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한국은행이 23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1.25%로 동결했다. 한은은 지난 6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1.25%로 인하한 뒤 8개월 연속 동결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한은이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묶어둔 것은 트럼프노믹스,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회귀, 탄핵 정국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기 부진은 금리 인하 압력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물가 상승세는 인상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어 통화정책 변경에 부담도 큰 상황이다.

최근 금통위 내부에서 실물경기를 보완화기 위해 통화정책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과 금융 안정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신중론이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1분기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부진하다는 점은 금리 인하 압력으로 작용한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이날 내수 진작 대책을 발표하면서 "최근 소비가 꺼지는 것을 보면 (1분기 성장 전망을)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며 "1분기 성장률은 0% 중반 정도로 봤다"고 밝혔다.

정부가 내수 진작 정책을 내놓을 만큼 경기가 예상보다 부진한 상황에서 통화정책도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질 수 있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점은 '신중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날 공개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은 다소 '매파적' 스탠스로 해석되고 있다. 연준은 "물가 상승 압력을 제한하기 위해 대부분 시장 참가자들이 현재 예상하고 있는 것보다 금리를 훨씬 빨리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1300조원을 넘으며 눈덩이 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계부채도 금리 인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4분기중 가계신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가계신용은 1344조3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47조7000억원(3.7%) 증가했다. 2015년 말(1203조1000억원)와 비교하면 1년 만에 141조2000억원(11.7%) 늘어난 규모다.

시장에서도 기준금리 동결 예상을 압도적으로 점쳤다.

최근 금융투자협회가 채권보유·운용관련 종사자를 상대로 조사한 '2017년 2월 채권시장지표'를 보면 응답자 100명 중 99명은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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