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예정 서울 3대 집창촌 둘러보다

서울 3대 집창촌 풍경

청량리 588, 주상복합단지로 탈바꿈

12년 방치, 미아리텍사스촌의 어둠

‘청소년출입금지’ 무용지물 천호동 텍사스촌

 

철거가 진행중인 청량리 588 집창촌 (사진=우승민 기자)

[뉴스포스트=우승민 기자] “오빠 들렀다 가~” “잘해줄게”

지난 3일 오후 3시. ‘청량리 588’로 유명한 서울 전농동의 집창촌 골목을 찾았다. 과거에는 집창촌 거리를 스쳐 지나가기만해도 붉은 불빛들이 섬뜩함을 주었다. 하지만 도시재생계획에 따라 철거가 시작된 지금은 과거 성행했던 60~70년대의 느낌과는 달랐다. 철거가 진행되고 있었음에도 아직 몇몇 업소가 남은 업소는 어두워지기 전부터 영업을 시작했고 손님들의 발걸음은 줄었다.

1960~70년대 가장 성행했던 성매매는 특정지역에 집촌화 되어있는 소위 ‘윤락가’로 불리는 용산, 청량리588, 천호동, 영등포, 미아리 등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곳에서 성매매는 주류와 유흥을 제공하면서 성매매를 주목적으로 하고 있었고, 60~70년대 성행했던 성매매는 성매매방지법 이후 규모가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용산역에 있던 집창촌은 철거가 돼 현재 주상복합단지가 들어서고 있다. 그리고 집창촌의 대명사처럼 불렸던 ‘청량리588’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른바 텍사스촌이라 불리는 천호동과 미아리 일대 집창촌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라지거나 아직 남아있는 현재 집창촌의 모습과 속사정을 직접 찾아가 들여다봤다.

빨간색 라커로 X자가 그려진 청량리 588 집창촌 일대 (사진=우승민 기자)

빨간색 ‘X’ 표시로 가득한 청량리 588

서울 3대 집창촌 중 한 곳인 ‘청량리 588’의 첫 인상은 말 그대로 ‘공사판’이었다. 청량리 일대는 직업여성들의 모습보다는 철거에 동원된 인부들을 더 쉽게 볼 수 있었다. 그 곳에선 포크레인의 굉음과 함께 사창가 건물 한켠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고, 유리 창문에는 빨간색 락카로 ‘X’자 표시가 낙서처럼 그어져 있었다. 가게 안 굴러다니는 빗과 헤어 롤, 부서진 타일조각은 과거 화려했던 기억을 잊게 만들고 음산함만을 더했다. 아직 영업을 하고 있는 가게들도 일부 있었으나, 줄어든 손님들 탓인지 한산함 속 적막함만이 가득해 보였다. 진한 화장 속 낮 손님을 기다리는 그녀들의 모습 뒤편에선 한때 신앙처럼 여겨져 온 도시화·산업화의 그늘과 함께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졌다.

앞서 청량리 일대는 1994년 서울시 도심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주민간의 합의점을 찾지 못해 갈등을 이어오다 2015년 동대문구가 관리처분 인가를 내리면서 재개발 사업이 본격화됐다. 청량리 제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위원회와 동대문구에 따르면 이 지역에는 2020년까지 65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과 42층의 호텔·백화점 등 랜드마크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에 청량리 588 일대는 도심재개발사업에 따라 80여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청량리 588 일대는 한때 서울의 3대 집창촌으로 불렸고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156개 업소가 영업하던 곳이다. 지난해 5월부터 본격적으로 이주가 시작되면서 현재는 대부분의 업소가 문을 닫고 단 4곳만이 남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4곳은 아직 영업을 하고 있었고 선탠이 진한 검은 차들은 여전히 거리를 천천히 지나다니면서 여성들을 둘러보면서 다니고 있었다.

