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의 꿀잼 ‘인형뽑기’

짝퉁인형 이해해, 저렴한 가격으로 퉁치자

나는 통아저씨? 기계에 직접 들어간다

가난한 취미, 빠른 탕진 “탕진잼”

한번만 더하면···도박과 흡사

(사진=뉴스포스트 우승민기자)

[뉴스포스트=우승민 기자] 불황이 찾아오면 적은 돈으로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업종에 사람들이 몰리게 된다. 인형뽑기는 대표적인 불황업종이다. 무엇보다 열심히 스펙 쌓고 노력해도 매년 악화되는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과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들이 인형 뽑기를 통해 현실에서 느낄 수 없었던 성공과 성취감을 느끼면서 허전했던 마음을 채워주기도 한다. 즉, 인형뽑기를 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적은 투자에 비해 큰 만족감을 얻는다는 것이다.

이에 요즘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인형뽑기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예전에는 편의점이나 오락실 등에 비치된 게 대부분이었는데 이제는 인형뽑기만을 할 수 있는 전문 가게가 등장했다. 길을 가다보면 100m마다 가게가 있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인형을 가득 안고 가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최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도 높은 관심을 뽐내고 있다. 해시태그를 이용해 #뽑기를 검색하면 11만2806개의 게시물이 나온다. 이어 #뽑기신 #뽑기중독 등 관련 해시태그들이 많이 보인다.

이처럼 저렴한 비용 덕분에 청소년의 또 다른 놀이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도 있지만, 그 중독성과 사행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우승민기자)

불법 짝퉁 인형이라도 괜찮아

인형뽑기방은 최근 대학가 및 시내 중심가에서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 21곳에 불과했던 인형뽑기방은 지난해 8월 147곳으로 늘었고 올해 1월 기준으로 1160곳 이상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인형뽑기방에서 유통되는 인형 대부분은 정품이 아닌 모조품 이른바 ‘짝퉁’이라는 것이다. 인형뽑기방이 성행하면서 자연스레 ‘짝퉁 인형’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짝퉁 인형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대부분의 인형뽑기방 주인들이 마진을 확보하기 위해 정품보다 짝퉁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형뽑기방 인형은 대부분이 중국산 제품이기 때문에 원가는 1000원 이하 수준이다. 또 유통 경로가 올바르지 않은 짝퉁 인형은 유해 물질에 대한 안전성 검사가 이뤄지지 않아 중금속·환경호르몬 등 유해 성분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이처럼 상품으로 쓰이는 불법 복제 ‘짝퉁 인형’은 저작권법에 위반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다른 사람의 캐릭터를 도용한 것은 복제권 침해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정품 인형으로 이를 대체한다고 하더라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현행 게임산업진흥법에 따르면 인형뽑기 경품의 상한선은 5000원으로 제한된다. 하지만 정품 인형은 30~35cm 크기의 인형이 기본 2만~3만 원대다. 정품을 쓰면 비싼 원가에 더해 게임산업진흥법을 위반하는 것이고 짝퉁을 쓰면 저렴하지만 저작권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업주들은 게임산업진흥법도 지키면서 원가도 저렴한 짝퉁 인형을 사용하게 되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용객들은 정품 여부에 관심이 없다. 인형뽑기방에서 유통되는 국산 캐릭터뿐만 아니라 포켓몬스터·무민·에비츄 등 해외 캐릭터 제품도 대부분이 짝퉁이지만 ‘뽑는’ 점에 무게가 쏠려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홍대의 한 인형뽑기방에서 만난 20대 커플은 짝퉁에 대해서 큰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들은 “인형이 정품이든 짝퉁이든 요즘 너무 잘 나와서 짝퉁인지도 모르겠다. 정품과 거의 똑같은 인형을 저렴하게 가질 수 있는 점이 장점인거 같다”고 말했다.

인형뽑기방 업체 담당자는 <뉴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대부분의 인형뽑기 기계는 정품과 짝퉁이 8:2로 들어가 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관리자마다 다른 부분이고 정품만 사용하는 가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5000원 이상 가치의 인형이 기계 안에 있으면 안 되도록 법으로 되어있다. 하지만 인형의 정품은 2~3만원 하는데 정품의 인형을 넣을 수도 없고 짝퉁을 넣을 수도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부분은 정부에서 시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본다”고 입장을 드러냈다.

또한 규제를 실시하고 있는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일일이 진품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있고 저작권보호원 측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검찰·경찰·특허청·관세청 등 유관 기관과의 합동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10시 이후도, 퇴출구도 출입가능? 무인운영의 허점

적잖은 인형뽑기방이 불법영업으로 적발되는 가장 큰 이유는 관리 부실 때문이다. 먼저 무인으로 운영되는 인형뽑기방이 늘면서 이용시간을 철저히 지키는 경우가 드물다. 인형뽑기방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에 따라 청소년게임제공업에 속하는 까닭에 오후 10시 이후에는 청소년 출입이 금지된다. 다만 부모 등 보호자를 동반한 청소년은 오후 10시 이후에도 출입이 가능하다.

