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작업구 설치하지 말아야"...서울시, '배연구 설치 반드시 필요'

(사진=우승민 기자)

[뉴스포스트=우승민 기자] 서부간선지하도로 문제를 둘러싼 서울시와 지역주민들간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뉴스포스트>는 지난 15일 1년째 갈등중인 서울시와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서부간선지하도로 현장을 찾아 신도림환기구 주민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송영덕 위원장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편집자 주>

지난해 3월 서울시는 서부간선도로를 땅속 50~80m에 묻어 지하화하는 공사를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착공에 들어갔다. 이후 환기를 위해 환기용 굴뚝을 세우기 위한 공사에 들어갔지만, 작년 8월 이 사실을 뒤늦게 안 구로동·신도림동·양평동 등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결국 환기구 공사를 5개월간 중단했다.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히자 서울시는 추가 공사비용 600억 원을 들여 지하에서 필터로 공기를 정화하는 ‘바이패스’ 시설을 터널 안에 설치하기로 결정하고 현재 공사를 강행 중이다. 바이패스 설치를 함으로써 차량 매연을 터널 안에서 걸러내고, 지상(地上)의 굴뚝은 화재 시 연기를 빼고 비상 탈출 용도로만 쓰겠다는 것이다.

 

주민측, "학교 인접 작업구 없애야”

이와 관련 비대위 송영덕 위원장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바이패스 시설이 아니다. 서울시는 일방적으로 바이패스 방식을 하겠다고 통보 했고, 협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행을 했다”면서 “서울시는 지금이라도 당장 공사를 중단하고 주민들과 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비대위 위원장은 특히 “수직구를 배연구와 비상구로만 쓰겠다는 말은 작업구로 쓰겠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바이패스 방식을 적용한다고 주민들의 우려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며 “다양한 대안을 같이 검토를 해서 협의체를 만들자는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작업구는 대피공간이 될 수 없다”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송 비대위 위원장은 “바이패스 시설을 설치해도 매연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환경에 유해하다고 생각하지만 서울시는 제대로 된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는다”고 분노했다.

또한 작업구의 위치는 주변 학교와 인접해 있어 주민들의 반발이 크다. 신도림 작업구에선 200여m 떨어진 곳에 초등학교가 있고, 고등학교는 135m 가량 떨어져 있다. 구로구 작업구도 200여m 거리에 초등학교가 위치해 있다. 학교보건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현재 환기구의 위치는 처음부터 잘못 지정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주민들은 작업구 설치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배연구 의무시설이라 반드시 설치해야”

한편 주민들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다른 입장을 드러냈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 만나 “저희는 공문, 간담회 등을 통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요구사항이 전이되는 것처럼 보인다”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본래 환기구와 배연구, 비상구로 사용을 하려던 목적이었지만 환기구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들로 인해 현재는 배연구와 비상구로만 사용을 하겠다는 것이다”며 “배연구는 의무시설이기 때문에 설치를 해야 한다. 하지만 비상구는 안전을 목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해 용도를 함께 하겠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서울시 관계자는 터널학회 전문가를 통해서 바이패스 시설로 환기가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바이패스 설치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사진=우승민 기자)

전문가 진언 “상호 신뢰부터 조성해야”

현재 서울시와 주민들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은 채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에 주민들은 본격적으로 피해가 발생하면 최대한 공사를 막을 예정이며, 서울시는 시민들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처럼 주민들과 서울시는 여러 번의 공청회와 설명회를 가졌지만 갈등은 좁혀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이창우 동아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공기정화시설을 설치를 하면 주민들이 우려하는 것만큼 오염물질이 배출되는 건 절대로 아니다”라면서 “서울시와 주민들간의 협의가 이루어져야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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