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대사관 암살 지휘 정황 포착 의문의 독극물은 독성 강한 VX

사진=TV조선 방송 캡쳐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북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의 이복형이자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의 피습과 관련해 의문으로 남았던 배후와 암살방법에 대한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누가 죽였나’ 결국 北소행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은 지난 22일 열린 김정남 암살 사건 2차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에 연루된 남성 연루자 모두 북한 국적이라고 밝혔다. 특히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관의 2등 서기관 현광성이 김정남 암살을 지휘한 것으로 지목하면서 북한 배후설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탄 스리 칼리드 아부 바카르 경찰청장은 이날 쿠알라룸푸르 경찰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재 5명의 북한 국적 용의자를 쫓고 있는데 이들 중 4명이 말레이시아를 이미 출국하고 평양에 입국한 것으로 강하게 추측한다”고 발표했다. 또 “오늘 북한 정부에 이들의 송환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2등 서기관 현광성이 사건 당일 실제로 현장인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나와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을 배웅한 사실도 드러났다.

싱가포르 TV 채널 뉴스아시아와 NHK는 23일 김정남이 살해당한 지난 13일 현광성이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출국하는 북한 남성 용의자들을 배웅하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이 암살 배후로 북한을 지목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은 북한을 향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배후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도리어 남한의 음모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3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을 ‘공화국 공민의 쇼크사’로 규정했다.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된 ‘조선법률가위원회 대변인 담화’에서 “지난 2월 13일 말레이시아에서 외교여권 소지자인 우리 공화국 공민이 비행기 탑승을 앞두고 갑자기 쇼크상태에 빠져 병원으로 이송되던 도중 사망한 것은 뜻밖의 불상사가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담화는 “더욱이 엄중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말레이시아 측의 부당한 행위들이 남조선 당국이 벌려놓은 반(反)공화국 모략소동과 때를 같이하여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한국 보수언론들이 퍼트리는 북한 소행설은 ‘낭설’로, 한국 당국이 사건에 눈에 띄게 반응한 것은 “명백히 남조선 당국이 이번 사건을 이미 전부터 예견하고 있었으며 그 대본까지 미리 짜놓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23일 조선법률가위원회(위원회)라는 비상설기구를 앞세워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 결과도 전면 부인했다. 위원회는 이날 대변인 담화를 통해 지난 22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의 2차 수사결과 발표 브리핑 내용이 범죄수사학적으로, 법률적으로 모두 허점과 모순투성이라고 비판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이런 주장을 “억지주장이자, 궤변”이라고 일축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담화 관련 입장에 대한 질문에 “예상했던 것이고, 내용을 보니 대응할 가치조차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의 부인에도 수사결과와 정황상 북한 당국이 김정남 암살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북한 배후설은 사실상 기정 사실화되고 있다.

 

‘어떻게 죽였나’ 정체는 VX

 

김정남이 어떻게 암살됐는지도 의문의 대상이었다. 김정남을 살해한 여성들이 독극물을 사용했다고 언급함으로써 사실상 독살로 여겨왔지만 따라서 독극물 성분 분석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다양한 추측을 낳기도 했다.

특히 암살 시행 방법이 공개되면서 의문은 더욱 증폭됐다. 말레이시아 경찰에 따르면 여성들은 맨 손에 독극물을 바르고 김정남 얼굴에 물질러 사망에 이르게 했다. 공항 폐쇄회로(CCTV)에서도 김정남의 얼굴에 여성 용의자들이 특정 물질을 묻히는 장면이 확보됐다.

바카르 청장은 “일을 저지른 후 여성들이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은 것으로 볼 때 독극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듯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손에 바른 여성은 무사하고 얼굴에 바르면 사망에 이르는 독극물이 존재하느냐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내놓은 결과는 VX였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24일 김정남의 시신을 분석한 결과, 눈과 얼굴에 묻은 독성물질이 VX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신경작용제 VX 는 무색 혹은 옅은 갈색을 띠고 있으며 냄새가 없는 액체로, 피부에 닿거나 들이마시면 몇 분 이내에 신경계통에 작용해 호흡이 멈추는 독성을 지니고 있다.

1995년 옴진리교 신자들이 도쿄 지하철에 살포해 12명이 죽고 5500여명이 부상한 사린가스보다 독성이 몇배나 더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옴진리교의 한 신자는 1994년 VX를 이용해 오사카(大阪)의 한 남성을 습격해 살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암살한 여성 2명이 무사하다는 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부분이다. 당초 VX는 김정남을 암살한 여성 2명이 VX를 사용했다면 본인들도 영향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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