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김종인-정의화 연합?...반문(反文)들 헤쳐모여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설석용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차기 대선 경선 참여인단 모집을 시작하면서 대선 레이스의 속도를 올리고 있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인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각 정당들은 대선 후보 선출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다.

지지율을 독식하고 있는 민주당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3강 구도로 경선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또 국민의당도 지난 17일 손학규 전 국민개혁주권회의 의장이 합류하면서 일단 안철수-천정배 전 대표와 3파전이 예상된다.

그러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진영에서는 후보 선발이 큰 난관에 봉착했다. 자유한국당은 황교안 권한대행의 바람으로 TK(대구·경북) 지역의 표심 효과를 보는 듯 했으나 잠시 뿐이었다. 그나마 홍준표 경남지사와 김태호 전 최고위원 등 중량급 정치인들의 대선 출마설이 등장하며 일단 경선판 확장에 나선 모습이다.

문제는 바른정당이다. 유승민-남경필 후보의 부진한 지지율을 만회할 전략이 필요하다. 최근 '김무성 재등판론'에 부채질을 시작했고, 김무성-김종인-정의화 연대로 이른바 '빅텐트'에 대한 가능성이 열리면서 보수진영에서 유일하게 독주중인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을 앞섰던 김 의원이 주자로 나설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金金鄭 대권형 '빅텐트' 모색하나

'제3지대론' 급물살, 반문연대로

주자 빈곤한 바른정당에도 묘수

킹메이커들 집합, 그럼 킹은 누구?

 

지난 15일 바른정당 김무성(좌)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중) 의원,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조찬 회동을 갖고 '분권형 개헌'에 공감대를 형성했다.(사진=뉴시스)

김무성-김종인-정의화 연대 왜?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정치적 연대를 이루면 사실상 진보와 보수가 연합하는 형태로 구성돼 막강한 제3세력화 가능하다.

앞서 이들의 연대모습이 언론에 등장한 건 지난 15일 김 전 대표가 독일 출장을 떠나기 전 조찬 회동을 하면서다.

이날 김 의원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탄핵 정국에 따른 사회갈등과 불안정한 대선 정국에 대해 고민을 같이했다"며 "우리나라의 미래를 생각해서는 분권형 개헌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도 "전반적인 정국과 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정치 상황에 대해 여러 가지 우려를 이야기하고 끝났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대표적인 '킹메이커'들이다. 김 의원은 일찌감치 대선 불출마를 외치며 공식적으로 '킹메이커' 자처했고, 김 전 위원장도 여야를 아우르며 총선캠프를 진두지휘했던 만큼 준비된 조력자다. 또 정 전 국회의장 역시 퇴임 직후 사단법인 '새 한국의 비전'을 설립해 제4세력 결집의 발판을 만들기도 했다.

특히 이들은 반문(反文)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김 전 대표는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와의 결별로 민주당 내에서도 반문세력의 핵심인물로 꼽히고 있어 이들의 연대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이들이 굳이 이 시점에 '분권형 개헌'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언론 앞에 서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지지율 1위를 독주하고 있는 문 전 대표 외 다른 주자들 또는 각 타 정당들도 개헌에 대한 당위성은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연대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되는 이유다.

정 의장은 22일 귀국한 김 전 대표와 양자회동을 가진 뒤 '김무성 의원이 불참한 이유'에 대해 "특별한 이유는 없다. 셋이 같이 만나면 여러분들 많은 관심을 가져서다. 살짝 만나려고 했다"며 "내가 3자회동은 다음 주로 미루자고 했다. 왜냐면 내용 없이 언론에 자꾸 유출되면 국민이 실망할 것 아니냐. 그래서 좀 더 쉽게 말하면 빅텐트론이 조금 더 구체화 될 수 있을 때 그때 만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 정 전 의장은 "내가 소위 빅텐트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거기 관계된 얘기를 나누고 이제 필요한 분들을 만나봐야지"라면서 '제3지대 구심점'에 대해서는 "그건 지금 밝힐 수 없다 구심점은 여러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다 n분의 1이다. 특별한 것은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를 빼고는 전부다. n분의 1이라는 뜻이다"라며 킹메이커를 자처하면서도 김 전 대표와 김 의원의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 놨다.

