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한방에 죽음의 땅으로 변한 중국

사드 부지 제공에 중국 ‘反롯데’ 여론 극에 달해

중국 내 롯데마트 점포 절반이상 영업정지 처분

‘캐시카우’ 면세점, 중국 관광객 발길 뚝 끊겨

롯데호텔·롯데백화점 등 계열사도 사드 후폭풍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롯데그룹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 제공 여파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중국 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담당한 롯데마트가 잇따라 영업정지 조치에 들어간 것은 물론 중국 소비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누리던 제과 제품이 불매 리스트에 올랐다. 중국 관광객들이 즐겨 찾던 롯데호텔과 롯데면세점 등 롯데계열사들 역시 사드 후폭풍에 매출 급감이 우려되고 있다. 무엇보다 롯데로서는 현 위기 상황 타계를 위한 대책이 마땅히 보이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고민거리다.

(사진=뉴스포스트DB)

지난달 롯데그룹이 국방부와 협의를 통해 경북 성주 스카이힐스 골프장의 사드 부지 제공을 최종 결정하자, 사드 한반도 설치를 강력히 반대해 온 중국 측이 즉각 ‘반(反)롯데 보복 공세’에 나섰다.

당초 롯데그룹은 성주 골프장의 사드 부지 제공 관련 그에 따른 여파를 우려해 왔다. 사드 부지 제공을 확정짓는 몇 차례 이사회에서도 이를 쉽게 결론짓지 못하며 회의 자체를 연기하기도 했는데, 그만큼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드렸다는 방증이었다.

그럼에도 롯데그룹은 정부의 정책적 결정을 충실히 따라 이를 수용했는데, 현재 중국 측의 보복 수위는 당초 예상됐던 범위를 크게 넘어서고 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에 대한 중국 당국의 전방위 행정·사법적 압박은 물론이고, 중국 현지인들의 롯데제품 불매 움직임이 거세지는 등 반한·반롯데 감정이 극에 달하고 있는 것.

더 큰 문제는 중국내 반롯데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롯데에 대한 불매운동을 부추기고 있고, 인터넷에서 시작된 불매운동은 오프라인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추세다.

롯데가 겪고 있는 후폭풍에 대해 업계에서는 “기업 입장에서는 감내하기 쉽지 않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롯데의 향후 대처 계획은 물론 중국 사업 피해에 따른 정부의 지원계획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중국내 롯데마트, 절반이상 영업정지

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 후 중국당국의 보복이 노골화되고 있는 가운데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롯데그룹의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롯데쇼핑이다.

8일 기준으로 중국 내 롯데마트 55개 점포가 소방안전법 위반 등을 이유로 영업정지 조치를 받았다. 전체 롯데마트 중국 내 매장수가 99곳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이상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셈이다.

현재까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매장은 화동법인 51개(장쑤성 41개, 안후이성 4개, 저장성 4개, 산둥성 2개), 동북법인 2개(랴오닝성 2개), 화북법인 2개(허베이성 2개) 등이다.

롯데쇼핑은 중국에서 백화점 5개, 롯데마트 99개, 롯데슈퍼 13개 등 총 120개의 유통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영업정지 여파가 어디까지 번질지는 미지수다.

중국 당국이 중국 롯데마트, 슈퍼, 백화점 등 롯데쇼핑 점포에 대한 소방점검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 실제로 지난해 성주 골프장이 사드 후보지로 결정된 11월 이후 중국내 롯데 사업장에 대한 시설점검은 200차례 이상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영업정지에 따른 롯데의 금전적 손실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베이징 롯데슈퍼 3개 점포가 문을 닫기 전을 기준으로, 롯데슈퍼 13개를 포함한 할인점 115개점 총 매출은 1조1290원에 달했다. 1개 점포의 월평균 매출이 8억원대인 셈이다. 현재까지 영업정지 조치를 받은 55개 매장이 한 달 가량 문을 닫을 경우 손실액만 해도 44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뉴시스=뉴스포스트DB)

