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질서있는 퇴진론’ 주장, 탄핵 인용 우려 ‘심판론’ 회피성 출구전략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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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대리인단 막장변론 배경 추측 난무

사법 면제권 불투명, 朴 자진사퇴 미지수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운명을 가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일이 사실상 3월 초로 가늠되고 있다. 최종변론 기일이 27일로 확정되면서 적어도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임기 마직막 날인 3월 13일까지는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정이 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민 10명 중 7명 가까이 탄핵심판 인용 결정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회, 특히 자유한국당에서 다시 불고있는 이른바 ‘질서있는 퇴진론’은 국민 여론과 별개로 갖가지 해석을 낳고 있다. 사실상 탄핵 인용을 기정사실화한 여권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출구전략이라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기각 후 후폭풍을 염두해 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체적으로 전자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한동안 여의도 정치권에서 나돌았던 기각설 등을 감안할 때 후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여기에 헌재에서 벌어진 박 대통령의 대리인단의 돌출 ‘막장변론’도 퇴진론과 연관지어 해석되면서 박 대통령 거취와 관련해 다양한 시나리오가 쏟아지고 있다.

 

다시 불붙는 퇴진론 불씨

 

이른바 질서있는 퇴진론은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가 가시화되고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 직전 여야 가릴 것 없이 국회내에서 논의됐다. 여권에서 거센 탄핵 흐름을 돌려세우기 위해 ‘4월 퇴진-6월 대선’이 제시된 시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침묵과 함께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여론이 거세지면서 결국 탄핵 정국으로 접어들었고 이른바 ‘질서있는 퇴진론’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최근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이 임박하면서 ‘4월 퇴진-6월대선’론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퇴진론을 다시 꺼내든 것은 이번에도 여당인 자유한국당이다.

앞서 정우택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현직 대통령의 탄핵소추는 국가적, 국민적 불행이고 어떠한 이유든 정치적 해법이 먼저 모색돼야 한다”며 조기 탄핵론을 다시 꺼내 들었다.

박 대통령이 대승적 차원에서 자진 하야 결정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박 대통령이 탄핵 심판 선고 하루나 이틀 전에만 하야 선언을 한다면 대통령직 파면 여부를 가릴 대상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에 탄핵심판이 ‘각하’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둔 판단이다.

다만 이를 위해 박 대통령의 사퇴 이후 여야가 사법적 면제라는 정치적 해법이 전제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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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질서있는 퇴진론’은 바른정당까지 가세한 범보수 진영의 목소리로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바른정당의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사법적으로 인용이나 기각으로 풀 것이 아니라 정치적 해법도 동시에 병행해야 한다”며 같은 주장을 펼쳤다. 바로 다음날 “제가 이 문제를 그냥 이렇게 갈 것이냐, 여러 가지 정치적 해법을 찾아봐야 하지 않겠냐고 (정 원내대표에게) 제안을 했다”며 정 원내대표와의 사전 교감 사실을 공개했다.

김성태 사무총장이나 이혜훈 의원 등 바른정당 일부 의원들이 주 원내대표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개인적인 발언”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아직까지 당 차원에서는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최근 이 같은 여권의 움직임에 대해 탄핵 인용 가능성을 염두해 둔 출구전략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해 바른정당 지도부까지 가세한 배경에는 탄핵이 인용될 경우 조기 대선에서 ‘심판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그리고 박 대통령이 자진사퇴하는 순간 60일간의 대선 레이스에 돌입 할 수밖에 없다. 지금 흐름이라면 3월 13일 이전 선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탄핵 전 사퇴의사를 밝히고 퇴진 시점을 4~5월 정도로 늦출 수 있다면 조기대선 시점도 그만큼 늦출 수 있다.

심판론에 직면한 자유한국당이나 지지율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바른정당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여권의 이 같은 주장은 불리한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라는 목적성은 뚜렷해 보인다.

 

묘한 헌재 분위기, 막장행보 대리인단 ‘왜?’

 

헌법재판소에서 벌어지는 행태에서도 박 대통령 거취와 관련된 징후를 찾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대리인단이 지난 22일 헌법재판소 심리 중 재판관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 발언을 쏟아내는 이른바 ‘막장변론’을 펼친 배경을 두고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 중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떠오르는 대통령 하야 가능성을 염두한 사전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3일 법조계 인사들은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 김평우 변호사의 전날 탄핵심판 심리 발언에 대해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법정 모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 변호사는 무려 1시간25분에 걸친 발언에서 “헌재의 모든 재판 절차는 국회 편을 들고 있다. 헌재 자멸의 길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북한식 정치탄압’, ‘사기극’, ‘대역죄’라는 표현을 썼고 국회가 탄핵소추 사유 13개를 일괄 표결 처리한 것을 두곤 ‘섞어찌개’라는 말로 비하했다.

