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에 연루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7일 세 번째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서울중앙지검 정문에 기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소환 예정 시간이 다가오자 신 회장의 모습을 한 컷이라도 더 담기 위한 자리다툼에 긴장감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9시 13분께 검정색 차량이 한 대 들어섰다. “왔나?” “신동빈 맞아?” 취재진들이 웅성거렸다. 그때 차량 문을 열어주는 검찰청 관계자가 정중하게 차량 속 인물에게 인사를 건넨다. “(인사 하는 거 보니) 맞다 맞아” 수십 개 카메라의 후래쉬가 일제히 터지면서 셔터를 누르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렸다. 검찰 소환 시간보다 15분가량 일찍 도착한 신 회장은 특유의 날카로운 눈빛과 담담한 표정으로 차량에서 내렸다. 수행비서들의 경호를 받으며 포토라인에 선 채 한차례 고개를 숙였다. “혐의를 인정하십니까”, “면세점 승인 청탁을 위해 출연금을 낸 거 아닙니까”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 조사에는 성실히 임하겠습니다”는 준비된 답변을 남기고 곧장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소감이 이게 다야?” 기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 관련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박은미 기자)

창립 50주년을 맞아 ‘뉴 비전’을 선포하고 롯데월드타워를 정식 개관한 롯데그룹이 초기부터 난항이다. 지난 2일 40억여 원의 불꽃을 쏘아 올려 석촌호수 하늘의 주인공이 되었지만 개장 사흘 만에 협력업체 인부가 숨친 채 발견되는 악재를 맞았다. 롯데그룹의 총수 신동빈 회장도 살얼음판 같은 행보를 걷고 있다. 아직 롯데그룹 비자금 재판이 끝나지 않은데다 미르‧K스포츠재단 뇌물혐의 관련 조사도 남아 있다. 신 회장은 관련 혐의로 이번주에만 검찰청과 법원을 각각 다녀갔다. 현재 참고인 신분이지만 검찰이 뇌물공여 피의자로의 전환을 염두에 두고 있어 언제 피의자 신분이 될지 모르는 처치다. 여기에다가 하석주 롯데건설 사장 또한 300억대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롯데그룹은 롯데월드타워를 정식 개관한 기쁨도 잠시, 천국과 지옥을 오간 한주였다. 

 

약 4톤 3만여 발의, 가격만 분당 약 4억원.

지난 2월 열린 롯데월드타워 불꽃놀이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롯데그룹은 불꽃놀이를 위해 11분 동안 약 40억 원을 썼다. 그 덕에 신기술이 접목된 최장시간 불꽃놀이라는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7일에는 롯데월드타워 개관기념으로 ‘스위트 스완’이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공개됐다. 거리를 가득 매운 벚꽃에다 호수위에 떠있는 스위트 스완까지 더해져 롯데월드타워 주변은 완연한 봄이 찾아왔다.

겉으로 드러난 성적만 본다면 지난 한 주간 롯데월드타워 개장 성적표는 합격점을 받고도 남는다. 그러나 화려한 개막 이면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도 다수 존재했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라는 추문에 휩쌓였고, 사드 부지 제공으로 인헤 중국의 대대적인 보복으로 전 계열사가 실적 부진에 갇혀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직원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호화로운 잔치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평소에도 교통 정체가 심한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가 롯데월드타워 개장으로 교통대란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사진=박은미 기자)

뉴 롯데의 시대를 알리는 ‘불꽃축제’도 교통대란으로 이어졌다.

불꽃축제 당시 석촌호수 길가와 잠실일대에는 인파로 발 디들 틈이 없었다. 롯데월드타워 맞은편 건물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송파구 성내천 뚝방길도 멀리서나마 불꽃축제를 구경하기 위한 사람들이 차를 끌고 나와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오후 9시께 불꽃놀이가 시작되자 사람들이 우르르 석촌호수 쪽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마치 재난 영화의 한 장면처럼 흥분한 시민들이 무단횡단까지 하며 한 방향으로 뛰어갔다. 불꽃놀이를 가까이서 보려는 인파가 갑작스레 대거 도로를 점검하는 바람에 당초 계획에는 없었지만 송파구청사거리에서 방이사거리까지 왕복 7차로가 통제됐다. 강남과 강동을 잇는 송파의 허리가 끊김 셈이다.

