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어디쯤 왔을까? 찬바람이 여전하고, 매화도 산수유도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이럴 때 딸기체험이 꽃소식보다 반갑다. 따뜻한 하우스 안에서 싱싱한 딸기도 따고, 달콤한 맛에도 빠져보자. 잼 만들기부터 초콜릿퐁듀까지 신나는 체험도 무궁무진하다. 해발 1000m가 넘는 산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자연이 기르는 명품 딸기 맛보러 거창으로 달려간다.

딸기 따기 정말 재미있어요.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거창 딸기가 맛있는 101가지 이유

길고 지루한 겨울, 몸이 배배 꼬일 무렵, 귀가 번쩍 뜨일 만한 소식이 들렸다. 딸기가 맛있기로 소문난 거창에 딸기체험을 시작한다는 반가운 뉴스였다. 카메라를 챙겨 들고 서둘러 거창으로 달려갔다. 거창 서변마을로 들어서자 빼곡한 비닐하우스가 눈에 들어왔다. 비닐하우스마다 새콤달콤한 딸기들이 한창 익어가는 중이라 생각하니 절로 신이 났다.

[왼쪽/오른쪽]거창은 천여 m의 높은 산에 둘러싸인 천혜의 딸기 산지다. / 아싹하고 달달한 거창 명인딸기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거창은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덕유산, 가야산, 지리산을 비롯해 오도산, 대덕산, 황매산, 황석산, 기백산, 수도산 등 천여 m가 넘는 산만 20여 개에 이른다. 이렇게 높은 산에 둘러싸인 거창은 해발 500m를 넘나드는 산간 분지다. 연교차가 커서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엄청나게 춥다. 일교차도 말도 못하게 크다. 그런데 그런 기후가 딸기에는 최고의 조건이란다. 딸기 익는 시간이 다른 지역에 비해 더 오래 걸리는데, 그만큼 아싹하고 당도도 곱절로 좋아진다. 딸기 생산 면적으로만 따지면 우리나라 9위. 하지만 맛으로는 첫손에 꼽힌다.

이런 거창에는 가남정보화마을, 곰내미마을, 서변정보화마을, 수승대체험휴양마을, 황금원숭이마을 등 딸기체험 마을이 여러 곳 있다. 그중에서 딸기명인이 운영한다는 봉농원을 찾았다.

딸기명인의 농장인 봉농원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엄마는 딸기잼 만들고, 아이는 초콜릿퐁듀에 반하고

반갑게 인사하는 농장 주인을 따라 하우스 안으로 들어서자 달콤한 딸기 냄새가 가득하다. 먼 길 달려온 피로가 순식간에 달달하게 바뀐다. 그런데 딸기가 땅에서 자라지 않고, 허리 높이에서 자라고 있다. 신기해하는 모습에 주인은 자랑스레 한마디 한다.

"저희 농장은 거창 지역에서 처음으로 고설재배를 시작했어요. 흙에서 옮는 병충해가 없고, 깨끗해서 바로 먹어도 괜찮아요."

1m 높이의 고설재배라 깨끗하고 따기 쉽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잘 익어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딸기를 보자 꼴깍 침이 넘어간다. 참지 못하고, 한입 베어 물었다. 아싹하게 씹히는 순간 입안에 달콤한 과즙이 흘러넘친다. 정말 맛있다. 1m 정도 높이에서 자라고 있으니, 딸기 따기가 한결 편하다. 딸기 따는 방법은 아주 쉽다. 딸기가 무르지 않게 살짝 감싸 쥔 다음 살며시 당기며 꺾으면 똑 떨어진다. 아이들도 잘 딴다. 한 아이는 자기 주먹보다 큰 딸기를 따서 엄마에게 자랑하느라 신나고, 다른 아이는 따는 재미에 빠져 금방 한 통을 채워서 신났다. 아이들 웃음 따라 엄마아빠 얼굴에도 봄이 온다.

주먹만 한 딸기를 자랑하는 아이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왼쪽/오른쪽]한 통 가득 따는 재미 / 봄이 성큼 느껴지는 딸기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체험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체험장으로 가는 한 가족을 따라갔다. 딸기를 으깨고 설탕을 넣고 주걱으로 계속 젓는다. 그렇게 젓기를 40분. 아이들은 지루할 법도 한데, 딸기가 보글보글 끓어서 잼이 되는 과정을 재미있게 즐긴다. 준비된 토스트에 금방 만든 잼을 발라 먹는 맛이 정말 꿀맛이다. 다 만든 잼을 병에 넣고, 아이들이 삐뚤빼뚤 그린 라벨을 붙이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잼이 탄생한다.

