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830억원대 차명주식을 은닉한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 검찰 고발은 면했지만 '솜방망이 처벌'이란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신세계 그룹 이명희 회장과 계열사인 신세계, 이마트, 신세계푸드 등 3개사는 차명주식 관련 공정거래법을 위반 혐의로 과태료 및 경고처분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총수인 이 회장에 대해 검찰 고발하지 않고 경고조치만 내린 것을 두고 봐주기식 처벌이라고 지적했다.

 

(사진=뉴스포스트DB)

공정위 경고, 솜방망이 논란

공정위는 6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인 신세계 그룹의 신세계, 이마트, 신세계푸드 등 3사가 공시규정을 위반했다며 과태료 58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지정자료 허위제출, 주식소유현황 허위신고 등에서는 경고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이 회장은 1987년부터 신세계 주식 일부를 전·현직 임원 명의로 관리했다. 실제 본인 소유 주식임에도 이를 퇴직 임원 명의인 것처럼 허위 신고한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신세계, 이마트, 신세계푸드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기업집단 현황 공시에서 동일인 소유 주식을 기타란으로 허위 공시했다. 차명주식의 실질적 소유자는 이 회장이며 명의 대여인은 신세계 전현직 임원이었다.

당시 이 회장은 오랫동안 차명주식을 감추고 있다가 2015년 11월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국정감사 의원들의 추궁이 있자 실명 전환했다. 이 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하던 주식은 신세계 9만1296주(0.92%), 이마트 25만8499주(0.93%), 신세계푸드 2만9938주(0.77%) 등 총 37만9733주였다. 당일 종가기준 약 830억원 상당이다.

신세계 임원이었던 구씨는 1998년경부터, 이씨와 석씨는 1996년 이전부터 이 회장 차명 주식의 명의 대여인이었다. 또한 1998년 신세계푸드 우리사주조합이 소유한 주식을 이씨 명의로 취득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공시 규정 위반 행위에 신세계 1,800만원, 이마트 1,800만원, 신세계푸드 2,200만원 등 3개 사에 총 5,800만 원의 과태료 부과했다. 아울러 이들 3사가 주식소유현황을 허위로 신고한 행위에 대해서는 경고 처분하기로 했다.

지정 자료 허위 제출 행위도 드러났다.

이 회장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지정자료 제출 시 신세계 등 3개 사의 본인 소유(실질 소유 기준) 주식을 기타란에 합산하여 제출했다.

다만 공정위는 명의신탁 주식의 대상회사인 신세계 등 3개 사는 모두 신세계의 계열회사이므로 ‘신세계’ 를 기업집단으로 지정하는데 있어서 영향을 미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경고 조치를 내렸다.

주식 소유 현황도 허위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세계 등 3개 사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주식 소유 현황을 신고하면서 이명희 회장 소유 주식을 기타란에 합산하여 허위 신고했다.

공정위는 차명주식 지분율이 1%미만으로 미미한 수준이고, 동일 내용의 공시 위반 건으로 과태료를 부과한 점 등을 고려해 신세계 소속 3개 사에 경고 조치를 결정했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해 9월 계열사 지분 관련 자료를 허위제출한 혐의로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이 회장과 동일함 혐의다.

당시 11개 롯데 계열사들은 2011~2015년 기업집단 현황공시 및 비상장사 공시에서 해외계열사를 신격호 관련자가 아닌 기타주주로 허위공시하고, 2012~2015년 주식소유현황 신고에서도 마찬가지로 허위신고했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신격호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롯데 계열사에겐 총 5억7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형사상 처벌 요건 갖췄다"

이 회장의 차명주식 사건은 지난 2015년 5월 서울지방국세청 이마트 세무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1년간의 조사 끝에 이 회장은 지난해 4월 국세청으로부터 700억원대 증여세를 부과받고 금감원으로부터 이듬해 주식 등의 대량 보유 상황 보고 등 위반으로 경고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에도 검찰 고발 없이 경고로 마무리 된 제재 수위에 대한 적정성이 뜨거운 논란이 됐다.

경제개혁연대 강정민 연구원은 "이명희 회장의 차명 주식 보유가 처음이 아닌데다, 증권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해서라도 엄중한 제재가 필요했다"며 "금감원이 사실상 아무런 불이익이 없는 경고로 마무리하면서 제재의 실효성에 의문이 일게 됐다"고 일갈했다.

재벌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박영선)는 국정감사를 통해 "국세청이 또다시 재벌봐주기식으로 세금을 얼마 내게 하고 아무런 처벌없이 넘어가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과거 2006년에도 국세청의 세무조사 과정에서 신세계그룹의 차명주식이 대량 발견된 바 있으나 국세청이 고발 등 형사적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당시에도 국세청은 명의를 빌려준 자에게만 액면가(5000원)를 기준으로 증여세 2억원을 부과하는 '솜방망이 처벌'을 했었다는 것.

재벌특위는 신세계 차명주식 사건에 대해 △비자금과 관련한 횡령·배임 등 형사처벌 △조세범처벌법 및 특가법 위반에 따른 형사처벌 △금융실명제법 위반에 따른 형사처벌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로 총수의 횡령·배임건에 대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주식회사 신세계로부터 약 60억 원이 이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등 총수 일가의 계좌로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했는데 이를 제대로 수사해서 결과를 공개하고 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조세범처벌법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이다. 관련법에 따르면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와 '일정 금액 이상의 조세 포탈'이 있으면 처벌이 가능하다. 신세계 차명 주식 사건은 이런 요건을 충족한다는 게 재벌특위의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현행 금융실명법은 "누구든지 불법 재산의 은닉, 자금 세탁 행위 또는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 및 강제집행의 면탈, 그 밖에 탈법 행위를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 거래를 하여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돼 있다. 이 회장이 이를 어겼으므로 형사처벌 요건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재벌특위는 "과거 세무조사로 이 회장의 차명주식이 발견된 바 있고, 유사한 사건에서 사기 및 부정한 행위'로 판단한 대법원 판례가 있는만큼 처벌이 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