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광화문

3주기 앞둔 세월호 가족 이야기

보고싶은 ‘착실한 아들’...아직도 가슴속에

인양된 세월호, 이제 남은 과제는···

 

[뉴스포스트=우승민 기자] 2014년 4월 16일 진도 해상에서 일어난 세월호 참사가 어느덧 3주기를 맞이했다. 또한 지난 11일 3주기가 되기 전 세월호 참사 발생 1091째 되는 날 뭍으로 완전히 올라왔다. 중국업체 상하이 샐비지가 인양작업에 착수한 지 613일 만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진실규명과 온전한 선체 인양 그리고 9명의 미수습자가 돌아오기만을 바라는 미수습자 가족들과 유가족들의 마음은 편한 날이 없었을 것이다.

3주기가 되기 전 세월호가 완전히 육지로 인양에 성공했고, 3주기를 맞이하는 유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뉴스포스트>는 세월호의 아픔을 고스란히 가진 광화문 광장을 찾았다.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고 있는 세월호 추모 사진전의 사진을 만지며 바라보고 있는 시민 (사진= 우승민 기자)

3주기를 맞이한 광화문

촛불집회, 분향소 등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세월호 광장은 여전히 많은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세월호 선체가 뭍으로 올라왔고, 3년이 지났지만 광화문 광장을 찾아준 시민들은 여전히 분향소에서 추모하며 아파했다.

2014년 4월 16일 발생했던 세월호 참사는 오는 16일 3주기를 앞두고 있다. 지난 11일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앞두고 광화문을 찾은 <뉴스포스트>는 광화문을 찾는 시민들이 여전히 아파하는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광화문을 찾은 박모씨(28)씨는 “요즘 다가오는 3주기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아이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하다보니 가슴이 또 아파온다. 그래서 매일 이 곳을 찾게 된다”며 “어서 빨리 미수습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학생들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는 이민정(22)씨는 “지금쯤이면 대학생이 되어 오늘처럼 좋은 날씨에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벚꽃놀이도 갈 텐데 좋은 날씨에 떠난 걸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3주기 때는 촛불집회에도 참여할 생각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렇게 아이들을 위로해주고 힘을 보태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시민들은 광화문 광장을 찾으며 세월호 희생자를 위로하고 세월호 미수습자 아홉 명의 사진을 바라보며 온전하고 조속한 수습을 기원하곤 했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멈추지 않는 광화문에서는 미수습자를 기원하는 ‘노란띠묶기’, 목포신항에 보내는 ‘노란리본만들기’, 안산분향소로 보내는 ‘0416엽서쓰기’ 등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었다.

 광화문 광장 한켠에 걸려있는 ‘어서 빨리 돌아오렴’ ‘잊지 않겠습니다’ 등 글씨가 쓰여진 노란 리본들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사진= 우승민 기자)
 미수습자 기원을 담아 목포신항에 보내는 ‘노란리본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 (사진= 우승민 기자)

시민들이 묶는 노란띠에는 ‘잊지 않겠습니다’, ‘빨리 찾아줄게 미안해’, ‘아이들아 미안하다’, ‘빨리 가족의 품으로’ 등의 글귀가 적혀있었다.

또한 시민들은 노란리본만들기, 0416엽서쓰기 등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고 있었고 진지하게 체험에 임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날 광화문을 찾은 이태현씨는 “세월호가 인양됐지만 아직 밝혀져야 할 것들이 많다고 생각해 광화문에 오게 됐다”며 “세월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가족들과 끝까지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광화문 광장 한편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세월호 진상규명과 미수습자 수습을 위한 서명 운동을 진행하고 있었고, 경찰들도 광화문 광장을 함께 지키고 있었다.

1·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에 따르면 3주기를 하루 앞둔 오는 15일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다양한 추모행사를 열 예정이다.

 임요한 군 어머니 김금자씨가 광화문 광장에 위치한 분향소에서 조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 우승민 기자)

“진상규명에 도움이 된다면 뭐든 하겠다”, 유가족의 외침

광화문 광장을 3년간 지켜온 건 세월호 가족들이다. 여전히 아파하는 세월호 가족들은 선체가 뭍으로 올라왔지만 아직 해결하지 못한 진상규명과 미수습자 수습을 위해 여전히 광장에 자리하고 있다.

