·경북) 지역에서도 황 권한대행으로 결집됐던 보수표가 홍 지사에게 유입될 가능성도 높아 대안후보로서는 일단 낙점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편으로는 박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친박계가 비박 프레임을 위해 홍 지사를 지지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홍 지사가 대표적인 비박으로서 친박계의 마지막 탈출구로 작용될 거라는 해석이다.

아직까지 황 권한대행이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박근혜정부 국무총리 출신으로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인용될 경우 황 권한대행이 겪을 데미지는 상당이 크다는 분석도 따른다. 때문에 한국당으로서는 황 권한대행을 대신할 대안세력을 일단 구축하는 게 급선무다. 홍 지사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올라가고 대선 출마설이 피어오르는 상황은 우연이 아닐 거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홍 지사는 앞서 "대란대치(大亂大治)의 지혜를 발휘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절망과 무력감에 빠진 국민들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다면 저는 어떤 어려움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혀 사실상 대권 도전 입장 내비쳤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차기 대선 날짜가 임박할수록 여야 모두 각자의 셈법으로 후보연대 타진이 이뤄질 것이다. 4당 체제로 대선을 치를 수 있는 상황도 충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는 셈법에 따른 합종연횡이 더 성행할 거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홍 지사는 이번 기회를 통해 정치적 등급을 도지사에서 대선출마자로 높이는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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