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위해 존재하는 대학교

정부정책에 따른 폐과 결정

학교의 주인은 학생? 줄줄이 폐과

비이공계는 축소···사라지는 예술학

LG 트윈타워 앞에서 '폐과 반대'를 외치고 있는 연암대 학생들 (사진=우승민 기자)

[뉴스포스트=우승민 기자] 최근 부산 소재지에 있는 경성대학교를 비롯해 대학교의 학과가 통폐합되거나 폐과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얼마 전 경성대학교는 무용학과를 비롯해 4개의 학과를 폐과하겠다는 학교 측의 입장으로 법정다툼으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많은 학과들이 취업의 평균을 올려주지 못한다는 이유 등으로 폐과되거나 통폐합되어 많은 학과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는 시점에 연암대 뷰티과와 외식학과도 폐과를 피하지 못했다. 연암대는 농업·축산 분야 인재 육성을 취지로 설립이 되었기 때문에 관련없는 학과는 폐과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뷰티과와 외식학과는 취업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폐과 위기에 놓여있어 학생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예술학과를 포함해 줄줄이 폐과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학생들의 입장을 들어보고자 <뉴스포스트>는 폐과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대학생들을 만나보았다.

LG 트윈타워 앞 도로에 걸려져 있는 연암대 학부모 비상대책위의 포스터 (사진=우승민 기자)

연암대도 이대로 폐과되나 

지난 7일 서울 여의대로 LG트윈타워 앞에서 ‘연암대학교 뷰티·외식산업과 폐지 반대 집회’가 진행됐다. 연암대 뷰티과와 외식산업과가 폐과를 통보 받으면서 학생들의 반발이 시작된 것이다.

지난달 경성대 무용학과를 비롯해 천안연암대 뷰티과·외식산업과의 폐과 소식이 이어지면서 <뉴스포스트>는 폐과를 앞둔 대학생들을 만나보았다.

이날 연암대 뷰티·외식산업과 학생들은 LG트윈타워 앞에서 확성기를 들고 오전 11시부터 3시까지 “학교 주인은 학생이다” “폐과통보 억울하다”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이어나갔다.

윤정은(뷰티과 대표)씨는 “지난 27일 학교는 갑작스럽게 뷰티과와 외식산업과 폐지를 학생들을 모아 일방적으로 통보했기 때문에 부당하다고 생각했다”며 “이대로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집회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3일부터 일주일간 LG트윈타워와 중림동 센트럴타워 앞에서 ‘학과 폐지 반대’ 집회를 꾸준히 펼쳐나갔다.

"폐과가 웬말이냐"라고 외치고 있는 연암대학교 학생대표(사진=우승민 기자)

연암대의 학과개편은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D,E 등급을 받은 구조조정 추진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는 성과를 인정받아 정부의 재정지원 제한 대학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외부전문가 집단으로부터 농·축산 분야로 전문성을 강화해 대학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고 연암대는 두 학과의 신입생 모집을 중단할 계획이다.

이처럼 연암대가 내년도 일부 학과의 신입생 모집중단을 포함한 구조조정에 나서자 재학생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학 측은 농·축산계열 특성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집회측에 따르면 신입생 모집중단 이야기는 나오고 있었지만 갑자기 통보해버린 학교 측의 결정에 학생들은 분노했다. 학교 측은 지난 12월부터 폐과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3월이 되자 갑자기 신입생모집 중단을 발표했다.

