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길호 전 (사)기업소비자전문가협회 회장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정길호] 2014년 6월 11일 런던에서 1만 명의 블랙캡(전통적인 검정색 런던택시)운전기사들이 주요 거리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인 사태가 있었다. 시위를 벌인 이유는 영국 관광의 상징인 웨스트민스터 사원, 버킹검 궁전과 함께 유명한 블랙캡 기사들이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기사가 되기 위해 12번의 시험을 치르고 6만개가 넘는 거리와 건물을 외워야 하는 악명 높은 암기 능력(knowledge)을 인정받아야 하는 직업의 자부심을 갖고 돈벌이(비싼 요금)를 해왔는데 디지털 기술의 발전의 결과인 스마트앱 기반의 우버시스템이 경쟁자로 등장한 것이다.
우버택시의 비즈니스 모델은 승객과 운전기사를 저렴하고 편리하게 연결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을 기반으로 활동을 하며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은행업 및 데이터 분석, 지급결제, 자본시장 관련기술, 자산관리 등을 포함한 핀테크의 발전도 금융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진 신생기업 탄생에 중요한 요소인 자금 조달 방법에서도 일대 혁신적 변화도 예상된다.
크라우드 펀딩(Crowdfunding)은 창의적 기업가를 비롯한 자금 수요자가 인터넷 등의 온라인상에서 자금모집을 중개하는 자(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를 통하여 불특정 다수의 소액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다.
2015년 4월 스마트워치 페블이 크라우딩 펀드로 약 8만 명이 참여, 2,034만 달러(한화 234억원 상당)를 모금하여 이전 라이언 그레퍼의 1,300만 달러(한화 150억원)의 기록을 경신하였다.

이는 두 가지 큰 의미를 가진다. 첫째, 크라우드 펀딩의 빠른 성장을 보여주고 있으며 2025년 글로벌 크라우딩펀딩 시장은 1,000억 달러(한화 115조원에 해당)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아이디어가 있는 스타트업기업이나 중소기업은 과거처럼 대기업의 지원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제는 창업을 위해 자신들의 아이디어와 장점을 크라우드 펀딩에 어필하여 자금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미 증권 거래위원회는 비공인 투자자로부터 5,000만 달러까지 지원 모금이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한 것이다.

그동안 우량 업종이나 기업의 난공불락 같았던 비즈니스 모델이 순식간에 위기에 몰리는 경우는 위에서 소개한 런던의 블랙택시만이 아닐 것이다. 비즈니스 확장비용을 거의 제로(‘0’)에 가깝게 하는 디지털 기반의 경제 환경이 진입장벽을 낮추어 수익을 낼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러한 미래경제 환경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리고 단계별 청사진 마련과 관련 산업 지원을 위해 적절한 실행을 하고 있는가? 새로운 기술 변화가 이미 정부구조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 현실인 만큼 국가나 정부시스템을 시대변화에 맞게 바꿔야 하며 새로운 정치적 성숙 및 리더십이 필요한 때이다.
무엇보다도 트렌드가 붕괴되고 있는 시대에는 정치. 경제의 정책 입안자는 새로운 직관을 재정립해야 한다. 기존의 경험과 직관만을 사용하면 기안한 정책 실패는 불을 보듯 분명해지는 것이다.

기존 노동 인력 수급에서도 마찬가지다. 노동시장에서만 보더라도 2020년 OECD주요 국가에서는 저급 노동인력은 남고 고급/전문 인력은 부족한 노동시장의 불균형이 심화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현재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수출 효자 품목은 화학제품, 반도체를 포함한 IT제품, 선박, 자동차 등이다. 석유시대 종말과 태양광 에너지 시장 성장이 이미 예고되고 있다.
2030년에는 태양광에너지가 원자력을 포함한 화력발전 등 모든 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게 된다. 신재생 에너지 발전단가와 기존 화석 에너지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균형점을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라 하는데 수년 내에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 그리드 패리트를 맞게 되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의 예를 들어 보자. 그동안 전기차 사용화의 장애 요인이었던 대용량 배터리 개발과 무게의 경량화는 광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발전 단가가 낮아지는 태양광발전 에너지와 컴퓨터 제어프로그램의 자율주행컨셉이 결합된 이동 수단의 상용화가 목전에 와 있다.
이러한 빠른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대부분의 선진국은 전기차 충전 비용을 받지 않고 있으며 이는 자국의 전기차 상용화를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한 스마트컨셉(자율주행)차량으로 버튼만 누르면 자기집 주차장까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된다.
도로교통법이나 음주운전 관련 법규를 적기에 바꿔주지 않는다면 휘발유를 사용하는 가솔린 엔진 탑재 차만 생산하라는 결과가 되고 기존의 자동차 시장의 대세인 전기충전 배터리를 사용하는 스마트컨셉의 자율 주행차량의 개발이 늦어 수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할 수도 있다.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는 교통사고 및 이로 인한 사상자 수를 획기적으로 줄여 보험 산업의 변화도 예견할 수 있다.

빠른 기술혁신의 바탕을 둔 경제 환경의 변화에 걸 맞는 정책 개발과 산업 지원이 절실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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