가락동에 사는 김모(42)씨는 “불꽃놀이가 끝난 후 정확히 9시 15분에 집으로 출발했는데 도착해 시계를 보니 11시 10분 이었다”며 “평소 10분 거린데 이날은 2시간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큰 도로의 교통이 통제되는 바람에 샛골목으로 들어갔지만 차가 줄을 서 있더라”며 “심지어 교통 봉사를 나온 일부 모범택시 기사들은 택시들만 불법 유턴 시켜주며 편의를 봐주기도 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김 씨는 롯데월드타워 정식 개장으로 가뜩이나 복잡한 잠실 일대가 더 막힐 것을 생각하면 송파주민으로서 끔직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는 출퇴근 시간마다 차량이 급속히 늘어나 도로 전체가 정체되는 구간이다. 평소에도 교통 정체가 심한 곳인데 롯데월드타워 개장으로 쇼핑객과 관광객이 대거 몰려들면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현재 평일 3만7000대, 주말 5만7000대 수준인 교통량이 개장 이후 평일 1.2배, 휴일 2배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주말 차량 평균 속도는 시속 10㎞도 안되는 거북이 운전이 예상된다.

 

롯데그룹은 롯데월드타워 불꽃놀이를 위해 11분 동안 약 40억 원을 썼다. (사진=박은미 기자)

오픈행사 ‘반쪽논란’ 이어 협력사 직원 죽음까지

창립 50주년을 맞은 4일 롯데월드타워에서 그랜드 오픈 행사가 열렸다. 세간의 관심은 롯데월드타워 건립을 평생의 ‘숙원’으로 삼아 추진해온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의 참석 여부로 쏠렸다.

그러나 신 회장과 경영권 분쟁으로 갈등을 겪은 신격호 총괄회장과 장남 신동주 부회장도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신격호 총괄회장을 보필하고 있는 신동주 부회장은 신 회장으로부터 정식 초대장을 받았지만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6월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혐의로 구속돼 수감 중인 신 회장의 누나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도 참석하지 못했다.

정부와 서울시의 주요 인사와 장관급 정재계 인물이 아무도 보이지 않은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바른정당 주호원 박인숙 바른정당 의원, 국무조정실 이석준 장관,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류경기 서울시 부시장, 김진수 서울시의회 부의장 등이 참석했지만 장관급 기관장들은 한 명도 없었다. 반쪽행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설상가상으로 개장 사흘만에 악재를 맞이했다. 6일 롯데월드 협력업체 직원이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서울 송파경찰서와 롯데월드 측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15분께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 스카이(Seoul Sky)' 지하 2층의 직원 탈의실에서 협력업체 휴콥 소속 직원인 김모(57)씨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발견 당시 이미 숨진 상태였으며, 야간 당직근무를 섰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업무상 과로나 지병으로 숨졌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유족과 롯데월드 직원을 상대로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 피의자 전환 염두?

신 회장은 이번 한주 동안 법원과 검찰청을 오가는 고초를 겪었다. 각각 롯데그룹 비리 사건 재판과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혐의 건이다.

신 회장은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3회 공판에 출석했다.

신 회장은 총수 일가가 한국 롯데 계열사에서 일한 적이 없는데도 509억 원 상당의 급여를 주고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헐값에 넘겨 롯데쇼핑에 774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영실패를 무마하기 위해 계열사들을 동원해 롯데피에스넷 주식을 사들여 계열사에 471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포함됐다.

이틀 뒤인 7일에는 검찰에 소환됐다. 

신 회장은 지난해 1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총 45억원의 기금을 출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해 3월 18일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독대했는데 검찰은 이날 면세점 특허권 획득을 위한 청탁 등이 있었을 가능성도 염두해 두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5월 K스포츠재단 하남 체육시설 건립사업에 70억원을 추가로 낸 뒤 총수 비리 수사를 앞두고 돌려받은 점도 검찰이 주목하는 부분이다. 검찰은 수사 무마를 대가로 뇌물을 건넸을 가능성이 크다고 의심하고 있다.

신 회장 일단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지만, 뇌물공여 피의자로의 전환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신 회장으로부터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 선임 권리 등을 고지한 자필 확인서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향후 형사처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으로 지금까지는 참고인 자격이었으나 언제 피의자로 바뀔지 모른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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