청량리 588의 골목으로 들어가니 철거되고 있는 건물과 남아있는 건물들은 외관상 아주 오래된 건물들이었다. 건물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 좁은 공간에서 영업을 어떻게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다. 방의 모습보다는 목욕탕 타일로 인테리어가 되어 있었고 미용실 느낌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아직까지 운영을 하고 있는 영업소들 때문인지 골목골목마다 포주로 보이는 사람들이 거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들은 서로 길에서 아는 척을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청량리 588 일대를 둘러보고 있는 기자에게 말을 걸어왔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들은 포주와 직업여성들을 관리하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이들은 “여기는 원래 철거가 되었어야 했다”며 “여기 일하는 사람들도 보상금 문제가 서로 합의가 되었으니 나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철거를 눈앞에 두고 영업을 하고 있는 여성들은 당장 생계를 걱정하고 있었다.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지금 내일이 걱정이다”며 “먹고 살기위해 철거를 진행하고 있는 이곳에서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매매업소들이 사라지면서 인근 상인도 타격을 받고 있다. 집창촌 골목 입구에 자리한 한 분식집은 장사가 한참이어야 할 시간인데도 가게 안이 텅 비어 있었다. 인근에 자리한 포장마차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몇몇 가게는 최근 손님이 뚝 끊기면서 이전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동대문구청 관계자는 “주변 상인들로부터 장사가 안 된다”는 항의성 민원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철거가 진행중인 청량리 588 (사진=우승민 기자)

미니천막이 모여 있는 미아리

철거가 진행 중인 ‘청량리 588’에 이어 길음역에 위치한 ‘미아리 텍사스촌’은 진행이 시작되기 전 단계이다.

지난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12년 간 방치되고 있는 서울 하월곡동의 이른바 ‘미아리 텍사스촌’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바뀐다. 상업시설 면적은 줄고 주택 비중이 높아져 기존 계획보다 1059가구가 많은 2251가구의 주택을 지을 예정이다. 미아리 텍사스촌 부동산 관계자는 “5년 뒤에는 철거가 시작될 것이라고 알고 있다”고 전했다.

오후 5시쯤 찾아간 일명 ‘미아리 텍사스’로 알려진 미아리 집창촌 분위기는 어두웠다. 집창촌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쓰레기 냄새부터 시작해 주위는 정리가 하나도 되어있지 않은 쓰레기로 가득한 음침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미아리 텍사스촌’은 길음역 10번 출구로 나오면 모텔 들어가는 발과 같은 모양새를 가지고 있는 쪽이 입구였다. 입구 위에는 ‘청소년 출입금지’라는 팻말과 함께 들어가는 입구를 알려주고 있었다.

발을 가르고 안으로 들어가자 업주들의 표정은 신경을 쓰지 않는 듯 보였지만 의심의 눈초리로 기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약 30분정도 골목을 돌아다니면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포주로 보이는 여성이 기자에게 “안으로 들어가서 쭉 들어가면 원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라고 길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포주로 추측되는 여성이 알려준 길을 따라가니 집창촌을 나가는 뒷길이었다. 쫓아내려는 그들의 손짓에도 불구하고 다시 집창촌으로 들어와 둘러보았다.

영업소 앞 포장마차들이 가득한 미아리 텍사스촌 (사진=우승민 기자)

미아리 텍사스촌은 골목골목마다 포장마차들이 즐비해있었다. 좁은 골목마다 줄지어있는 포장마차들은 실제로 운영하는 포차도 있었다.

아직은 이른 시간인지 청량리 588과 천호동 텍사스촌과는 달리 가게의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또한 청량리 588 일대의 집창촌과는 달리 문이 모두 안을 볼 수 없도록 가려져있거나, 매우 두꺼운 커튼으로 가려져 있어 안을 볼 수 없었다. 가게 앞에는 ‘외국인 사절!!’ 이라는 문구가 각 가게마다 쓰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한 각 가게마다 작은 미니천막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 안에는 사람이 앉아서 핸드폰을 하거나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곤 했다. 천막 안에 있는 아주머니께 가게 앞에 있는 미니천막의 용도를 물어봤더니 “여기는 밖은 추우니깐 앉아서 쉬는 공간이에요”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겨우 대답을 해주는 아주머니께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현재 ‘청량리 588’이 철거되고 있는 와중에 ‘미아리 텍사스촌’도 곳곳에 임대와 영업을 하지 않는 가게들을 통해 철거가 암흑리에 진행 중이라는 생각이 들어 철거가 진행 중인지 물어보았다. 이에 “진행한다고 말이 나온 지는 지금 몇 년이 됐다. 그래서 다른 곳으로 영업을 하러 나간 사람들도 있고, 철거는 지금 진행 중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라고 말을 아꼈다.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지만 “잘 모르겠다”라며 무덤덤한 모습이었다.

또한 ‘미아리 텍사스촌’의 주위를 둘러보니 36층의 초고층 건물들 사이에 껴 있었다. 36층 건물로 들어가 집창촌을 내려다보니 주위는 이미 고층 건물들을 세우고 있었고, 집창촌만 남아있는 상태였다.

