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진출, 경쟁 도태 등 악재 겹쳐

카페베네 1호점인 천호점 전경 (사진=선초롱 기자)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카페베네가 창립 9년 만에 퇴출 위기에 놓였다. 수년 전부터 이어져 온 유동성 위기가 극한에 다다르며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를 기록,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이다. 업계서는 카페베네의 현 위기에 대해 예고된 실패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연결실적 기준 지난해 4분기 카페베네는 매출액 817억원 영업손실 134억원 당기순순실 33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매출은 32% 줄어들었고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 18%와 25%씩 늘었다.

수년째 손해 보는 장사를 해 왔으니 자본상황 역시 극도로 악화될 수밖에 없었고 이에 지난해 이익잉여금은 -558억원을 기록, 결국 자본금(432억원)을 넘어서며 자본총계 -126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이게 됐다.

카페베네의 현 위기에 대해선 지분 100%를 보유한 미국법인의 100억원대 적자 행보가 가장 컸던 것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이에 앞서 주목해 봐야 할 부분은 카페베네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신규점포 개설을 추진했고 타 업종으로 무리한 진출 등을 감행했으나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적자만 쌓아왔다는 점이다.

김선권 전 창립자가 2008년 강동 천호동에 1호점을 낸 것을 시작으로 문을 연 카페베네는 이후 전국 각지로 매장을 넓혀 나가며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토종 커피전문점으로서 이름을 알렸다. 특히 카페베네는 스마트폰의 본격적인 국내 보급과 함께 아이폰 충전이 가능한 매장으로도 알려지며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초창기 카페베네는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과감한 홍보전략으로도 주목 받았다. 대형 연예기획사와 손을 잡고 해당 기획사 연예인들이 줄줄이 CF에 출연하는가 하면 인기 방송프로그램을 협찬하며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카페베네는 과점점포 전략을 통해 신규 시장을 선점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실제 지리산 노고단과 백령도 등 일반인들이 쉽게 찾아가기 힘든 장소에서도 카페베네 매장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도 카페베네는 국내 940여개 점포는 물론 중국 250개 미국 80개 등 전세계 매장수가 1000곳을 넘어선 상태다.

카페베네 위기론이 찾아오기 시작한 것은 무리한 매장 확장을 이어가던 2011년 이후부터다. 국내 최다 점포수를 자랑하는 커피전문점이었으나 매장 당 매출은 최소였다.

카페베네 위기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2014년부터다. 점포수 증가 등 외형적 성장은 이어졌으나, 2012년 2208억원이던 매출액은 그해 768억원까지 떨어졌다.

반대로 부채비율은 급증 당시 이미 부채 1500억원에 자본금 110억원으로 부채비율 1500%를 넘어섰으며, 결국 차입금 상환을 위해 청담동 토지와 사옥까지 매각해야 했다.

카페베네의 경영상 위기 원인에 대해선 “국내 커피시장의 포화 속 고급 커피전문점과 초저가 후발 주자들과 경쟁에서 도태됐음에도 무리한 사업 확장을 추진했다”는 게 업계 일반적인 견해다.

특히 카페베네가 야심차게 뛰어든 외식사업 블랙스미스는 제대로 시작도 못해보고 문을 닫아야만 했다. 외식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지정돼 확장이 어려워진 것. 현재는 블랙스미스 직영점 전부가 영업을 종료하는 등 사실상 폐업한 상태다.

현재 블랙스미스 홈페이지는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다. (사진=이탈리안 레스토랑 블랙스미스 홈페이지 화면 캡처)

기자 취재 결과 현재 블랙스미스 홈페이지는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였고 포털 사이트에 표기된 블랙스미스 대표번호 또한 엉뚱한 번호였다. 해당 번호를 지난해 11월부터 사용하고 있다는 A업체 측에서도 블랙스미스와 관련된 전화가 많이 걸려와 업무가 방해가 될 정도라고 말했다.

블랙스미스에 이어 제과점 마인츠돔도 상황은 비슷했다. 제빵업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기 때문. 명예회복을 위해 뛰어든 드럭스토어 ‘디셈버투애니포’ 브랜드 역시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일찍이 철수했다.

그리고 이 당시 카페베네가 찾은 위기 탈출 전략이 중국과 미국 시장 진출이었는데 전술했듯 카페베네의 미국 사업은 현재 상황 상 완벽한 실패로 귀결되는 분위기다. 중국 시장 역시 합작했던 현지 법인과의 갈등 속 카페베네 본사의 통제력을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카페베네는 2015년 9월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 받아 공개한 자료에서 식품위생법 위반(위생교육미이수, 유통기한위반, 이물혼입 등) 건수가 62건을 기록하며 국내 커피 체인점 중 식품위생을 가장 안 지키는 곳으로 낙인찍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카페베네 측에 전화 취재를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끝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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