3주기를 앞두고 미수습자 수습과 진상규명만 남겨둔 시점에 <뉴스포스트>는 지난 10일 임요한 군 엄마 김금자씨를 광화문 광장에서 만났다.

임요한 군 어머니 김금자씨는 이제야 겨우 일을 시작했다. 그는 3년 동안 진상규명과 세월호가 바다 속에 있는 동안에는 일을 관뒀기 때문이다. 이제 일을 시작하게 된 그는 인터뷰를 하기 전까지 회사 교육을 듣느라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광화문으로 돌아와 인터뷰에 응했다.

“진상규명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할 거에요” 김금자씨(요한엄마)를 만났을 때 처음으로 꺼냈던 말이다. 그는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는 팽목항, 목포, 광화문 광장, 인터뷰 등 진상규명을 하기 위해선 어디서 무엇이든 발 벗고 나서고 있었고, 매주 월요일이면 꼭 찾는 광화문 광장에서도 진상규명을 위해 애쓰고 있었다.

김금자씨에게 임요한 군은 ‘착실한 아들’이었다. 어릴 적부터 동생을 보살피며 엄마 아빠의 속을 섞이지 않았던 임 군은 공부는 조금 부족했을지 몰라도 인격은 정말 훌륭한 아들이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여동생이 있는 임 군은 여동생도 잘 챙기는 오빠의 역할도 훌륭히 했다. 지금 임 군의 여동생은 오빠가 다니던 학교에서 졸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오빠 대신 졸업을 하겠다는 여동생은 단원고등학교 3학년으로 오빠의 몫까지 해내고 있다.

또한 요한학생은 아버지와 같은 훌륭한 목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목사가 되겠다고 말했던 그 순간이 너무 고마웠다는 김금자씨는 “항상 요한이가 천국에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마음에 위로가 되기도 한다. 목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던 요한이의 마음을 품고 기도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항상 자랑스럽고 고마웠던 아들과 비슷하게 닮은 학생을 볼 때면 김금자씨는 매우 힘들어 했다. 그는 “길에서 요한이와 비슷하게 닮은 얼굴을 볼 때면 너무 괴롭고 보고 싶다. 며칠 전 출근길에 머리도 피부도 하얀 학생이 달려오는데 너무 비슷해서 가슴이 아팠다. 옆모습도 정말 요한이의 옆모습과 너무나도 닮았었다”며 “그럴 때면 정말 요한이야? 하며 다가가지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요한이는 세상에 없으니 (요한이가) 아닌걸 알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힘들다”고 말하며 눈물을 참았다.

또한 그는 예전에는 여느 때와 다른 부모들처럼 공부를 잘하기를 바랐을지 몰라도 지금은 예전과는 조금 다른 시선을 가지고 학생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있을 때와 없을 때와의 차이는 정말 크더라. 항상 함께할 줄 알았던 아이가 없어지니 정말 허전한 마음이 크다. 나는 이제 그 아이의 18년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살아가야하는 길밖에 없다”며 “많은 부모들이 공부를 우선시하고 있지만 공부가 전부가 아니라 각자의 길들이 있으니 너무 힘들게 공부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유가족 중에서도 공부만 하다가 가버렸다고 말을 하며 아쉬워하는 분도 있었다. 이번 일을 통해서 아이들의 의견을 조금 더 존중해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는 이들의 생활과 생각을 모두 뒤흔들어 놓았다. 세월호 인양이 시작되던 그 당시 김금자씨는 세월호 인양 과정을 보기 위해 팽목항으로 갔었다. 세월호의 모습이 보이던 그 당시를 회상하며 “그 당시 선체 뒷면만 보게 됐는데 녹이 슬고 폭탄 맞은 모양이었다”며 “바닷물에 있었기 때문에 빨리 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빨리 미수습자들을 수습하고 침몰 원인을 똑바로 밝혀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현재 세월호 선체는 육지로 완전 인양돼 미수습자 9명을 찾기 위한 수습·수색 체제로 전환했다. 세월호 현장수습본부는 13일부터 15일까지 선체 외부세척, 워킹타워 설치, 우현 선측 안전 난간 설치, 선내 방역, 위해도·안전도 검사를 진행한다. 선체조사위원회는 이 작업이 끝나는 대로 선체 진입 방식과 수색 방법을 확정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 김금자씨는 “일단 세월호가 올라온 것에 대해서 너무너무 감사하다. 하지만 인양 전에도 변수가 엄청 많았다. 정확하게 파악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변수가 많이 발생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미수습자들을 수색할 때에는 조금 더 파악해서 제발 진실하게 그대로 확실히 오픈해서 끝까지 욕먹는 해수부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지난 3월 18일 해수부는 세월호 본체 인양을 19일 시도하려 했지만 20~22일 기상 여건으로 인양 시도를 발표한지 3시간 만에 번복한 바가 있다. 또한 세월호를 거치하는 반잠수식 선박의 위치가 이틀 전에 변경되기도 했다.

