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로 얼룩진 OT와 MT, 알바·취업이란 현실에 부딪혀

[뉴스포스트=우승민 기자] # A대학교 애니메이션학과 정지인(20·여)씨는 최근 캠퍼스 생활에 괴리감을 느끼고 있다. 정씨가 입학 전 기대했던 ‘캠퍼스 로망’이 다 깨져버렸기 때문이다. 정씨는 대학생이 된다면 잔디밭에 앉아 연인과 함께 캠퍼스 커플(CC)을 하는 것이 로망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정작 대학생활을 시작하니 신입생 환영회와 MT, OT들로 많은 시간들이 채워지고 있다. 대학생활이 술로 시작해 술로 끝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며 아쉬워했다. 취업도 지금부터 준비해야만 한다며 자유를 꿈꾸었던 대학생활에서 진정한 자유를 가질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들은 누구나 ‘캠퍼스 로망’을 꿈꾼다. 하지만 입학한 뒤의 현실은 ‘환상’에 그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2017년 17학번으로 입학한 신입생들이 대학생활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이들은 한 달 전만해도 들뜬 마음으로 캠퍼스 생활을 시작했지만 최근 신입생들 사이에서 이들이 원했던 캠퍼스 생활과는 거리가 있어 혼란을 겪고 있다. 이에 <뉴스포스트>는 대학생활 4주차가 되는 신입생들을 만나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B여대 대학생들이 캠퍼스를 거닐고 있다. (사진=우승민 기자)

신입생이 꿈꾸는 대학 로망

신입생들이 대학 입학 전 꿈꾸는 로망으로 가장 먼저 던진 것은 캠퍼스 커플과 MT·OT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 29일 <뉴스포스트>는 A대학교 관광경영학과 신입생 김상현(20·남), 황이철(20·남), 김지혜(20·여)을 만나 신입생들이 생각하는 대학 로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상현씨는 “대학생이 되면 먼저 캠퍼스 커플을 해보는 것이 로망이었다. 하지만 막상 대학생이 되어보니 드라마에서 보던 캠퍼스 커플은 환상일 뿐이었다”며 “대학생활에서 단체로 활동하는 부분이 많다보니 여자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시간도 생각보다 많지 않아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어 “기대했던 OT와 MT도 생각했던 대학생들의 문화가 아니었다. 매년 학교행사 내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뉴스를 봤다. 이러한 사건들 때문인지 학과 친구들의 참여율도 저조해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전했다.

같은 학과 친구 황이철씨도 김상현씨의 말에 동의했다. 황씨도 “학과 내 행사에 대한 로망이 있었기 때문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최근 많은 사건·사고들로 참여할지 고민을 많이 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대학생이 된다면 수학여행과는 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는 MT와 OT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술을 마시는 수학여행을 다녀온 기분이었다. 대학생들의 문화는 어른들의 문화라고 생각했고, 다른 부분을 기대했지만 특별히 다르지 않아 실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이야기처럼 실제 잡코리아 설문조사 결과 올해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들 중 82.3%는 ‘꿈꾸는 캠퍼스 로망’ 중 캠퍼스 커플이 645명(51.7%)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행복하고 즐거운 MT·OT 468명(37.5%) ▲커다란 잔디밭에서 책 읽고 데이트하는 여유 395명(31.7%) ▲소개팅과 미팅 377명(30.2%) 등이었다.

B여대 신입생 이민지(20·여)씨는 “한살 차이인 21살 친언니가 있다. 고등학생 당시 언니가 MT를 다녀오겠다고 할 때면 가장 부러웠다. MT는 대학생만이 누릴 수 있었기 때문에 가장 궁금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녀는 “입학 후 첫 MT를 다녀 온 뒤 로망이 산산조각이 났다”며 “내가 생각했던 MT의 모습이 아닌 술뿐이었고, 힘들었다. 이제는 MT를 시간 내서 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토로했다.

이씨와 동일 학교 김지희(20·여)씨도 “MT가 굳이 왜 대학생들에게 필요한지 모르겠다. 술을 위해서라면 학교 근처 술집을 가도 좋은데 비싼 돈을 내면서까지 가야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토로는 실제 잡코리아가 2~4학년 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8명(82.7%)이 ‘실제 대학생활을 해본 결과 캠퍼스의 로망이 깨졌다’고 답했다. 캠퍼스의 로망을 앗아간 이유 중에는 ‘술만 먹는 MT’가 25.2%를 차지했다.

