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대선 정점 더 기승, 특검부터 대선주자까지 타격…여론왜곡 뽀족한 해법 없어

지난 1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전체회의에서 하태경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 법률대리인 서석구 변호사가 주장한 북한 노동신문 관련 뉴스 내용이 가짜 뉴스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정국이 극도로 혼란한 틈을 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그럴듯한 뉴스로 가장해 온오프라인에서 다양한 형식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최순실 게이트’ 특검 수사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정점으로 치닫고 대선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더 기승을 부리는 양상이다.

지난 8일 포털사이트에서 박영수 특별검사의 사진 위에 ‘여기자 성추행범! 1999년 9월 징계처분 받음’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해 근거가 불분명한 정보 유포도 이뤄지고 있다.

개인 네티즌이 방송뉴스 구성과 유사하게 제작한 ‘국민 여론도 서서히 박대통령에 우호적’이라고 쓰여진 캡처 사진이 SNS로 확산되기도 했다. 이 또한 여론조사 근거가 제시되지 않은 가짜뉴스 형태였다.

또 박 대통령 대리인 측 서석구 변호사가 지난달 21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3월 13일 이내에 탄핵심판 결정을 끝내라고 북한도 주장하고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펴기도 했다. 앞서 헌법재판소 변론에서도 서 변호사는 촛불 집회가 북한 지령을 따르는 모임이라는 식의 주장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서 변호사가 인용한 북한 ‘노동신문’ 내용은 실제 보도된 게 아닌 조작된 ‘가짜 뉴스’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또한 지난 1일 “인격살해와 가짜뉴스로 정치교체 명분이 실종됐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한 인터넷 매체가 보도한 “반기문, 한국 대통령 출마는 유엔법 위반 ‘UN 출마제동 가능’” 등의 대표적인 가짜뉴스로 지목되고 있다.

특검 흔들기·대선주자 흠집내기 주력 

국내의 경우 대통령 탄핵 여부를 둘러싸고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짜뉴스는 국론 분열을 심화시킨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특히 이처럼 가짜뉴스가 정치적으로 왜곡된 여론 확산에 목적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가장 크게 우려되고 있다.

구본권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은 지난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이 주최한 ‘가짜뉴스, 어떻게 막을 것인가’라는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해 “문제는 가짜 뉴스를 조직적으로 만들어내어 특정한 정치적 목적이나 경제적 이해를 꾀하는 세력이 늘어나고 활발하게 활동한다 것”이라며 “그릇된 정보는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낳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현실적 영향력이 지대한 선거와 재판 등 가장 공적이고 중요한 사안을 겨냥해 가짜 뉴스가 만들어지고 유통되는데, 그 업무와 관련된 사람들이 가짜 뉴스에 빠져들거나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사례로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최순실의 태블릿피시가 jtbc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는 탄핵반대세력의 요구를 받아들여 jtbc의 태블릿피시 보도를 심의하기로 한 일, 1월5일 박근혜대통령 탄핵청구 심판 2차 변론에서 서석구 변호사가 북한 노동신문의 보도라며 가짜 뉴스를 근거로 장시간 변론을 펼친 일 등을 꼽았다.

이처럼 가짜뉴스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경찰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연이어 집중단속 방침을 밝혔다.

또한 정치권을 비롯해 언론계에서도 가짜뉴스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나서는 분위기다.

하지만 당장 현실적으로 대응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가짜뉴스를 유통·매개자인 포털사이트와 소셜미디어가 자율적으로 모니터링과 삭제 조치를 하고 있지만 100% 막아내기는 어렵다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사회갈등 부작용 심각, 유포확산 규제 한계

‘가짜뉴스, 어떻게 막을 것인가’ 세미나 토론자로 참석한 국회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유정석 실장은 “가짜뉴스가 생산자-편집자-유통·매개자-소비자를 통한 확산 주기를 보인다면 규제는 최초 생산자에 초점이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천대학교 법과대학 최경진 교수는 “가짜뉴스는 개인적·사회적 해악의 가능성과 건전한 비판이나 표현의 가능성의 양 측면을 모두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법으로 규제를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수연 중앙선관위 사이버선거범죄대응센터장은 “허위판단 자체의 어려움, 외국서버 및 폐쇄형 SNS의 한계, 그리고 근본적으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갖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가짜뉴스에 대한 합리적인 대응 시스템이 마련되기 전까지 기존 언론의 기능 강화와 시민들의 비판적 사고와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구 소장은 “디지털 시티즌십이라는 장기적 관점에서 모든 시민이 비판적 정보 이용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미디어 활용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할 부분은 진실한 언론보도와 가짜뉴스 사이에서 국민들이 스스로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이나 홍보를 하고, 양자를 구분할 수 있는 자율적인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건전한 사회의 비판 기능에 머물고 선을 넘지 않는 행위를 하도록 하는 사회적 분위기나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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