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카스테라 논란 방송 후 영세 사업자 피해 속출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최근 들어 큰 인기를 끌었던 대만식(式) 대왕카스테라 판매업체 일부가 빵 제조 시 식용유 사용 논란에 휩싸였다. 한 종편 방송사의 먹거리 고발 프로그램에서 “대왕카스테라에 다량의 식용유, 화학 첨가물이 들어간다”고 방영한 이후부터다. 방송 이후 대왕카스테라를 판매하는 대부분의 업체가 매출에 타격을 입었고 폐점하는 곳도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무분별한 방송 내용에 대한 지적과 함께 황색언론에 대한 비난여론도 커지고 있다.

대왕카스테라 매장 유리에 붙어있는 호소문 (사진=선초롱 기자)

“저희는 착한 카스테라입니다”

“저희 카스테라는 믿고 드셔도 안전합니다”

20일 찾은 신촌의 한 ‘대왕카스테라’ 점포 앞에 붙은 문구들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카스테라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야 했지만 이날 점포 앞은 찾은 손님이 없어 무척이나 휑한 모습이었다.

지난 12일 채널A의 먹거리 고발 프로그램 ‘먹거리 X파일- 대왕 카스테라 그 촉촉함의 비밀’ 편이 방영된 직후 찾아 온 변화다.

이 가게 뿐 아니다. 방송 이후 대왕 카스테라 점포 앞에는 “저희는 착한 카스테라입니다”라는 대자보를 어디서든 볼 수 있게 됐다. 어떻게든 방송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려 애쓰고 있지만 대왕 카스테라를 찾는 이들의 발걸음 수는 시간이 흘러도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계속되는 매출 타격에 문을 닫는 점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방송에서는 대왕카스테라의 위생 상태를 꼬집는 내용이 방영됐다.

제작진은 “업체들이 카스테라 제조 과정에서 버터 대신 많은 양의 식용유를 사용하고 있고 신선한 계란이 아닌 액상계란을 사용하고 있으면 화학 첨가물(유화제)도 사용 중”이라고 보도했다.

방송 이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기름 덩어리”, “충격적인 제조법” 등 대왕 카스테라에 대한 소비자들의 비판적 목소리가 쏟아졌다.

 

반면 카스테라 판매업체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업체에선 “식용유를 쓴다고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일부의 문제를 전체의 문제로 부풀리고 있다”, “악의적인 마녀사냥이다”라며 방송사 측의 일방적인 내용에 항변 중이다.

실제 화학첨가물인 유화제의 경우 이를 사용하지 않는 업체도 있고 식용유를 사용하지 않는 업체도 있지만, 방송에서는 모든 카스테라 제조업체들이 동일 레시피를 사용하는 것처럼 다뤄졌다. 일부 업체들은 방송사를 상대로 법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식품 전문가들 또한 SNS를 통해 방송 내용에 대해 ‘억지 주장’이라며 이를 반박하고 나섰다.

최낙언 식품공학자는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버터는 콜레스테롤이 많은 동물성 포화지방이고 식용유는 콜레스테롤이 없는 식물성 불포화지방이다. 식품에는 특성이 있지 선악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식용유와 버터는 성질이 다를 뿐 좋고 나쁜 것을 판단할 수 있는 대상이 되지 못하며, 다른 제과류의 제조에도 식용유가 사용되기 때문에 대왕 카스테라도 이러한 종류의 하나일 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문정훈 서울대 식품비즈니스학과 교수 역시 “식용유가 들어가면 버터에 비해 풍미는 떨어지지만 반죽의 탄력이 올라가는 장점이 있다”며 “일각에서는 동물성 지방사용을 지양하는 ‘노버터 베이킹’에서도 버터 대신 식용유를 쓰는 경우도 있다” 말했다.

문 교수는 “방송에서 대왕 카스테라와 비교한 시중 카스테라는 기름 함유량이 낮은 대신 당과 열량이 높다”며 “유화제나 액상계란을 사용하는 것도 문제될 건 없다”고 강조했다.

한산한 모습의 대왕카스테라 매장 (사진=선초롱 기자)

피해는 일선 점포의 몫

방송 이후 대왕 카스테라 업체에서는 해명자료를 내보내는 등 논란 잠재우기에 나서고 있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일선 점포가 떠안고 있는 모습이다.

방영 다음 날부터 ‘대왕 카스테라’는 온종일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고, 하루 매출이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생계에 직격탄을 맞는 점포들도 나오고 있다.

지난 19일 국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방송의 후폭풍으로 양심적으로 운영하던 점포까지 큰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의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글쓴이는 “방송 이후 매출이 90% 이상 감소하면서 장사를 할수록 오히려 손해가 발생하는 지경이 됐다”고 호소했다.

 

한편, 2016년 하반기에 대만 단수이 지방에서 건너온 대왕카스테라는 작년 8월 한 방송에 소개되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이후 반년 만에 단수이 대왕 카스테라, 대만언니 대왕카스테라, 대만삼촌카스테라 등 30여개의 브랜드와 400여개에 달하는 매장이 생겨났다. 이들 브랜드는 하나같이 ‘대왕카스테라’라는 이름을 사용해 모두 같은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탓에 카스테라 식용유 논란 이후 대만식으로 여겨진 모든 카스테라 업체들이 위기에 처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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