 

말 아끼는 김종인 속내는? 대권일까?

시원하게 입장을 밝힌 정 전 의장과는 달리 김 전 대표는 속내를 들추지 않고 있어 오히려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맞춰 김 전 대표의 대선 출마설이 솔솔 불어오고 있는 데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먼저 김 전 대표는 정 의장과의 양자회동 이후 향후 거취를 묻는 기자 질문에 "거취는 무슨 거취냐", "두 사람이 앉아서 무슨 얘기를 해요. 그냥 차 마시고 나왔지"라며 말을 돌렸다.

그는 "앞으로 계획이 어떠냐"는 질문에 "아무 계획도 없다"며 딱 잘라 말했고, '김 의원과 왜 안 만났냐'는 질문에는 "원래 약속을 안했다", "정 의장이 차 마시자고 그래서 나왔지 특별하게 약속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김 전 대표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조찬 포럼에 참석해 자신의 대선 출마설에 대해서는 "대답하기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라면서도, "나라가 너무 어려운 상태에 놓여있기 때문에 나라가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대답했다.

일단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 의원의 재등판에 대한 분위기는 감지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불출마를 번복할 만한 명분이 없는 상태다.

조금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귀국 후 김 전 대표가 김 의원이 별도의 회동을 하지 않고 정 전 의장만 만난 이유에 대해 이 둘 간의 입장정리가 덜 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 전 대표는 19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비대위로, 20대 총선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총선을 뛰며 모두 승리로 만든 저력을 갖고 있다. 진보와 보수정당을 넘나들며 그의 정치적 역량에 대한 평가는 이미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그러나 대선 출마가 가능할지는 따져볼 문제다. 표면적으로 드러나 있는 반문진영 중심인물로 팬도 많지만 안티도 많은 문 전 대표의 맞상대로 주목받는 건 어렵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모두 대세론을 펼치고 있는 문 전 대표를 비판과 압박으로 몰아세우고 있지만 큰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김 전 대표가 이들 사이에서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를 낙관하기는 힘들다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바른정당 '김무성 재등판론' 재차 힘 받아

이들 연대가 가시화되더라도 대선 주자를 누구로 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각 세력의 좌장격인 세 인물이 모인 만큼 '킹'과 '킹메이커'의 역할분담이 주요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중에서 가장 큰 힘을 받고 있는 게 '김무성 재등판론'이다. 새누리당 당 대표 시절 김 의원은 문 전 대표를 항상 앞선 지지율을 보였고, 유력한 여권의 대선주자였다. 그가 4·13총선 직후 책임 사퇴하며 일선에서 물러났고, 박 대통령의 탄핵국면에 들어서자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치적 해법으로 따지면 김 의원은 비박(非朴)의 대표격인 셈이다.

물론 그가 불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했기 때문에 의견을 번복하는 데에는 그만큼의 비판과 대미지가 따를 것이다. 그러나 바른정당 소속 대선 주자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지지율이 그야말로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의원의 결심은 단비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김 의원의 '재등판론'에 대해 호감을 보이고 있고, 대선 경쟁상대가 될 수 도 있는 유 의원 역시 긍정적 입장을 비추고 있다. 정황상 대안이 필요한 바른정당이 이미 물밑작업을 시작하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자유한국당은 황 권한대행의 급부상과 함께 당 지지율이 상승하는 효과를 보였다. 게다가 홍준표 경남지사의 대선 출마설과 함께 김태호 전 최고위원 등 중진급 정치인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내면서 경선판 확장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은 하락하기 시작했고, 홍 지사와 김 전 최고위원의 정치적 중압감이 적다는 평가와 함께 보수정당의 단일 후보로 김 의원이 유력하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또 박 대통령의 탄핵 인용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자유한국당 소속 대선 출마자들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TK(대구·경북)에서 유승민 의원은 절대 안된다는 분위기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지지율이 저조한 유 의원이 단일 후보로 낙점될 가능성이 적은 또 다른 이유다. 다만, 김 의원이 대선 불출마 입장을 선회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명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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