[왼쪽/오른쪽]보글보글 재미있는 딸기잼 만들기 / 직접 그린 라벨을 붙여 나만의 잼 탄생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체험은 딸기 퐁듀다. 초콜릿퐁듀에 딸기를 담갔다가, 알록달록한 초코과자를 솔솔 뿌리면 예쁜 초코딸기가 탄생한다. 아이들은 초콜릿 옷을 입은 딸기가 만들어지자마자 먹기 바쁘다. 만드는 재미, 먹는 재미가 그만이다. 다 만든 초코딸기를 담아가는 상자가 옆에 있었지만, 담아갈 것도 없이 다 먹어버렸다.

딸기 초콜릿퐁듀 만들기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왼쪽/오른쪽]딸기 위에 초콜릿 옷 입히고 초코과자 솔솔 뿌려줘요. / 상자에 담을 것도 없이 자꾸만 손이 가요.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그 외에도 체험은 무궁무진하다. 딸기비누 만들기, 딸기젤리 만들기, 딸기차 만들기. 딸기로 할 수 있는 체험이 이렇게 많다는 데 놀랐다.

예쁜 모양의 딸기비누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향긋한 딸기차 만들기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우리나라 딸기명인 1호 농장

딸기 판매장 안에는 딸기박물관이 있다. 개인이 만든 작은 박물관이지만, 딸기의 역사, 품종, 거창딸기의 매력과 봉농원의 발자취까지 꼼꼼히 살펴볼 수 있는 알찬 박물관이다.

봉농원은 류지봉 씨 부부가 30년간 일군 딸기농장이다. 사과농장을 하신 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자연스레 농부의 꿈을 키워온 류지봉 씨는 농고를 졸업해 곧장 농장에 뛰어들었다. 척박한 땅을 빌려 농지로 가꾸고, 딸기하우스 2동으로 시작해 27동의 규모로 키워냈다. 그 열정으로 2013년에는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에 선정되었다. 딸기로 명인에 선정된 1호이자, 2호가 선정될 때까지 대한민국 유일한 딸기명인이다.

백화점으로 납품하는 명인딸기로 넉넉한 생활을 하건만 왜 힘들게 체험농장까지 하느냐고 주변에서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는 "딸기가 좋아서 더 많은 사람들이 딸기를 즐기기를 바라요. 그리고 애지중지 기르는 농민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가시면 더 바랄 게 없어요" 하며 소박한 마음을 전한다.

딸기 수확은 11월부터이지만 딸기체험은 3월부터 시작되며, 모든 체험은 홈페이지 예약으로 진행된다.

[왼쪽/오른쪽]30년 노력으로 일으킨 딸기농장 / 우리나라 딸기명인이 만든 딸기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재미있는 사과테마파크도 지척

거창에는 딸기만큼 사과도 유명하다. 거창IC에서 1km 거리에 있는 사과테마파크도 놓치지 말자. 사과의 역사와 상식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버튼을 누르면 달콤한 사과 향기가 퐁퐁 터져 나오고, 사과나무로 꾸며진 놀이방도 신난다. 백설공주와 왕자 옷도 입어 볼 수 있고, 사과요리교실에서 요리사도 되어 볼 수 있다.

즐길거리 많은 사과테마파크도 가깝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여행정보>

봉농원

-주소 : 경남 거창군 거창읍 주곡로 312-5

-문의 : 010-9828-3080

 

주변 음식점

-거창축협 한우팰리스 : 갈빗살 / 거창읍 거함대로 3178 / 055-943-9204

-동해식당 : 수타짜장면 / 가조면 가조가야로 1089 / 055-942-0020

-대전식당 : 갈비탕 / 거창읍 주곡로 504-20 / 055-942-1818

 

숙소

-충신당 동계정온고택 : 거창군 위천면 강동1길 13 / 055-942-0173

-원학고가 : 거창군 위천면 황산1길 109-5 / 055-943-3104 / 한옥스테이

-마이다스온천모텔 : 거창군 가조면 온천길 44 / 055-941-1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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