김금자씨는 “선체 보존이 그대로 됐으면 좋겠다. 세월호 선체가 없어지면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역사적인 선박이 훼손됐다고 해서 없애버리면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이다”며 “다 보존돼서 학생들에게 교육이 되길 바란다. 그래야 이날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 공감하고 다시 상기시킬 수 있고, 어떻게 하면 안전한 사회를 이룰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한편 3주기를 맞이해 광화문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지 질문했다. 그는 “얼마 전 그동안 광화문을 한 번도 온 적이 없다. 그동안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생각이 바뀌어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며 “뒤늦게라도 광화문 광장을 찾아주시는 시민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항상 정말 이쁜 꽃들도 놓고 가주시는 분들도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금자씨는 “항상 시민들 덕분에 희망과 감사함으로 살아가고 있다. 빨리 미수습자들은 수습이 잘 되어서 진실이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라며 “정부는 문제가 가장 시급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서 억울한 사람들의 문제를 빨리 하나하나 풀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끝맺었다.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광화문 광장에 위치한 분향소를 찾은 시민이 학생들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우승민 기자)

세월호 참사 3주기, 남은 과제는?

세월호 참사 3주년을 앞두고 다행히 선체 인양이라는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하지만 침몰 원인 등 제대로 된 진실규명 작업은 3년이 되어가는 이 시점까지 특별히 진척된 게 없어 유가족과 미수습자들의 마음은 타들어가고 있다.

진짜 사고원인은 무엇이며, 해경이 정말로 구조를 안 한 것인지, 아니면 못한 것인지, 수백 명의 국민들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시스템은 적절했는지 등 수많은 의문들에 대한 명쾌한 결론은 나오질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우리 사회의 목소리는 3년 동안 꾸준히 이어져왔다. 특히 대통령 탄핵 등으로 정국이 급변하고 있고, 참사 3주기, 새 정부 출범 등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곳곳에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304명이 희생된 대참사의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달라는 요구다.

때문에 5월 9일 대통령 선거를 통해 들어서는 새 정부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어느 정도 밝혀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세월호 선체는 지난 11일 참사 발생 1091일째 되는 날 완전히 뭍으로 올라왔다. 중국업체 상하이 샐비지가 인양작업에 착수한 지 613일 만이다.

세월호 현장수습본부는 인양완료와 동시에 미수습자 9명을 찾기 위한 수습·수색 체재로 전환했다. 이에 수습본부는 고압세척으로 인한 선체 변형논란이 있을 만큼 기록하기 위해 외관을 촬영하고 드론을 띄워 촬영할 계획이다.

이후 코리아쌀베지는 세월호 위에서 아래로 들어가 추락 가능성이 있는 위험물부터 제거하고, 선체 옆면이나 아래쪽에 진입로를 확보해 작업자들이 미수습자를 수색할 예정이다.

김성훈 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조사관은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도약을 위한 시발점은 어쩌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가 다시 곁으로 돌아오는 순간을 바라보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미수습자 가족들의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이들은 이제 청와대 앞에서, 광화문 광장에서, 팽목항에서 아이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던 사람들은 세월호가 인양됐다는 기쁨은 잠시 뒤로 미뤄두고 세월호 진실을 찾아 싸워야한다. 이들은 미수습자를 찾고 진실규명을 위해 긴 시간동안 다시 싸우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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