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대선판, 내조의 여왕은 누구?

왼쪽부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부인 김정숙 여사,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와 부인 김미경 여사,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남편 이승배 씨(사진=뉴시스=뉴스포스트DB)

[뉴스포스트=설석용 기자] 19대 대통령 선거 일자가 5월 9일로 결정된 가운데 정치권의 대선시계는 점점 더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일찌감치 심상정 대표를 대선 주자를 선발한 정의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들은 내부 경선을 위해 후보자 토론회 등으로 혹독한 검증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번 대선이 유례없이 7개월이나 당겨져 선거판은 그 어느 때보다 어수선하지만 짧은 기간 동안 총공세를 펼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 주자들의 부인들이 주자들 못지않은 강도 높은 선거활동을 벌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남편이 대선주자인 만큼 이들은 예비 영부인인 셈이다. 국민적 관심이 높아질수록 예비 영부인들도 심도 있는 정치 행보를 펼쳐야만 한다. 47일 뒤면 정치인의 아내에서 일국의 영부인이 될 이들의 치열한 ‘내조 정치’가 대선 정국 내 또 하나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불붙은 내조 경쟁, 누가 퍼스트레이디 될까

후보 부인들, 정치적 동지이자 최고의 조력자

‘평생 후원자’의 내조 정치, 국민 관심도 증가

빈틈은 우리가 채운다, 수석 대변인 자처해

안희정 충남지사와 부인 민주원 여사.(사진=뉴시스=뉴스포스트DB)

◆ 대선판 부인들 ‘내조 정치’, 이제는 필수조건

남편은 대통령, 부인은 영부인이 눈앞에 놓인 상황. ‘선거는 바람이다’라는 정치권 정설은 선거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해석을 낳는다. 반대로 끝까지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이번 대선은 대통령이 탄핵된 초유의 상황 속에서 치러지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야권 주자들은 정권교체를 숙명으로 받아들여 승리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고, 보수진영은 보수의 재탄생이라는 사명감 아래 명분 찾기 싸움을 벌여야 한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야권이 받는 압박이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 같지만 후보가 많아 더 곤란한 야권 주자들의 더 골머리가 썩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인 ‘예비 영부인’들이 있다. 과거에는 조력자의 역할이 요구됐다면 현재에는 대선 주자들만큼이나 강도 높은 행보로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각종 SNS나 방송 콘텐츠가 활성화된 오늘 날 이들 후보 내외의 금술과 이미지는 선거활동의 필수 요건이 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 대화에서 “대선기간이 짧아서 후보들이 최대한의 활동 폭을 보여줘야 하는데, 후보 부인들의 행보는 당연하다”며 “유난히 이번 대선에서 눈에 띄게 주목을 받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후보들의 지지율에 따라 예비 영부인들이 주목받는 것 같아 보이지만, 언제 어떻게 바람이 불어올지 아직 모른다”며 “예비 영부인들이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도 절대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영부인은 옛날 말로 국모다”라며 “국민들은 대통령 후보를 보고 대통령감인지를 평가하면서도 예비 영부인들의 모습에서 국가의 어머니상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부인 김혜경 여사.(사진=뉴시스=뉴스포스트DB)

◆ 민주당 3인방의 妻, 부족한 건 우리가 채운다

민주당 주자들의 팀파워가 대선판을 휘어잡고 있지만 이들의 내부 경합은 피튀기는 혈전을 벌이고 있는 분위기다. 민주당 경선이 사실상 대선 전초전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이들의 맨파워 역시 대단하다.

강대강으로 펼쳐지고 있는 민주당 경선 레이스가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주목시키고 있는 반면 이들은 날카로운 신경전 벌이며 무성한 상처를 낳고 있다. 예비 영부인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주자들의 대선 레이스에 조력자로 나섰다.

이번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주자들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그만큼 어깨가 무겁다. 두 번째 대선인데다가 정치권의 반문연대 구도로 내·외각에서 거센 압박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호남 민심 회복이라는 난관 역시도 문 전 대표와 함께 풀어야할 거대한 과제다. 김 여사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어쩌면 처음엔 몰라서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실패 경험이 있고, 꼭 이루려는 마음이 굳고 절박해 더욱 긴장된다”고 심경을 밝혔다.

