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 삼성동 사저에 도착한 박근혜 전 대통령(사진=뉴시스=뉴스포스트)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대통령 파면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사저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서울 삼성동 사저 대독형식으로 사실상 ‘탄핵불복’에 가까운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여론전에 돌입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헌재의 탄핵시팜 인용 이틀 만에 청와대를 떠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에 도착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예상과 달리 밝은 모습으로 사저 앞에 모인 지지자들과 마중나온 친박 의원들을 맞이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마이크 앞에 서는 일은 없었다. 대신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박 전 대통령의 입장을 전했다.

민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의로서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 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한다. 저를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직접 밝히진 않았지만 그동안 침묵을 지켜온 박 대통령의 첫 입장이다. 하지만 탄핵심판 결과에 대해 승복한다거나 국민 대통합 필요성을 언급하기 보다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불복 의사나 다름없다는 해석이다.

민 의원은 기자들의 헌재 결과 승복여부를 묻는 질문에도 “그런 말씀 없었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사실상 불복 메시지에 대해 검찰 수사와 대선 정국을 대비해 지지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한 정치적 의도로 보고 있다. 일단 여론전을 통해 열성적인 보수층을 지지세력으로 확보해 놓는 것이 향후 법적 대응에 있어 유리할 것이란 계산이다.

또 검찰 수사를 앞둔 박 전 대통령이 헌재 심판을 승복할 경우 관련 혐의를 인정하는 모습으로 비출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행동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헌재의 판결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며 향후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발표에 대해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각당 대변인들은 국론분열을 부추기는 행위라는 강도놓게 비판했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12일 오후 추가 현안브리핑에서 “박 전 대통령은 끝까지 자신의 국정농단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였다. 여전히 헌재의 탄핵 인용에 불복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아 충격적이고 대단히 유감스럽다” 밝혔다.

윤 수석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에게 국민과 헌법질서의 명령에 순응하고 존중하기를 바라는 것이 그리도 과한 일인지 답답하다”며 “마지막 떠나는 모습에서 헌재의 판결을 승복 존중하는 입장을 밝혀 사회 갈등 치유와 국민통합에 역할을 하는 전직 대통령다운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는 것이 무리한 요구는 아닐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진영 국민의당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이 헌법 재판소의 판결에 승복하여 국민통합에 기여할 것을 기대했으나 역시 허망한 기대였다”며 “진실은 밝혀진다고 운운하며 끝내 헌법재판소 결정에 불복한다는 태도를 취한 것은 깊은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바른정당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조영희 바른정당 대변인은 “헌재 판결의 존중과 통합의 메시지를 원했건만 본인 스스로의 입장 표명도 없이 대리인의 입을 통해 분열과 갈등의 여지를 남긴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며 “박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최고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엄숙하게 받아들이고, 그 결과를 존중해야 할 것이다”이라고 밝혔다.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은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오만방자한 태도에 소름이 끼칠 지경”이라며 “대통령으로 있으면서도 국민과 맞서 싸우더니, 국민에 의해 파직 당하고서도 국민의 뜻을 인정하지 않고 버티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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