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3년’ 이통사 영업익 증대, 소비자 부담 증가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현대인들에게 있어 휴대폰이 가지는 의미는 개인의 차가 있겠으나 그 누구에게도 결코 작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뉴스포스트>에서는 현대인들의 삶에 일부로 자리매김한 휴대폰 관련 평소 소비자들이 알지 못했거나 궁금했던 이야기를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사진=선초롱 기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 시행 후 휴대폰 유통업계에는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휴대폰 시장 과열을 막겠다는 정부의 취지대로 자유경쟁이 막힌 판매점 시장은 탄력을 잃었고, 소비자는 모두가 공정하게(?) 비싼 휴대폰을 구입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소비자 차별을 막겠다는 정책이 오히려 부담만 늘린 꼴이다. 반면 마케팅비용이 줄어든 이동통신사의 영업이익은 매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단통법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가계 통신비 절감 정책’이 주요 대선공약으로도 등장했다. 다만 해당 공약이 실제 추진될 경우 여파에 대해선 업계 관계자별 입장차가 분명한 모습이다.

 

본래 취지 잃어버린 ‘단통법’

지난 2014년 10월 1일 시행에 들어간 단통법은 휴대폰 단말기의 지원금과 요금제에 따른 차별을 규제하기 위해 도입됐다.

단통법 시행 이전에도 지원금과 관련된 이동통신사의 가이드라인은 있었다. 다만 법으로 규제된 사항이 아니라 잘 지켜지지 않았고, 단통법은 이를 법제화 해 강제성을 부여했다.

특히 주목 받은 부분은 ‘지원금 상한제’ 시행이었다. 이동통신사가 소비자에게 지급할 수 있는 지원금을 최대 33만원으로 제한해 이용자 차별을 줄인다는 취지였다.

단통법 시행 후 소비자들의 휴대폰 구입비용 및 통신요금은 종전과 비교해 오히려 늘어났다는 게 업계 일반적인 평가다.

지난달 7일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ICT소비자정책연구원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의뢰로 펴낸 ‘실질적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정책방안 연구’에 따르면, 성인남녀 1000명 대상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중 71.3%가 ‘가계통신비 인하 체감 효과를 느끼지 못했거나 오히려 부담이 늘었다’고 답했다.

지원금을 상한선까지 지원받기 위해선 10만원에 달하는 고가 요금제를 사용해야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탓에 울며 격자 먹기 식으로 고가 요금제에 가입한 경우가 많았던 탓이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지원금 상한제 대상이 아닌 ‘출시 후 15개월이 지난 휴대폰’이 인기를 끌기도 했으나, 이들 휴대폰의 경우 물량이 충분치 않아 품귀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정부가 “단통법 시행에 따라 휴대폰 시장의 과열을 막았고 소비자 차별이 해소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상당수 소비자들이 “단통법으로 부담이 늘었고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한산한 모습의 서울 강변역 테크노마트 휴대폰 집단상가 (사진=선초롱 기자)

단통법은 휴대폰 판매시장 자체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히기도 했다. 가격 경쟁력이 사라진 시장이 탄력을 잃고 얼어붙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용산전자상가나 테크노마트 등 집단상가의 경우 공시 지원금 외 추가 혜택이 주요 영업전략이었으나 단통법 시행 후 이 같은 행위 자체가 불법화되며 직격탄을 맞았다.

그리고 이는 중소 휴대폰 판매상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졌다. 전국이동통신협회가 발표한 판매점 현황 자료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이후 1년 동안 전국 각지에서 2000여개의 판매업체가 문을 닫았다.

소비자와 중소 판매상 등이 단통법의 여파로 시름한 것과 달리 이통사들의 영업이익은 단통법 시행 후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발표한 번호이동 자료에 따르면, 2014년 865만4125건이던 번호이동 수는 2015년 693만3874건으로 줄었다. 이통3사의 마케팅비 총액 역시 2014년 8조8240억원에서 2015년 7조8619억원, 2016년 7조6187억원으로 크게 절감됐다.

같은 기간 이통3사 영업이익이 총액은 2014년 1조6107억원에서 2015년 3조1690억원, 2016년 3조588억원까지 늘었다.

올해 1분기에도 이통3사의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모두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번호이동 등을 통한 혜택이 줄자 휴대폰 약정기간이 끝나도 기존 통신사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늘어났고 그에 따라 이통사들의 마케팅 비용 역시 절감한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이후 수요가 급격히 감소해 판매점의 실적은 줄어들었으나, 이통사는 영업비용 감소와 요금 수수료 증가 등으로 수익은 더 올랐다”며 “그렇다 보니 단통법에 대해서도 이통사 배만 불리기 위한 정책이 아니었냐는 볼멘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선 판에 오른 단통법, 이번에는?

단통법에 따른 세간의 지적이 꾸준한 가운데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판에도 해당 이슈가 주목을 받고 있다. 주요 대선 후보 모두 ‘가계 통신비 절감’을 주요 공약 사안으로 내놓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1일에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이동전화 기본료 폐지’,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조기 폐지’, ‘단말기 가격 분리 공시제’ 등을 통신비 부담 절감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 후보는 “이동전화 기본료는 통신망을 깔고 통신설비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으로 LTE 기지국 등 설비투자는 이미 끝난 상태로, 이동전화 기본료를 폐지하겠다”며 “단통법 개정을 통해 10월 일몰 예정인 단말기 지원금상한제도 조기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에게 제공되는 단말기 지원금 가운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의 지원금을 별도 표시하는 ‘가격 분리 공시제’를 도입해 고가 단말기의 거품을 빼겠다”며 “단통법 도입 당시 같이 추진된 제도지만 제조사와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좌절됐기 때문에, 이번에는 반드시 추진해 국민의 부담을 덜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단통법을 뜯어 고쳐 국민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문 후보 외 다른 대선 후보들 역시 이와 비슷한 통신비 절감 대책을 발표했거나 준비 중인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업계 반응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이통사들의 경우 대선 후보들의 이 같은 공약에 대해 벌써부터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단통법이 폐지될 경우 기존처럼 출혈성 마케팅 경쟁이 부활해 업계에도 부담이 됨은 물론, 또 일부 소비자들 외에는 ‘호갱’으로 전락해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화두로 떠오른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중장기적인 투자가 없을 경우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

이와 달리 휴대폰 판매업계에서는 해당 공약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될 경우 자유경쟁이 다시 활발해져 시장도 다시 활기를 찾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통해 출혈성 마케팅 경쟁으로 부담이 된다는 점은 이동통신사만의 부담으로, 판매업계에서는 손해 보는 제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기존처럼 호갱이 될 것이라는 점도 발품을 팔거나 정보를 모으면 누구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며 “기본료 폐지도 통신비는 대리점, 이동통신사에서 가져가는 이윤이기 때문에 판매점과는 크게 상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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