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고 있다(사진=뉴시스=뉴스포스트)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12일 새벽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국정농단 사건의 마지막 관문으로 꼽혔던 우 전 수석의 구속이 또 다시 불발되면서 검찰은 부실수사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혐의 내용에 관해 범죄 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고, 이미 진행된 수사와 수집된 증거에 비춰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음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아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우 전 수석은 앞서 검찰과 특검의 수사 단계 모두 피해갔다. 지난해 검찰 특수본이 불러 조사했지만 사법처리되지 않았다. 뒤이어 박영수 특검팀이 수사 막바지인 지난 2월 다시 우 전 수석에 조사에 나선 끝에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우 전 수석의 혐의는 최순실(61·구속기소)씨 국정농단 사실을 알고도 묵인 또는 방조, 협조했다는 것이 요지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구속영장 청구과정에서 8개의 혐의를 적용했다.

앞서 박영수 특검이 구속영장에 적용했던 혐의와 큰 틀에서는 비슷했다. 특검에서 제기했던 미르와 K스포츠 강제 모금 의혹이 제기된 후 최순실 게이트 진상을 감추려 한 직무유기 혐의와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감찰 활동을 방해한 혐의, 문화체육관광부·공정거래위원회 소속 공무원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 등이 이번 구속영장에도 적용됐다.

우 전 수석의 구속여부를 가를 핵심 혐의로 제시됐던 세월호 수사 외압 관련 의혹과 가족회사 정강의 횡령 등 개인비리 혐의는 이번 구속영장에서 제외됐다.

세월호 수사외압의 경우 우 전 수석의 압력에도 실제 수사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고 보고 직권남용 혐의의 경우 미수범 처벌 조항이 없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됐다.

또 가족회사 정강의 횡령 등 경영비리 이번 구속영장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검찰은 새로 파악한 혐의 2가지도 추가했다. 세월호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국회 청문회에서 위증한 혐의다. 또 대한체육회 감찰 정황을 확보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도 추가로 적시했다.

결국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의 혐의 적용 판단을 두고 ‘제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앞서 검찰은 우 전 수석 구속영장 청구에 앞서 현직 검사를 포함한 50명 안팎의 참고인을 조사하고 추가 혐의도 발견됐다고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정작 구속영장에 핵심 혐의를 뺐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주목했던 핵심 혐의가 제외되고 덧붙여진 혐의 또한 위중하지 않거나(청문회 위증혐의) 혐의 입증이 충분치 않았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우 전 수석의 법리적으로 탄탄한 방어가 구속영장 기각에 큰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 전 수석 측은 광범위한 민정수석의 업무 특성상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의 입증이 어렵다는 점을 적극 활용해 대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동안 외압 논란이나 ‘제식구 감싸기’ 수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검찰은 이번 구속영장 기각으로 또 다시 부실수사 논란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특수본은 이날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사유를 면밀히 검토하고 지금까지 수사상황을 다시 점검하겠다”며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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