영업을 시작하고 있는 천호동 텍사스촌 (사진=우승민 기자)

‘허’ 차량이 지나다니는 천호동 텍사스촌

청량리 588에 이어 40층 규모의 대규모 주상복합단지가 들어설 예정인 서울의 대표적인 집창촌 중의 하나인 천호동 텍사스촌은 아직 청량리 588과 미아리 텍사스촌과 같이 철거를 시작하고 시작하는 단계가 아닌 모습이었지만 내년이면 철거가 시작된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업여성들은 아직은 철거가 되지 않고 있지만 얼굴에는 낯선 이들이 다가오면 철거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흠칫하기도 했다. 오히려 직업여성들보다는 그들을 관리해주는 할머니들이 나서면서 대신 이야기를 해주려는 모습도 보였다. 직업여성들은 아직까지는 철거에 대해서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지난해 6월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강동구 천호동 423-200번지 일대 집창촌 일명 천호동 텍사스촌이 없어지고 대규모 주상복합단지로 개발된다. 서울시 SH공사는 천호1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과 집창촌과 천호 재래시장이 위치해 있는 천호1 도시환경정비사업을 공동시행하기로 합의하고 공동시행 약정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1970년대부터 형성된 천호시장과 동서울시장 등 노후 재래시장과 시장 주변에 생겨난 집창촌 자리가 40층 규모의 4개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는 복합단지로 탈바꿈될 예정이다.

천호동 텍사스촌 입구 '청소년 통행금지 구역' 팻말 (사진=우승민 기자)

천호동 4번 출구에서 나와 시장골목을 지나 골목길로 들어가니 입구에는 ‘청소년 출입불가’라고 적혀있는 천막이 걸려있었다. 천호동 텍사스촌의 특이한 점은 주택가와 전통시장 사이에 집창촌 거리를 바로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대로변에서도 보일만큼 생각보다 일상과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천호동 텍사스촌은 청량리 588일대와 미아리 텍사스촌과는 달리 깨끗한 느낌을 받았다. 천호동 텍사스촌에도 여느 집창촌의 거리와 마찬가지로 안이 훤히 보이는 창문에서 20대부터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직업여성들이 화장을 한 채 창문 앞에 자리를 잡고 오후 3시부터 영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모든 곳이 영업을 하고 있지는 않았다. 곳곳에서 할머니들의 얼굴이 보였고 이들은 “우리는 여기 일하는 아가씨들을 관리해주는 사람이에요. 우리는 보통 청소나 음식을 해주는 사람들이지”라고 말했다. 미아리 텍사스촌을 갔을 때에는 주변을 정리하거나 청소하는 사람을 볼 수 없었는데 천호동 텍사스촌은 관리를 해주시는 분들이 보이는 만큼 관리가 잘 되어있는 모습이었다.

또한 골목골목마다 연탄을 피운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일을 하시는 할머니들께 인터뷰를 요청하니 “대부분 연탄을 사용하는 이유가 싸니깐 사용하는거다”라고 말하며 연탄들이 쌓여있는 연탄창고를 볼 수 있었다. 이들은 돈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서 연탄을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연탄을 사용한 지는 꽤 오래 되어 보였다.

또한 해가 지지 않은 시각에 학생들과 일반인들 그리고 장애인들까지 거리낌없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교복을 입고 가방을 매고 다니는 학생들의 모습도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았다. ‘청소년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걸려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학생들도 직업여성들이 익숙한 듯 거리를 어색하지 않고 친구와 장난치며 걸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서울의 3대 집창촌을 둘러본 결과 공통적으로 집창촌의 분위기는 음산한 분위기를 냈으며 관련 업주들은 기자들을 경계했다. 또한 남아있는 집창촌들은 하나 둘씩 철거를 해나가는 분위기였다. 이에 갈 곳을 잃은 직업여성들의 생존권 논쟁은 계속 되고 있다.

한편 성매매업소 집결지인 ‘집창촌’이 도시 재정비 사업으로 대거 폐쇄되면서 도시의 오랜 흉물이 사라지게 됐다며 반기는 목소리가 지배적이지만, 유사·변종 성매매가 늘어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직업여성들 대부분이 오랜 기간 성매매에 종사하면서 사회생활에 익숙지 않고, 거주지와 생계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착지원과 처벌 강화 외에도 성매매 행위에 대해 가볍게 여기는 사회인식의 개선과 여성 종사자의 성매매 업소 유입 주원인인 경제적 곤란 등에 대한 사회적 지원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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