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의 정치적 결단, 그날은 왠지...타이밍 왜이럴까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설석용 기자] 손학규 전 국민개혁주권회의 의장이 국민의당에 입당한 지 1주일이 지났다. 정계 복귀 이후 거취를 놓고 끝까지 고심하다 국민의당 입당을 결정한 손 전 의장이 공개적으로 입당 선언을 한 날은 하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지난 17일이다.

이 부회장의 구속은 삼성 총수 일가에서 나온 첫 구속사례로 전국민적 관심을 받은 역사적 순간이었다. 물론, 손 전 의장이 국민의당의 녹색점퍼를 입는 사진 몇 장은 확인 할 수 있었으나 그에 대한 관심은 또다시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정치인에게 더더욱 필요한 덕목은 결단의 시점, 곧 타이밍이다. 정치적 결단을 선언할 때마다 더 큰 이슈에 묻혀버린 정치인 손학규에게 결정적으로 부족한 능력이 타이밍이란 것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그가 결단을 선언하는 날에는 뭔가 또 등장할 것만 같은 느낌은 이제 지울 수가 없다.

국민의당 입당 이후 안철수-천정배 전 대표들과 경선룰 논의에 착수하며 대선 주자로서 발돋움을 준비하는 손학규. 그러나 대선레이스를 달리고 있는 세력 중 가장 저조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어 바른정당 등과의 연대 가능성을 활짝 열어뒀다. 보수와 진보가 연합하는 대선국면이 펼쳐질지, 국민의당 대선 주자로 가는 길에 또 다른 시련이 다가올지 그의 입을 주목해본다.

(출저=손학규 페이스북)


◆ 운도 지지리도 없는 孫...이제는 셀프디스

정치인 손학규의 타이밍에 대한 이야기는 일단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나라당 소속 의원으로 대선 경선을 준비하는 손 전 의장은 100일 동안 민심행보 대장정을 떠나며 언론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그가 대장정 100일째 서울로 상경을 하는 날에 벌어진 북한의 1차 핵실험이 그를 수면 밑으로 떨어트렸다. 이것이 손학규 징크스의 시작이다.

그 이듬해인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방식에 반발해서 한나라당을 탈당하는 정치적 결단을 내렸지만 한미FTA 협상이 타결되며 또 이슈에서 밀려났다.

2010년 이명박정부 시절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이 터져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손 전 의장이 국회 밖으로 나가 피켓농성을 시작했다. 그러나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사태가 벌어지면서 역시나 주목을 이어가기는 힘들었다.

이후 손 전 의원은 지난 2014년 상반기 재보궐 선거에서 수원시병에 출마했지만 낙마한 뒤 전남 강진에 위치한 만덕산에서 칩거 생활을 시작했다. 정계를 떠나있는 동안 총선을 앞둔 야권이 구애작전을 펼쳤으나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은둔생활을 이어가다 대선이 일 년여 앞으로 다가온 지난 해 10월 20일 그는 전격 정계복귀를 선언했다.

하지만 곧이어 터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손 전 의원에게 관심을 가질 여유가 허락되지 않았다. 당시 각 원내교섭단체 및 정당들은 광화문으로 뛰어나가 국민집회를 독려하는 활동에 주력했고, 각 정당 소속 대권 잠룡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집회에 참여하며 반정부 입장을 강력히 피력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은 광화문 촛불집회의 최대 수혜자로 손꼽힐 만큼 상당히 등급이 올라 지금은 당내 대선 경선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이 와중에 손 전 의장은 광화문을 찾았지만 언론에게 조차 관심을 받지 못해 직접 찍은 사진을 보도에 제공한 사실이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가 정계복귀 후 한 일은 민주당을 탈당한 것뿐이다.

 전 의장은 정계복귀 이후 120일 만에 국민의당 입당을 선언하며 거취에 대한 고민을 마쳤다. 그러나 삼성전자 총수 일가의 최초 구속 날짜와 겹치며 자연스럽게 언론과 국민들의 눈과 귀는 이 부회장의 구속현장에 집중됐다.

 전 의장은 자신의 SNS에 "인생은 타이밍이다"라는 문구의 자체 포스터를 올리며 셀프디스를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2월 17일 입당식에서도 어김없이 찾아온 징크스. 그렇다면 손학규가 국민의당 경선에 승리하는 날엔 과연 어떤 일이....??"라며 오히려 관심을 자극하는 마게팅 전략으로 승화시켰다.

포스터에는, ①박근혜 구속, ②아베, 한일과거사 사과, ③WBC 한국야구대표팀 우승, ④북한, 핵포기 선언, ⑤UFO(외계인)의 서울광장 착륙, ⑥그 외...의 보기를 나열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손 전 의장에게 다가올 큰 과제는 아마도 국민의당 대선 경선이다. 민주당 대세론 속에서 여권은 황교안 권한대행, 홍준표 경남지사 등의 출마설로 경선판을 키우고 있는 반면 국민의당은 가장 저조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 김무성-김종인-정의화의 빅텐트가 가시화되면 국민의당에 대한 관심은 또다시 멀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손 전 의장은 "바른정당이 앞으로 우리나라를 어떻게 개혁할 지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벌써부터 바른정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둔 듯한 포지션을 취하며 합종연횡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손학규의 대통령 꿈이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지, 또 다른 큰 결심으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자극시킬 수 있을지 그의 선택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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