김 변호사는 재판부 제지에도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을 향해 “국회 측 수석대리인”이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김 변호사의 이런 극단적인 행동은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헌재 심리가 공정하지 못하니 향후 결정에 승복하지 않겠다는 복선을 깔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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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국회 소추위원단측은 탄핵심판 변론을 최대한 방해하면서, 선고 전 박 대통령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국회 소추위원 측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변론후 “대통령 대리인단 변론 내용은 헌재 재판 절차를 송두리째 부인한 것”이라며 “헌재 선고 하루나 이틀 전에 대통령이 하야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물론 이 같은 대리인단의 태도에 대해 탄핵심판의 기각과 인용 여부를 떠나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정치적 행동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보수 지지층 결속을 강화하는 등 일종의 ‘세 불리기’로 지지 기반을 끌어모으기 위한 장외전을 고려한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여기에 박 대통령의 자진 사퇴설과 함께 ‘대리인단 전원사퇴’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리인단이 작심 발언 이후 사퇴 수순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결국 탄핵심판 지연 전략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와 함께 공정성을 계속 문제 삼는 것이 향후 헌재의 결정을 불복하기 위한 의도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전날 대통령 대리인단인 이중환 변호사는 ‘헌재 결정에 승복할 것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아직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답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탄핵심판 기각을 예상한 태도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지난 23일 오전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사회자 김어준은 김평우 변호사가 법정에서 막말 파문에 대해 “일각에서 어차피 탄핵이 되기때문에 더 이상 조심할게 없다고 해석하는 분들이 꽤 있다”며 “판결이 마지막까지 어떻게될지 모르는데 미리포기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반대론을 펼쳤다.

김어준은 “혹시 이 행위가 이미 (탄핵심판을) 기각할 사람, 인용할 사람에 대한 정보를 확보했다고 스스로 믿고있는것이 아닌가”생각된다며 “강일원과 이정미 판사 등 이분들은 인용할 것이라는 정보를 가지고 있어서 몇몇은 잘 보일 필요가 없고, 이미 기각할 판사들을 정보를 갖고 남은 목적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 기각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박 대통령의 지지층을 중심으로한 강경보수를 비롯해 여권에서 탄핵심판 기각을 강력히 주장해오고 있다. 또 최근 여의도 정치권에서 ‘탄핵 기각설’이 돌기도 했다. 탄핵 기각설의 요지는 이미 헌법재판관 중 2명 이상이 탄핵심판 기각 쪽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이미 근거없는 낭설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지만 탄핵 인용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단순한 ‘설’로만 여기기에는 의심스러운 대목이 많다는 의견도 심심치 않게 제기돼왔다.

이는 하야설이 탄핵 기각이 고려된 것일수도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탄핵 기각 결정 이후 닥칠 후폭풍을 잠재우고 명예로운 퇴진이라는 명분도 챙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朴대통령 측 기각 승부, 정치적 수사 그치나

 

하지만 문제는 정치권의 고민과 별개로 박 대통령이 하야를 선택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 측은 정치권에서 제기된 하야설을 일축하고 있다. 자진사퇴보다 탄핵 기각을 이끌어내는데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자진 사퇴론에 대해 “그런 것을 검토한 바도 없고 들은 바도 없고 논의한 바도 없다”고 거듭 일축했다.

친박계도 자진 사퇴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친박 김진태 의원은 조기 퇴진설에 대해 “절대 그럴 가능성은 없다. 0.00%”라며 “지금 탄핵 선고 전 자진사퇴를 말하는 사람들은 혹시 탄핵이 기각될까봐 걱정하는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친박 홍문종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내가 보기엔 다 헛소리”라며 “공론화된 이야기도 아니고 중구난방식으로 자기 이야기들 하고 있는데 의미있는 이야기가 되려면 여야 간 진지한 논의가 있거나 청와대에서 요청이 있다든지 하는 징후가 있어야지, 이런 식으로 여러 사람이 백가쟁명(百家爭鳴)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건 현재로선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물론 박 대통령으로서도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와 명예 등을 감안할 때 탄핵보다는 자진 하야가 여러모로 낫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헌정 사상 최초의 ‘탄핵으로 쫓겨난 대통령’이란 오명을 쓰느니 하야를 선택하는 쪽이 명예를 지키는 길이란 것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이미 탄핵이 인용되는 것이 명백할 경우 박 대통령으로서는 자진사퇴 카드외에는 뚜렷한 해법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당장 대통령의 예우와 명예는 둘째 치더라도 사퇴 이후 사법적 문제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검 수사 연장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검찰 수사 또한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자진 사퇴를 하더라도 이미 공범들이 구속돼서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에 검찰수사를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곧바로 구속되는 건 피해 갈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만약 여권에서 제안한 ‘정치적 해법’이 성사될 경우 박 대통령은 사법 책임이라는 부담에서도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정치적 해법이 실현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데 있다.

이미 야권에서는 여권에서 제시한 자진 사퇴론의 전제가 되고 있는 사법적 면제권에 대한 거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곧 탄핵 결정이 내려질 판에 (자진사퇴) 얘기를 꺼낸 저의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도 페이스북에 “개는 짖어도 탄핵열차는 달린다. 그분(박 대통령)이 가실 곳은 사저가 아니라 이미 정해져 있다”고 사퇴 후 사법 절차를 강조했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캠프의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사법처리나 사면은 법과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 측은 “사퇴한다고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사법처리를 피해 보려는 조건부 퇴진이 아닌 즉각 퇴진이어야 한다”고 거들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측 이용주 수석대변인도 “사퇴해도 탄핵과 특검 조사는 절차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야권이 강하게 반발할 것이 분명한 사면이 실현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국면에서 이를 감안하고 자진 사퇴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조기 퇴진론은 탄핵심판 결정을 앞둔 어지러운 국면을 타게하기 위한 정치적 수사에 그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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