A대학교 신입생 3명이 학교 벤치에 앉아 "대학 로망이 깨지고 있어 아쉽다"라고 말했다. (사진=우승민 기자)

이처럼 신입생들 사이 로망 중 하나인 MT, OT가 학교별로 열리고 있으나 학생들로부터 예전과 같은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16일 부산지역 9개 대학(부산대·경성대·동아대·부경대·한국해양대·부산외대·신라대·동의대·동서대)에 따르면 한국해양대·동의대·동아대·부경대 등 4곳이 부산을 벗어난 교외에서 새터 행사를 진행한다. 나머지 학교들의 경우 모두 새터 행사를 교내 당일 행사로 대체한다. 부산대의 경우는 학과별로 학생 자체 환영행사를 진행하고, 경성대학교의 경우는 이달 말 당일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한다. 대학들이 교외로 떠나는 새터 대신 당일 환영행사를 진행하고 1박을 할 경우도 부산을 벗어나지 않는 상황이다. 과거 대규모로 학생들이 부산을 벗어나 2박 이상의 일정으로 학생 주도의 행가가 열리던 모습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이러한 학생들의 참여율이 떨어지면서 캠퍼스의 문화의 시작이었던 새터가 점차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특히 2014년 2월 17일 부산외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중 지붕이 무너져 학생들이 숨진 사고가 ‘새터 실종’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A대학교 신입생 김지혜(20·여)씨는 “그래도 남은 대학교 생활동안 차근차근 원하는 로망을 다 실현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대학로망보다 취업이 우선

이처럼 신입생들 사이에서 대학의 로망은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있었다. 대학의 로망을 안고 입학했지만 취업이라는 또 다른 관문으로 인해 신입생들은 이른 취업 걱정 속에서 대학생활을 제대로 즐기기 못했다.

A대학교 신입생 정지인(20·여)씨는 최근 캠퍼스 생활에 괴리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에 따르면 고등학생 때 자유를 즐길 수 있는 대학생활의 로망을 꿈꿔왔다. 하지만 요즘 정씨의 하루 일과는 ‘학교-도서관-토익학원-집’이다. 그녀는 신입생에도 불구하고 학교 수업이 끝나면 바로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그녀는 취업이 힘든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한다며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A대학교 정모씨는 "취업이란 현실에 낭만을 즐기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사진=우승민 기자)

정씨는 “입학을 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실제 대학생활을 해보니 로망이 깨졌다”고 전했다.

그녀는 “대학생이 되면 자유롭게 원하는 수업을 듣고, 취업에 대해서도 큰 걱정을 하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1학년이지만 주위에서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친구들이 많다”며 “졸업 전 취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학생활을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사회가 만들어주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입학 전에는 몰랐는데 생활해보니 동아리와 학과회식과 MT, OT 등 어느 곳에서도 술자리는 빠지지 않는다”며 “다양한 활동과 모임에도 참여하고 싶은데 너무 잦은 술자리 때문에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도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A대학교 관광경영학과 황이철(20·남)씨도 “대학생활에서 술이 빠질 수 없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생각보다 술이 차지하는 범위가 컸다”며 “술보다는 다른 부분에서 대학생활을 즐기고 싶고, 군대를 다녀온 뒤 바로 취업준비를 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신입생들 사이에서 현실과 취업 등 다양한 이유로 대학의 로망이 깨지고 있었다.

지난 달 15일 온라인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아르바이트포털 ‘알바몬’이 대학생 151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재학생 10명 중 8명은 ‘실제 대학생활을 해보니 로망이 깨졌다’고 응답했다. 이상과 현실이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진 셈이다. 많은 새내기는 ‘캠퍼스 커플51.7%·중복응답)’을 꿈꿨다. 강의 일정을 직접 짜는 것(38.5%)과 행복하고 즐거운 MT(37.5%)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대학 입학 후 취업압박은 끝이 없고(54.7%) 경제적인 압박에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바빠(52%) 로망이 깨졌다는 조사결과다. 대부분의 신입생들은 대학은 다를 줄 알았는데 여전히 강의는 주입식(44.6%)이고 MT에서는 술만 마신다(25.2%)고 푸념했다.

윤상우 동아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요즘 현실적으로 취업이 힘들기 때문에 대부분의 신입생들이 미리 취업 부담을 안고 입학을 하고 있다”며 “누구나 대학의 로망을 가지고 있지만 ‘제 코가 석자’인 상황에서 로망을 즐기는 시간보다는 자신의 앞길을 준비하는 것을 더 우선시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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