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분만에 檢출석, 곳곳 지지자 시위 '격앙'…'안전우려' 삼릉초 정문 등교

21일 오전 박근혜 전 대통령 서울 삼성동 자택에 취재진과 지지자, 경찰들이 운집해있다. (사진=최병춘 기자)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많이들 오셨네요” “국민께 송구.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

21일 검찰 조사를 받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남긴 메시지는 짧았다. 짧은 메시지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워낙짧고 일반적인 발언이었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까지 과정도 긴박함 속에서도 짧고 빠르게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 자택 바로 뒤에 위치해 이날 안전이 우려됐던 삼릉초등학교 학생들은 경찰의 안내를 통해 정문으로 등교했다.

 

9일만의 외출…분주했던 삼성동

 

이날 오전 7시부터 검찰 소환이 예정됐던 박 전 대통령 자택 앞에는 이른시간부터 취재진들과 태극기를 든 지지자들이 빼곡이 모였다.

철제 펜스로 차단, 좁은 통로로 행인들이 지나갔다.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취재진들은 좋은 자리를 찾기에 분주했다.

이날 새벽부터 모여든 지지자들은 박 전 대통령이 집을 나설 시각이 임박하면서 200여명가까이로 불어났다. 지지자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박 전 대통령을 이름을 연호하며 응원하는가 하면 격앙된 목소리로 검찰 수사의 부당함에 목소리를 높였다. 상당수 지지자들은 “헌재의 무법천지, 먼저 고영태, 이진동, 김수현을 수사하라” “헌재의 8:0 인민재판이냐?” 등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또 “(박 전 대통령에게 죄를) 뒤집어 씌웠다” “대통령은 깨끗하다” “왜 (대통령을) 괴롭히느냐”는 등 현장 언론사 취재진들에 대한 불신과 적대심도 쏟아냈다.

오전 9시에 나서기로 했던 박 전 대통령은 예정보다 조금 늦은 9시 15분 박 대통령이 대문밖을 나섰다. 지난 12일 청와대를 떠나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돌아간 뒤 9일 만의 첫 외출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9시15분 남색 코트와 정장 바지 차림이었다. 이는 청와대를 나설 당시와 같은 옷차림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에 차량이 들어서고 있다.(사진=최병춘 기자)
검찰 출석 전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앞 모습(사진=최병춘 기자)

이에 자택 앞 대기한 검정색 에쿠스 승용차에 몸을 실기 전 박 전 대통령은 “많이들 오셨네요”라고 말했다. 취재진이 가까이 다가가 직접 듣고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이후 촬영된 방송 영상에서 박 전 대통령의 입 모양을 보고 확인할 수 있었다. 지지자들을 지칭한 것인지 취재진을 지칭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박 전 대통령이 자택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지지자들은 손에 든 태극기를 흔들며 “박근혜, 대통령”을 연호했고, “대통령님 힘내세요”라며 울부짖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나선지 1분만에 차량은 빠르게 자택을 빠져나갔다. 박 전 대통령이 집을 나선 뒤 대부분의 취재진과 지지자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하지만 수십명의 지지자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태극기를 흔들며 구호를 외쳤다. 일부 지지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주저앉아 울먹였다. 또 일부 지지자는 취재진과 경찰에게 불만을 토로하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박 전 대통령 자택 바로 뒤에 위치해 이날 안전이 우려됐던 삼릉초등학교 학생들은 취재결과 경찰의 안내 속에서 확보된 통행로를 통해 정문으로 등교했다.

이날 현장에 투입된 경찰 관계자는 <뉴스포스트> 기자의 질문에 “오늘처럼 특별한 날은 경찰이 직접 등하교길 안전을 챙긴다”며 “따로 통행로를 만들고 경찰이 일일이 배치돼 학생들을 안내해 등교 시켰다”고 말했다. 등굣길 특별한 소동이나 안전사고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대통령 검찰 출석 이후 학교는 수업이 시작된 듯 조용했다. 박 전 대통령 자택에 맞붙어 있는 후문은 이날 폐쇄돼 있었다.

 

삼릉초등학교에서 보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21일 오전 박 전 대통령 검찰 출석으로 학생들은 경찰의 안내를 받으며 정문으로 등교했다.(사진=최병춘 기자)

곳곳 시위, 긴장감 감돈 서초동

박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은 통제된 도로를 달려 불과 8분만에 9시24분에 자신을 조사할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있는 서울중앙지검 현관 앞에 도착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현관 앞에 도착해 수많은 취재진들이 몰린 포토라인에 섰다.

포토라인에 선 박 전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가 불공정했다고 생각하느냐’, ‘아직도 이 자리에 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답하지 않은 채 서울중앙지검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 변호인단이 “메시지를 준비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밝힌 터여서 크게 주목받았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범죄 혐의를 부인하고 결백을 주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막상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은 기대한 것에 비해 짧은 데다가 원론적이었다. 대체로 박 전 대통령이 굳이 검찰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말을 아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21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사 앞에 태극기를 들고 모여든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사진=우승민 기자)

박 전 대통령의 수사를 진행하는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주변에도 삼성동 자택과 마찬가지로 곳곳에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운집해 시위를 벌였다. 서울중앙지검 입구를 중심으로 주변은 차벽과 경찰 병력으로 차단됐다. 박 전 대통령이 짧은 발언을 마치고 청사 안으로 들어간 사이에도 청사 주변에서는 지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탁핵무효”를 외쳤다. 박 전 대통령 자택에서 들렸던 “고영태는 왜 안잡아가냐” “언론이 조작했다” 등의 주장도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에 출석해 노승권(52·사법연수원 21기) 서울중앙지검 1차장과 10분간 짧은 티타임을 가진 뒤 오전 9시35분께부터 1001호에서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직권남용, 뇌물수수 등 13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오전 조사를 마친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5분께 오전 조사를 마치고 김밥·샌드위치·초밥 등이 담긴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도시락은 박 전 대통령 측이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는 늦은 밤까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