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프리미엄 프라이데이’ 실효성 논란

전문가 “내수 부진 원인, 물가상승 대비 임금이 낮아진 탓” 실효성 의문

정부 “민간기업 부문, 유연근무제 촉진 위해 별도의 ‘인센티브’ 주겠다”

정부가 건전한 여가문화를 조성하고 위축된 소비심리를 회복하기 위한 내수활성화 방안으로 한국판 ‘프리미엄 프라이데이’ 카드를 꺼내들었다. 매월 1회 유연근무제 등을 통한 단축근무를 유도한다는 계획인데, 금요일 조기퇴근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는 23일 내수활성화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해 ‘내수위축 보완을 위한 소비·민생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가족과 함께하는 날’을 지정해 매월 한차례 지정해 금요일 오후 4시에 조기 퇴근하는 내용이 골자다.

예를 들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30분씩 초과근무를 하고, 금요일에는 두 시간 먼저 퇴근하는 방식으로, 전체 근로시간은 유지하면서 한 달에 한 번은 금요일 4시 퇴근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이는 일본의 프리미엄 프라이데이와 유사하다. 일본은 매달 마지막주 금요일에 오후 3시에 퇴근하는 ‘프리미엄 프라이데이’가 도입돼 24일부터 첫 시행됐다.

정부는 단축근무를 하는 금요일에는 2시간 일찍 퇴근해 가족들과 쇼핑, 외식 등을 즐길 것으로 기대했다.

이외에도 관광열차 주중 요금을 30% 할인하는 등 숙박·교통 여행편의를 대폭 제고키로 했고 이통사의 경품 가액 제한 해제,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 수립, 유류세 환급 한도 확대, 학자금대출 유예기간 확대, 근로장려세제 요건 완화 등 내수활성화 방안을 시행키로 했다.

또 서민주거 안정 및 중소기업 지원 등 기금지출액을 2.2조원으로 증액, 지방교부세 교부금 조기정산 규모를 3.8조원으로 확대키로 했고, 주거 안정을 위한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1억2000만원에서 1억3000원으로, 월세대출 한도를 월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는 소비심리 회복을 위한 조치로, 정부는 현재 우리 경제가 정국 불안, 청탁금지법, 미국 신정부 출점, 금리상승 가능성 등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으로 분석하고 있다. 구체적인 추진방안은 각계 의견수렴을 거쳐 오는 3월에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본판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를 벤치마킹하는 것인데 민간부문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일가정 양립 우수기업 인증이나 노사관계 안정 인센티브를 준다든지 하는 유인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요일에 일찍 끝나면 소비 늘어날까?

정부가 내수활성화 대책으로 ‘한국판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를 도입하기로 한 것을 두고 정부 안팎에선 근로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인 정책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요일 2시간 조기 퇴근을 골자로 하는 ‘가족과 함께 하는 날’은 이미 시행 중인 유연근무제로도 볼 수 있는데, 현재 유연근무제의 도입률이 저조한 상황에서 얼마나 활용될지도 의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은 300인 이상 대기업 중 53.0%, 100∼299인 업체는 27.3%, 30∼99인에서는 25.9%, 10∼29인은 15.1%, 5∼9인은 12.0%로 나타났다. 규모가 영세해질수록 도입률이 현저히 줄어드는 모습이다.

정부는 이 날 시행으로 소비가 촉진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이 재정적 여유가 없어 소비를 하지 못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내놓은 정책이라는 게 중론이다.

발표된 대책이 모두 계획단계라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정부의 대책이 시행되려면 관계 기업, 지자체 등 협의해야 할 곳이 많아, 실제 시행 여부 또한 불투명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 역시 정부가 내수활성화 방안에 대해 “정책 효과가 나타날지 의문”이라며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내수 부진의 근본적인 원인을 짚기보다는 단기적인 정책 효과에만 치중해, 지원 품목에 대한 소비는 늘고 그렇지 않는 품목의 소비는 줄어 전체 소비는 정체되는 부작용까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계층별 구매력 하락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등 큰 그림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정책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소비를 진작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수 부진 원인은 물가상승 대비 명목임금의 상승이 낮아져 구매력이 하락했기 때문”이라며 “소득증대, 고용안정, 가계부채 경감 등이 전제되지 않는 한 제시된 정책의 내수활성화 효과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대부분 한계가구,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정책”이라며 “소비 진작을 위해서는 기업을 통한 투자활동”이라고 말했다.

백웅기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 이코노미스트 또한 “단기 효과를 염두에 두고 만든 대책”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소득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인센티브를 부여해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민간 부문의 유연 근무가 촉진되도록 여러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며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설계를 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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