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전경(사진=우승민 기자)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했다. 같은날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조사를 위해 다시 구치소로 향했다. 그리고 검찰 옆 법원에서는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첫 재판이 진행된다. 이들 모두 국정농단 사태 핵심인물이면서 지금까지 모든 혐의를 부인해왔다는 점에서 오늘 이들의 진술과 태도에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근혜 두 번째 옥중조사, 진술 달라질까

검찰은 박 전 대통령 구속 이후 두 번째 ‘옥중 조사’를 진행한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이하 특수본) 수사팀은 이날 오전 경기 의왕시에 위치한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박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다. 지난 4일 박 전 대통령을 조사했던 형사8부 한웅재 부장검사가 다시 서울구치소를 찾는다.

이날 역시 박 전 대통령 삼성그룹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된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조사는 구치소 사정 등을 이유로 오후 6시 이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앞선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던 박 전 대통령의 진술에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이번에도 삼성으로부터의 뇌물 혐의와 관련해 최 씨와의 공모, 재단법인 미르·K스포츠의 모금 과정에서의 개입 등에 대해 강도높게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및 실행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어떤 역할도 조사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병우 출석, 철벽 무너지나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의 옥중 조사에 나선 사이 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날 오전 9시55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11월6일 이후 5개월만이다. 이날 포토라인에 선 우 전 수석은 ‘최순실씨를 아직도 몰랐다는 입장이냐’는 질문에 여전히 “네”라고 답했다. 또 세월호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지만 박 전 대통령 구속에 대해서는 “가슴이 아프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답했다.

왼쪽부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박근혜 전 대통령,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사진=뉴시스=뉴스포스트DB)

우 전 수석은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거나 협조했다는 것이 주요 혐의다. 문화체육관광부·공정거래위원회 소속 공무원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건을 수사하던 광주지검 수사팀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여기에 가족회사의 횡령 등 개인 비리혐의도 있다.

이번 조사로 우 전 수석의 사법처리가 이뤄질지가 관심사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팀, 박영수 특검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가 이뤄졌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검찰 조직 내 속칭 ‘우병우 라인’이 부각되면서 수사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여기에 일명 ‘법꾸라지’라고 불릴 만큼 법적으로 철저한 대비를 갖춘 우 전 수석의 사법처리에 어려움도 토로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란 분위기가 감지된다. 검찰이 2기 특수본 출범 이후 약 50명을 소환 조사했다. 이어 어제는 검찰이 새로운 혐의도 포착했다고 알리면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기춘-조윤선, 굳게 닫은 입 열까

같은날 문화계 블랙리스트 지시·작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처음으로 재판대에 오른다. 앞서 열린 세 차례 공판준비기일에선 변호인들만 출석해 입장을 밝혔고 법정 출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이날 오전10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으로 기소된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을 비롯해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 김소영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 1차 공판을 열었다.

이들은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 일명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정부 견해를 달리하는 문화예술인들 및 단체에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게 조치할 것을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은 의혹제기부터 구속기소된 이후까지 혐의를 줄곧 부인해왔다. 조 전 장관의 경우 앞서 진행된 국회 국정조사에서 블랙리스트 존재를 인정하는 취지의 답변을 했지만 “관여는 안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오늘 재판에서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문체부 공무원 오모씨 등이 증인으로 출석해 블랙리스트 작성 및 실행 과정, 김 전 실장의 지시 및 개입 여부 등을 진술할 예정이다. 유 전 장관은 특검과 헌법재판소 등에서 블랙리스트 작성을 김 전 실장이 주도했고 ‘찍어내기 인사’도 있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에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의 입장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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