계열사까지 ‘불똥’

중국 당국의 사드 보복성 움직임은 롯데마트 뿐만 아니라 롯데제과 등 다른 계열사로도 번져 나가고 있다. 특히 롯데가 참여한 중국 현지 합작사에까지 보복의 손길이 뻗치고 있어, 이들 협력사들 또한 조만간 큰 불이익을 당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롯데제과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롯데제과와 미국 허쉬사(社)가 합작해 설립한 ‘롯데상하이푸드코퍼레이션’에 대해 소방안전점검을 진행했다. 이후 지난 6일 소방안전시설 미흡을 이유로 1개월 생산정지 처분을 내렸다. 유통 매장인 롯데마트 외에 롯데 제조 계열사에 중국 당국이 내린 첫 번째 제재 조치다. 생산 중단 기한은 점검일(3월 6일)로부터 한 달 후인 다음달 6일까지로 알려졌다.

롯데제과와 허쉬사가 각각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초콜릿공장 롯데상하이푸드코퍼레이션은 허쉬 키세스, 허쉬 바 등을 생산한다. 이곳에서 생산된 제품은 대부분 중국에서 판매되며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로도 수출된다. 매출은 연 800억원 규모에 달한다.

특히 미국 측 지분이 절반 이상이기 때문에 만약 생산중단이 무리한 단속에 따른 것이라면 사드배치를 둘러싼 한·중간 갈등이 미·중간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외에 중국 시장 지배력이 큰 프랑스계 유통기업 까르푸가 한국산 제품을 납품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도 반한·반롯데 감정에 따른 불이익을 우려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캐쉬카우’ 면세점 흔들

중국 관광객들이 즐겨 찾던 롯데면세점도 상황이 좋지 않다.

면세업의 경우 소비침체로 어려움이 증가하고 있는 국내 유통업계에서 보기 드문 블루오션 시장이다. 더욱이 롯데면세점은 높은 매출과 현금성 등으로 그룹 내 ‘캐쉬카우’로 손꼽혀 왔다. 그리고 현재 롯데면세점을 비롯한 국내 주요 면세점의 핵심 고객층은 중국 단체 관광객들로 이들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하고 있다.

이와 관련 6일 한국관광공사 및 면세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은 804만여명으로 집계되는데, 이중 개별 여행객과 단체 관광객의 비율은 6대4이다. 단순히 산술적으로만 계산해도 중국 단체 관광객 수가 350~400만여명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 속 중국인 단체관광객 감소 및 롯데면세점 이용 거부 등이 이어질 경우 그에 따른 매출 감소 직격탄이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매출 타격을 넘어 면세사업 존폐 위기까지 찾아올 수 있다고 분석 중이다.

한산한 모습의 롯데면세점 (사진=뉴시스=뉴스포스트)

면세사업 부진은 롯데그룹 전체로 봐도 치명적일수도 있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35년 역사의 롯데면세점은 국내에서 대체불가 1위 업체다. 2015년 기준 소공점과 월드타워점의 매출액은 3조9000억원이다. 당시 기준 서울시내 6개 면세점 총 매출액의 50%가 롯데면세점 몫이었다.

지난해에는 롯데면세점 매출액이 6조원으로 증가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중 70%인 4조2000억원을 중국 관광객이 올렸다. 최근 들어 유커들이 감소했지만 개별 여행객의 비중이 증가하며 하면서 여전히 롯데면세점 전체 매출에서 중국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발길을 끊을 경우 예상 피해액은 롯데면세점 연간 3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롯데면세점 제주점 역시 사드 후폭풍의 직접 피해를 받고 있다.

지난 6일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이날 오후 중국 상하이에서 입항한 코스타 아틀란티카(8만500t급)호의 관광객 1500여명이 롯데면세점 제주점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당일 이 곳을 찾은 이들은 80여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중국관광객은 도내 다른 면세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7일도 크루즈선을 통해 1400여명의 중국 관광객이 롯데면세점 방문을 예고했으나, 이들 또한 발길을 다른 면세점으로 돌렸다.