인형뽑기방에는 출입문에 ‘밤 10시 이후 미성년자 출입 불가’라는 문구를 붙이고 무인으로 운영 중인 가게가 대부분이었다. 무인으로 관리되다보니 폐쇄회로(CCTV)만 인형뽑기방 천장에 덩그러니 가게를 지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관리자가 없는 상태로 24시간 운영이 되고 있다 보니 밤 10시 이후 청소년들은 출입하기가 어렵지 않았고, 출입하는 청소년을 일일이 걸러내기는 어렵다.

무인운영 가게가 크게 증가하는 이유도 게임산업법이 ‘관리자 상주’를 규정하고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가게 주인은 일부러 돈을 들여 상주 관리인을 고용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이처럼 인형뽑기방은 무인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쉬운 관리와 창업비용도 적게 들기 때문에 크게 증가하고 있다.

또한 사람이 없는 틈을 타 인형뽑기 퇴출구에 억지로 가냘픈 몸을 집어넣어 인형을 훔치는 절도사건도 잇따르고 있다.

무인관리 시스템으로 인해 청소년들 뿐 아니라 2~30대도 기계 안으로 상반신을 넣거나 손을 넣어 인형을 빼는 등의 사고를 부르는 행위를 한다는 점이다.

# A군 등은 지난달 25일 0시30분쯤 광주 동구 충장로의 한 무인 인형뽑기방에 설치된 인형뽑기기계 안으로 들어가 4만5000원 상당의 인형 7개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비교적 마른 체형의 A군은 공범 4명이 밖에서 망을 보는 틈을 타 인형뽑기 기계의 인형 퇴출구 안으로 몸을 집어넣어 인형을 빼냈다.

# 지난해 10월에는 인천시 석남동에서 술에 취한 20대 여성이 인형을 꺼내기 위해 인형뽑기 기계의 비좁은 퇴출구 안으로 들어갔다가 소방 구조대에 의해 구조되는 절도미수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인형뽑기 기계의 퇴출구는 A4(가로 210㎜ 세로 297㎜)용지보다 조금 큰 크기에 불과하다. 이에 몸집이 작은 청소년이나 마른 체형의 여성들은 기계 안으로 들어가 인형을 빼내는 사건이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무인 시스템으로 인해 사람들이 오지 않는 틈을 타 기계 안으로 몸을 넣어 인형을 훔치는 등의 안전의 문제와 계속되는 범죄사건으로 늘어가는 인형뽑기방에 대한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사진=뉴스포스트 우승민기자)
(사진=뉴스포스트 우승민기자)

 

인형보다는 ‘뽑기’, 도박의 맛

“한 번만 더 하면 뽑을 것 같아. 1000원만 더 넣어!”

인형 뽑기에 중독되는 초등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뽑기방’은 2015년 21개에서 지난해는 500여개로 1년 사이 무려 24배로 늘어났다. 이 집계는 가게 이름에 ‘뽑기’가 들어간 경우만 따진 것으로 실제 뽑기방의 숫자는 훨씬 더 많다.

이처럼 인형뽑기가 인기를 끄는 현상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집착으로 인해 뽑기 기계나 경품을 절도하는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물론 불법 기계 설치까지 판을 치기 시작하고 있다. 단순 오락과 취미로 보기에는 뽑기가 안고 있는 사행성도 무시 못 한다는 점이다.

실제 전문가들은 뽑기의 사행성이 도박에 버금간다고 보고 있다. 뽑기 역시 도박과 마찬가지로 경위와 경과가 불확실한 사건이나 활동에 돈이나 그에 상응하는 것을 걸어 요행을 바라는 행위에 해당되기 때문에 넓은 범위에서는 도박의 범주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는 청소년 대상 실태조사에서도 드러난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청소년이 하는 돈내기 게임 중 ‘뽑기 게임’을 한 청소년이 도박 위험군(34.1%)과 문제군(20.8%)에 속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정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예방교육과장은 “바다이야기나 유희왕 카드놀이도 처음에는 건전한 게임에서 시작됐지만 확률 조작, 환치기가 등장하면서 사회병폐현상이 됐다. 인형뽑기도 점점 정교함을 갖출수록 도박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2일 홍대 인형뽑기방에서 만난 인헌 중학교 2학년 이모 군은 “조금만 더하면 뽑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계속 1000원씩 넣다보면 하루에 돈을 너무 많이 썼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친구들은 용돈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인형뽑기에 다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배화여고 정모 양은 “인형 뽑기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대신 중독성이 강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한번만 더 하면 뽑을 수 있다는 생각에 계속 돈을 넣다보니 하루에 3만 원 이상을 쓰고 도박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김모 씨도 “인형뽑기를 할 때 인형의 정품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며 “인형뽑기의 목적은 인형이 아니라 뽑는 과정에서 느끼는 재미와 쾌감”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형뽑기의 도박성은 ‘탕진잼’이라는 새로운 신조어까지 등장시켰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탕진하다와 재미의 합성어로 불리는 ‘탕진잼’은 탕진하는 도박과 비슷한 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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