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없는 '팝업 사과문' 부메랑..."어떻게 연락 한번이 없습니까" 유족 절규

[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지난 30일 ‘CU, 범죄 및 안전사고 예방 점검…안심 편의점 만든다’라는 제목의 BGF리테일 측 자료가 언론에 배포됐다. ‘CU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 살해 사건’에 대한 안전대책 마련안을 담은 내용인데, 얼핏 보면 BGF리테일 안심 편의점을 운영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이와 거리가 멀다는 게 유가족의 주장이다. 살해 사건 발생 이후 BGF리테일은 유가족에 대한 사과도, 공식적인 면담도 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진심어린 사과도 없이 ‘팝업 사과문’을 올려 언론 플레이만 집중해 사건을 무마하려 든다는 비난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여기에다가 홍석조 BGF회장이 최근 고액의 배당금을 수령했다는 사실도 맞물리며 곱지 않은 시선이 더해졌다. 홍석조 회장은 무상증자 덕에 126억원의 배당금을 받아 국내 ‘배당 부자’ 22위에 올랐다. 이를 두고 주주친화 정책이라기보단 오너일가 ‘배불리기’ 배당이라는 눈총이 쏟아졌다. 신변을 담보로 한 노동자의 피와 땀이 일궈낸 회사의 성장이 오너일가 배불리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박은미 기자)

“홍석조, 팝업창 뒤에 숨지 마라”

지난해 12월 23일 늦은 새벽 경북 경산의 한 CU편의점에서 야간근무를 하던 30대 아르바이트생이 조선족 취객이 휘두른 흉기에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의 원인은 CU본사가 정해놓은 방침인 ‘20원짜리 비닐봉툿값’에 대한 실랑이였다. 해당 아르바이트생은 사방이 막힌 편의점 계산대 구조상 피하지 못하고 결국 싸늘한 주검이 됐다.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지금 유가족들은 그들이 원하는 사과와 보상을 받지 못한 채 여전히 투쟁 하고 있다.

BGF리테일은 지난 4일 CU브랜드 홈페이지에 팝업창을 띄우는 형태로 살해 사건에 대한 사과문을 게재했다. 해당 입장문에는 “지난해 말 경산지역 당사 가맹점에서 일어난 근무자의 사망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고인의 유가족과 CU를 아껴주시는 모든 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사과 드린다”며 “앞으로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당사는 안전한 매장 근무 환경 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라고 적혀있다.

CU는 이를 위해 ▲모든 가맹점에 대한 정기적인 ‘안전사고 예방’ 점검 및 개선 ▲휴식 및 대피가 용이하도록 ‘안심 카운터’ 등 근무 친화적 시설을 단계적으로 도입 ▲매장 근무자의 사고에 대비해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 마련 등을 대안으로 내놨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해당 입장문을 사과로 보지 않았다. 사건을 무마하기 위한 일방적이고 애매한 핑계를 담은 꼼수라는 이유다.

유가족과 시민단체들로 이루어진 ‘경산CU편의점알바노동자살해사건 해결 및 안전한 일터만들기 시민대책위원회’(이하 CU대책위)는 BGF리테일에 홍석조 회장과 박재구 대표가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CU대책위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해당 입장문은 책임회피를 위한 ‘지속적으로’, ‘순차적으로’ ‘단계적으로’ 식의 단어로 가득 차 있다”며 “이는 사건 무마와 은폐를 위한 시간벌기 작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CU대책위에 따르면 BGF리테일은 살해사건발생 100일이 넘도록 유가족에게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이후 BGF리테일 직원들이 유가족의 집 앞으로 찾아와 단계적으로 안전안을 마련하겠으니 합의를 하자고 제안한 바는 있으나 유가족들은 명확한 대안을 달라며 거절했다.

이와 관련 CU대책위는 공개적인 면담을 통해 논의하자고 요구했으나 BGF리테일은 비공개 면담을 끝내 고집해 성사되지 못하기도 했다.

CU대책위는 “매년 편의점 노동자를 상대로 야간에 일어나는 강력 및 폭력범죄가 각각 300건, 1,500건에 달한다”며 “그러나 범죄가 발생했을 때 편의점 주변의 상가 등은 영업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주변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진국의 경우 편의점과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심야 영업을 제한하거나 필요할 시에는 두 명 이상의 인력 배치를 강제하는 조례나 사규 등이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나 본사가 야간근무 인력 배치에 대해 관여하지 않아 점주 재량으로 맡겨 진다”고 우려했다.

로열티 지급, 물량 밀어내기, 불공정 행위 등 본사의 우월행위에 옥죄이다 보니 점주 자발적으로 야간에 노동자를 두 명 이상 배치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된다는 게 대책위의 설명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본사가 직접 나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CU대책위는 “BGF리테일은 편의점의 심야 근무라는 특성을 노리는 범죄가 많은지 알면서도 CU라는 브랜드 유지를 위해 안전 대책 업는 무리하게 야간노동을 강요했다”며 “BGF리테일의 성장은 신변을 담보로 야간 근무를 하는 노동자의 피와 땀으로 이뤄 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구체적인 대안을 구상 중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유가족을 위해 노력할 것이란 방침은 변화가 없다”며 “다만 프랜차이즈 사업의 구조상 가맹계약서에서 기초해 운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사소한 조항 변경 하나도 점주들과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사고가 발생한 지점이 직영점이라면 당장 지침을 내려 지침을 마련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보니 시간이 걸린다” 며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대안을 경찰과 함께 검토 중이며 조만간 발표한 것이니 조금만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 (사진=뉴스포스트DB)

오너 배불리기 배당 ‘빈축’

이런 와중에도 홍석조 회장을 비롯한 BGF리테일 오너 일가의 주식가치는 5000억원 넘게 치솟았다. 고배당 정책과 무상증가 덕에 배당 수익도 크게 늘었다. 이를 두고 주주친화 정책이라기보단 오너일가 ‘배 불리기’ 배당이라는 눈총도 쏟아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BGF리테일의 배당금 총액은 396억원으로 지난해 297억원보다 33% 가량 늘어났다. 31.81%의 지분을 보유한 홍석조 회장은 126억원을 받게 된다.

BGF리테일은 주당 배당금을 800원으로 책정했다. 보통주 1주당 배당금은 지난해(1200원)보다는 줄어들었지만 1대1 무상증자를 통해 주식수가 두 배로 늘어나 오히려 배당금 총액은 부쩍 늘어난 것이다.

무상증자는 회계상에서 이익잉여금을 자본금으로 옮겨와 신주를 발행해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방식이다. 실제로 자산이 늘어나지는 않지만 주식 수가 증가해 거래 유동성이 개선되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무상증자로 신주를 배정 받아 주식수가 늘어난 주주들도 이득을 보게 된다.

덕분에 홍석조 회장은 지분 평가액은 전년 대비 25%(3184억원)나 늘었다. 홍석조 회장의 지분 평가액은 지난 2월 기준 1조6076억원으로 조사됐다.

이를 두고 점주들은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노동자들의 범죄에 시달리는 반면 홍석조 회장 일가는 자기 잇속만 차리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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