이에 최명주(외식산업과 부총과대표)씨는 “수업이 끝난 뒤 1,2학년 전교생이 모여 꾸역꾸역 들어간 강의실에서 학과장은 3~4줄로 요약된 모집 중단 내용을 간단히 읽고 갔다”며 “말로만 통보를 받았고, 한 장의 서류조차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집회에 참가한 김도훈(연암대 외식산업과 대표)씨는 “학교가 일방적으로 통보를 한 것은 학생들을 무시하는 거다”며 “똑같은 돈을 내고 어떤 과는 폐과되고 어떤 과는 폐과 안 되고 하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집회측에 따르면 연암대는 2018학년도부터 뷰티아트과와 외식산업과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는 내용의 대학 구조조정에 관한 학과 변동을 결정하고 이 사실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에 교수들은 지난 27일 학생들을 불러 강의실에서 폐과 결정을 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학생들은 대자보에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그때 상황을 모면하려고 뷰티과, 외식과를 창설했으면서 대학 경쟁력 확보하려고 농업인력 양성을 위해 폐과하는게 말이 되냐”며 “타과는 정원미달인데 뷰티, 외식은 모집인원도 꽉 채웠는데 폐과가 웬말이냐”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농업·축산 분야 인재 육성을 취지로 설립됐다”며 “교육부 정책에 따라 학과 수를 줄여야 할 수밖에 없어 농업과 상관없는 과를 폐과하기로 결정됐다”고 전했다. 이에 연암대 학생들은 대학 측이 지난 연말 이 같은 방침을 정해놓고도 신입생을 모집했다며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임병찬(외식산업과 관리부장)씨는 “LG라는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대학이라는 것 때문에 다른 곳을 포기하면서까지 등록했다”며 “학과가 없어진다는 것을 알았다면 연암대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현재 학과 대표들은 자신들의 학과가 구조조정 대상이 된 것에 대한 관련 자료 제시 및 휴학생들을 위한 대책 마련 등을 학교 측에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학 측 관계자는 “학교측의 입장은 농축산 계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혁신의 과정이라고 본다”며 “여러차례 외부 진단과 컨설팅을 받았고 어렵게 최종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학생과 군 입대 등으로 인한 휴학생들이 졸업까지 학습권을 철저히 보장해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임병찬(외식산업과 관리부장)씨는 “책임지겠다고 말은 하지만 구체적으로 내놓은 방안은 전혀 없다. 군대를 가야하는 입장으로 불안하고 화가 난다”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집회측에 따르면 반대 서명운동, LG불매운동 등으로 폐과 반대 운동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학생들의 집회는 지난 7일을 마지막으로 집회를 끝냈으며 이후에는 학생들의 학부모들이 나서서 폐과를 반대하는 집회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연암대학교 뷰티과·외식산업과 폐과 반대 대자보 (사진=우승민 기자)

 

대학학과 구조조정, 사라지는 비이공계

이처럼 요즘 대학들은 대학구조개혁 등으로 장기적으로 대학 정원을 줄이는 교육부 방침에 따라 대학들이 어쩔 수 없이 학과 통폐합이나 폐지를 결정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취업률과 충원율 등을 바탕으로 대학을 평가하고 있는 이유 때문이다. 특히 대학을 평가하는 기준을 보면 취업률과 학생 충원율이 전체 평가항목에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교육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취업률 중심의 ‘프라임사업(PRIME, 산업수요 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으로 인해 지역 예술관련 학과들이 잇단 폐과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프라임 사업은 산업 수요에 맞게 학과를 통폐합하거나 학과 정원을 조정한 대학에 한해 예산을 집중 지원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프라임 사업을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학들은 평가에서 하위권에 들면 재정지원이 줄고 퇴출 압박을 받기 때문에 인기 없고 취업률이 낮은 학과는 대학 자체적으로 퇴출시키고 있는 셈이다. 각종 사업지원을 결정짓는 정부의 대학평가가 맞물려 있어 대학들은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통폐합과 폐과를 강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 '입은 있고 귀는 없냐' 라고 적혀있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연암대학교 학생들(사진=우승민 기자)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4~2024 대학 전공별 인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공학계열에서는 21만5000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인문계열 학생 10만1000여명, 사범계열 12만여명, 사회계열 21만7000여명은 일자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에 따라 프라임 사업에 지원한 대학들은 인원을 공학계열로 이동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결국 인문사회계열 학과를 줄이고 이공계열 학과를 늘이겠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상당수 대학들이 학과 구조조정을 하면서 취업시장에서 선호하는 이공계전공 중심으로 바뀌면서 비이공계 정원이 대폭 축소되고 있다.

이처럼 비이공계 정원이 대폭 축소되면서 지난달 24일 부산 경성대는 무용학과·교육학과·정치외교학과·한문학과 등 4개 학과가 폐과 수순을 밟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학부모와 학생들 다수는 폐과 반대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경성대 무용학과는 4년 연속 평가점수 최하위를 기록했다. 정치외교학과도 2년 연속 하위 등급을 받았다. 그 외 교육학과도 교원양성평가에서 하위 등급을 받았고, 한문학과는 전공 신청 인원 미달이 폐과 원인이 됐다.

국내 대학들은 대학구조개혁 평가에 따라 매년 학과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각 학과의 신입생 충원율과 재학생 탈락률, 졸업생 취업률 등 총 10가지 지표를 통해 평가가 이루어진다.

경성대 관계자는 “이 같은 평가 결과는 매년 각 학과에 통보돼 학과 자체적으로 차기 계획 수립이 가능하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부산민족예술인총연합(부산민예총) 춤 위원회 강주미 위원장은 “2011년 동아대 무용학과가 전격 폐과된 후 5년 뒤 경성대와 신라대가 폐과 위기에 놓였다”며 “학과가 사라진다는 것은 지금까지 구축해 온 학문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에서 인문·예술학을 포기하는 것은 종합대학의 역할을 포기하고 기술인 전문 양성소를 만들겠다는 뜻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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