또 “(2012년 대선 당시) 광주에서는 아무 연고도 없는 저희를 92%라는 압도적 지지로 찍어줬다”면서 “실패하고 나니 다가가기가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김 여사는 지난 추석 이후 매주 1박2일 호남지역 섬마을을 찾아 호남민들과 교감을 시작해 7개월째 이어오고 있다. 그는 호남에 대해 “감사하고 미안한 곳”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며 호남 공략에 일정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선 일정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문 전 대표가 찾기 어려운 사각지대를 직접 챙기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문 전 대표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의 선행과제는 ‘대연정’에 대한 정치노선 공유다. 안 지사가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등 보수정당들과의 연대론에 힘을 싣고 있는 데 반해 민주당의 동의를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른 주자들의 뭇매를 한 몸에 받고 치솓던 지지율이 주춤하는 후폭풍을 맞으면서도 안 지사의 입장은 여전하다.

이에 대해 안 지사의 부인인 민주원 여사는 “안 지사 취임 초기 충남도의회에 한나라당 의원이 압도적으로 많아 공약 이행이 어려울 때도 많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화·타협·설득을 통해 구체적인 결과물을 도민에게 돌려줄 수 있었다”며 “안 지사는 ‘이것이 바로 정치고 내가 어떤 사람인가 주장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라는 뜻에서 대연정 발언도 했을 것”이라고 직접 해명에 나섰다.

23일 천지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민 여사는 “안 지사의 원칙은 ‘5000만 국민의 이익’”이라며 “정치 경험과 도정에서 나왔던 얘기들을 실현하고자 할 뿐 결코 인기를 위해서나 표를 얻기 위해서 한 말이 아닌데 좋게 봐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민 여사는 자신을 “안 지사의 30년 친구이자 아내”라고 소개하면서 안 지사의 수석 대변인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쌈닭 기질을 발휘하며 단숨에 대선주자 반열로 오른 이재명 성남시장의 부인 김혜경 여사도 이 시장의 거친 면을 부드럽게 완화하려 애쓰고 있다. 이 시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사이다 발언’으로 일약 거물급으로 성장했지만 거친 입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여전히 꼬리표로 따라다니고 있다.

김 여사는 “언론 등에 이 시장이 과격한 발언만 하고 강하기만 한 사람인 것처럼 비쳐 안타깝다”면서 “하지만 이 시장은 일을 하면서 소통을 매우 중요시하고 유연한 사람”이라고 이 시장을 평가하며 이미지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18일 경북 성주에서 열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반대를 위한 '3·18 소성리 범국민 대회'에 참여하는 등 서슴지 않고 대담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 김미경 여사는 강연 행보로, 심상정 대표 보좌하는 남편 눈길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의 부인인 김미경 여사도 호남을 비롯해 전국을 순방하며 안 지사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안 전 대표가 문 전 대표와 정치적 대립 구도를 그리면서 대선에 출마한 이상 부인들의 신경전 활약도 지켜봐야 하는 대상이다.

앞서 호남 섬마을을 돌며 호남 민심 잡기에 주력한 김정숙 여사 못지않게 김 여사도 지난 1월 여수마라톤대회에 참가하는 데 이어 광주 3·1절 기념마라톤에서도 하프코스를 완주해 상직적인 행보를 벌였다. 또 김 여사는 틈나는 대로 광주와 전남 지역을 수시로 순방해 간담회를 갖고 있다. 안 전 대표의 대표적 정치 행보를 강의나 간담회로 했던 것처럼 김 여사 역시 같은 방법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공부가 젤 쉬웠다”는 김 여사가 가장 강점을 띌 수 있는 전략이다.

국민의당은 지역구 의원 26명 중 24명이 호남출신이다. 호남의 표심이 언제든 민주당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는 유효하다. 따라서 총선과 별개로 호남을 사수하기 위한 야권의 전쟁은 점점 더 열을 올릴 전망이다.

한편, 가장 먼저 대선후보가 된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남편 이승배 씨는 스스로를 주부로 칭하며 심 대표를 보좌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른바 내조의 여왕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외조하는 남편 역할인 이 씨는 자신의 본업을 접고 심 대표의 정치 인생을 뒷바라지하고 있다.

이 씨는 심 대표가 17대 국회에 진출했을 때 그간 해오던 출판업을 접고 전업주부로 전향해 심 대표를 보좌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의 부인인 이순삼 여서도 본격적인 출격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여사는 홍 지사가 최근까지 대선 출마에 대해 확실히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예비 영부인들 대열에 합류할 수 없었다.

여권에서 홍 지사에 대한 대망론에 점점 더 실리고 있어 후발주자인 이 여사의 왕성한 행보가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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