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인권] 세상은 바쁘게 돌아간다.

달리 말하면 시간이 빠른 것이다. 그래서 벤자민 프랭클린은 “당신은 지체할 수 있지만 시간은 그렇지 않다. 이른 아침은 입에 황금을 물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나폴레옹은 이렇게 말했다. “숙고할 시간을 가져라, 그러나 행동할 때가 오면 생각을 멈추고 뛰어 들어라.”

지금 19대 대통령선거의 이른바 장미대선에 뛰어든 차기 대통령 후보들에게 딱 맞는 말이다. 바로 행동 할 때가 온 것이다. 그래서 일분일초가 아쉽다. 각 당의 대선후보들은 저마다 공약을 내세우며 차기 대권의 최적 후보임을 호소한다. 후보들이 쏟아내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지지율이 출렁인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예외 없이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네거티브’다. 정당하거나 아니거나 상대방의 약점이나 비리를 찾아내 폭로하는 네거티브 공방이 달아오른다.

처음에는 그러지 않겠다고 후보들이 다짐들 하고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은 그 반대로 전개된다. 언론에서는 정책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흠집 내기 공세에 몰입되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치의 속성일까?
그럴 수도 있다. 유권자들은 부정적인 면이 강한 후보를 제외시키는 경향이 세기 때문이다. 하기사 민주주의가 앞선 미국의 선거에서도 이 전략은 사용된다.

하지만 우리사회가 특히 네가티브를 좋아한다. 그러기에 개인 간의 뒷얘기도 칭찬보다는 흠집을 끄집어내어야 제격이다. 오죽했으면 우리사회에 상호존중과 배려의 문화운동이나 칭찬합시다 운동을 펼치는 단체도 있을까. 네가티브가 득세하는 것은 그것이 짜릿함을 주기 때문이다. ‘포지티브’는 밋밋하고 무미건조하다.

우리사회의 그런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 TV속 대중 프로그램이다. 다채널 시대에 예능인들의 출연이 많은 토크쇼의 기조는 대부분 네거티브다. 예능 프로는 네거티브 요소를 넣어야 재미를 더하고 시청자를 사로잡는다는 것이 보편적인 생각인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방송이 지루하고 산만해진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차별화를 두기 위해 포지티브 전략을 구사했던 예능 프로그램은 인기가 제한돼 있다. 네거티브로 폭넓게 끌어들이는 방송에 비하면 인지도나 시청률이 훨씬 뒤쳐진다는 판단이다.

왜 네거티브 전략이 대중의 관심을 모으면서 재미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더 있을까? 그것은 대중들이 네거티브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끊임없이 점점 더 파격적으로 신선한 네거티브 요소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에 있다.

마케팅에도 네가티브 광고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금기시되는 소재를 활용하거나 사물의 부정적인 측면을 활용하는 광고다. 이것을 부정광고 또는 네거티브 어필이라고도 한다. 부정을 함으로써 강한 긍정을 나타내려고 하는 방식으로 터부시되는 소재의 활용이나 부정적인 이미지를 사용해 광고 효과를 내는 것이다.

어쨌든 네거티브가 판치는 세상에서는 긴장감과 스릴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포지티브보다 평안감과 행복감이 배어나지는 않는다. 한국사회가 국제기준으로 행복도나 긍정지수가 하위에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긍정의 에너지가 충분치 않다는 반증이다.

국제기구에서 평가하는 긍정경험지수 요소들을 보면 ‘어제 편안하게 쉬었는가?’, ‘어제 존중을 받아보았는가?’, ‘어제 많이 미소를 짓고 많이 웃었는가?’, ‘어제 재미있는 일을 하거나 배웠는가?’, ‘어제 즐거운 일이 많았는가?’다.

결국 이 물음에 우리는 ‘예’라는 포지티브보다 ‘아니요’라는 네거티브가 더 많다는 것이다. 한국인의 삶이 얼마나 메마르며 팍팍한지를 알 수 있는 통계다. 요즘처럼 물질이 넘쳐나는 세상인데도 일상의 생활에서 재미있는 일이나, 웃을 일이나, 즐거운 일이 별로 없다는 증거다.

세계미래회의(WFS)의 회장이었던 티머시 맥의 말대로 현대인들은 ‘시간부족사회’에 직면해 있다.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이 더 없이 빨리 흘러가는 것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이제는 포지티브가 대세가 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나라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들부터 포지티브 에너지, 곧 긍정의 힘이 온누리에 뻗치도록 해야 한다.


이 인 권  

필자는 긍정경영 & 미디어 컨설팅 대표로 중앙일보 · 국민일보 · 문화일보 문화사업부장, 경기문화재단 수석전문위원 문예진흥실장,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를 역임(2003~2015)했으며 문화커뮤니케이터로서 최근 '성공과 행복한 삶을 위한 긍정의 힘 <긍정으로 성공하라>‘를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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