롯데 관계자는 “지난달 사드 부지 계약 후 매출이 점점 줄고 있다”며 “이달 들어 지난 5일까지 5일 간의 매출을 전월과 비교해 보니 10~15% 정도 매출이 빠지기 시작하는 등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면세업계에서는 사드 여파가 롯데면세점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 우려하고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이 흔들릴 경우 가뜩이나 불황에 허덕이는 신규면세점 등은 경영난으로 도산까지도 고민해야하는 수준”이라며 “유커 감소 이후 싼커 마케팅과 함께 일본 동남아 등을 대상으로 한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롯데 전 계열사가 위기

롯데월드타워, 롯데호텔, 롯데백화점 등도 사드발 후폭풍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롯데월드 어드벤처의 경우 최근 3년 연속 외국인 입장객 100만명을 돌파하며 유커들 사이에서 ‘한국에 가면 가봐야할 곳’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롯데월드타워 완공으로 롯데월드타워몰과 6성급 호텔 ‘시그니엘’ 등과 결합해 해외 관광객 유치에 더욱 시너지를 기대했지만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그룹의 숙원사업인 롯데월드타워 흥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롯데그룹은 3월에 전망대를 먼저 열고 6성급 호텔 시그니엘이 개관하는 4월 초에 맞춰 롯데월드타워를 전면 개장해 중국인 관광객을 대거 유치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 경우 아직 폐점 전 수준으로 매출을 회복하지 못한 월드타워 면세점은 물론 잠실에 위치한 아쿠아리움, 전망대 등의 시너지 효과가 미비해 ‘장밋빛 미래’를 꿈꾸던 롯데그룹의 계획이 어긋날 수밖에 없다.

롯데면세점과 롯데호텔 등의 매출감소는 롯데그룹 전체적으로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앞서 롯데그룹은 정책본부를 대폭 축소하고 모든 계열사를 4개 부문으로 나눈 조직 개편을 추진했다. 지난해 10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발표한 ‘경영혁신안’의 일환이다.

경영혁신안에 따르면 93개에 달하는 계열사를 유통, 화학, 식품, 호텔·서비스 등 크게 4개 사업군으로 나눴다.

중국의 보복 조치가 장기화될 경우 4개 사업군 중 호텔·서비스를 비롯해 유통이나 식품부분에서 큰 피해가 예상돼 그룹 전체적으로 위기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호텔·서비스 산업은 면세점으로 대표된다”며 “2015년부터 시작된 신동주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요 사업군에 매출 실적이 이어진다면 그룹 전체적으로도 위기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중국의 보복조치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대응책이 마땅히 없어 고민”이라며 “지난 몇 십년간 중국 사업에 공들여 온 롯데그룹 존폐의 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움 요청한 롯데, 정부 대응은?

지난 5일 롯데그룹은 황각규 경영혁신실장 주재로 관련 계열사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중국 현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서는 중국 내 반한 감정과 관련된 현황 및 계열사들의 대응책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에 진출한 기업의 피해와 기업 활동 위축에 대해 정부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키로 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중국 전 주재원과 상시 대응 체계를 갖추고 롯데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현지 고객들의 피해가 없도록 만전을 기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며 “롯데그룹 해외직원 6만여명 중국 고용 인력이 2만명에 달하는 만큼 현지 직원 정서 안정화에도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롯데의 이 같은 대응과는 별개로 현 정부가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각 정부 부처서 피해기업 지원방안 등이 논의 되고 있고 WTO 제소 등의 움직임도 나타나곤 있으나, 차기 대선 이슈가 정국을 감싼 상황 속에서 실질적인 해결책 마련까진 사당 시일이 요구될 것으로 예상되며 그 기간 동안 누적된 피해를 감내할 행정조치는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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