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도지사(좌)와 김무성 의원(우)(사진=뉴시스=뉴스포스트DB)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자유한국당 대선주자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김무성 의원의 만남이 알려지면서 보수진영 후보 단일화 논의에 불이 붙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둘 간에 단일화 공감대가 형성된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면서 후보 단일화가 양 당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홍 경남지사와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이 지난주 15일 회동을 한 사실이 22일 뒤늦게 확인됐다. 당시 자리에서 홍 지사가 김 의원에게 후보 단일화의 필요성과 대선 이후 당 대 당 통합에 대해 이야기했고 김 의원은 이에 대해 별다른 대답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둘 간의 만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수 진영 후보 단일화가 속도를 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쏟아졌다.

하지만 단일화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양 당에서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당장 양 당에서는 공식적으로 말을 아끼고 있다. 이번 회동을 ‘개인적인 만남’으로 규정 짓고 단일화 논의로의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바른정당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김 의원 만남이나 단일화 이슈 관련해 당 차원의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김 의원 측도 “개인적인 만남을 두고 과도하게 보도하는 것은 문제”라며 ‘단일화 공감’이라는 표현에 불편함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말을 아끼고 있지만 바른정당이 김 의원에게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기로 의견을 모은 상황에서 홍 지사의 만남 후보 단일화 논의 가속화로 읽히고 있는 상황이다. 두사람의 만남으로 이미 단일화 논의는 보수진영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양 당은 어수선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도 홍 지사가 강력하게 단일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김진태 의원 등 경쟁 주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김 의원은 지난 22일 열린 TV 토론회에서 바른정당과의 후보 단일화를 주장하는 홍 지사에게 “김무성, 유승민과는 같이 할 수 없다”며 “당을 망가뜨린 첫 장본인이 바로 김무성, 유승민이다"라며 "특히 유승민 의원은 혼자 (총선에서)살아 돌아와 결국 새누리당으로 받아들여 화를 더 키웠다. 봉합을 하려다 더 문제를 일으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이인제 전 최고위원도 “보도를 보니 홍 후보가 김무성 전 대표와 접촉하고 있다고 하는데 다른 건 몰라도 같은 당 대통령 탄핵에 앞장선 것은 정치적으로는 물론 인간적으로 있을 수 없다”며 “아무 일 없는 듯 하나 되기는 어렵고, 국민·당원이 용서하고 명분이 있을 때나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반 민주당 또는 반 문재인 연대를 하지 않으면 집권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공감대가 있는 만큼 단일화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당의 경우 ‘좌파집권은 안된다’는 공감대가 단일화로의 돌파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인제 전 최고위원은 “국가가 심각한 경제, 안보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좌파 정권 등장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이들은 경제, 안보위기 해결이 아니라 악화시킬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경쟁 중 인김관용 경북지사 또한 “좌파 정권이 상당히 국민들의 편향된 지지를 받고 있다”며 “좌파정권이 들어서지 못하게 보수의 전열을 대정비해서 대통합 전선을 구축해 보수가 정권을 잡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정당 또한 ‘친박청산’을 선결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그동안 단일화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던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남경필 지사는 이날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 의원과 홍 지사의 만남과 단일화 논의에 대해 “누가 누구를 만나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이런 얘기하는 것 자체가 바른정당에 전혀 득이 되지 않는다”고 부정적 입장을 취했다. 그러면서도 “(보수 후보 단일화는) 걸림돌이 제거돼야 가능하다”며 “결국은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강성친박에 대한 출당 등을 전제로 한다”며 “그렇다면 사실은 (자유한국당이) 이걸 못해서 우리가 탈당을 한 것이다. 숙제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졸업을 시키고 학점을 주겠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도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명분과 원칙이 중요하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한 헌재 결정에 불복 중인 진박(眞朴) 청산이 선행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어 유 의원은 “설 연휴 직후부터 국민의당이든 한국당이든 가능성을 다 열어놨었다”며 “지금 생각은 원칙이 있고 명분이 있는 보수후보 단일화가 돼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각 당의 후보가 정해진 뒤 단일화 논의에 나설 수 있지만, 한국당의 경우 친박 퇴진, 국민의당의 경우 사드(THAAD) 반대에 관한 당론 변경이 전제돼야 한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단일화 논의가 가장 큰 힘을 얻고 있는 것은 한국당의 홍 지사와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 등 각 당의 유력주자들이 단일화에 우호적이라는 점이다. 결국 양당의 후보 단일화를 위해서는 경선 이후 한국당 내 이른바 ‘친박청산’이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양박(양아치 친박)’ 발언으로 친박과의 거리두기에 나섰던 홍 지사가 경선 이후 바른정당의 전제조건을 마련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게다가 엇갈린 의견을 의견을 모을 시간이 촉박하다는 것 또한 단일화로 가는길의 난제로 꼽힌다. 바른정당이 28일, 한국당은 31일, 대선 한달 전 각당 대선후보를 결정된 상황에서 단일화 시기와 일정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보수 단일화 논의가 국민의당을 포함한 연대의 교두보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만큼 조율과정은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치권 일각에서는 단일화 논의가 각 당 경선과정에서 경쟁 우위 전략에 그치고 본선 경쟁에서는 힘을 잃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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