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질적 성장' 선포 20여 일만에 또 다시 기소...롯데그룹 이미지 실추 '견인'

(사진=박은미 기자)

[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신동빈의 뉴롯데’가 점점 산으로 가고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최순실 게이트’ 관련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됨에 따라 오너가 직접 챙겨야 하는 그룹 일정에 큰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미 횡령·배임 혐의로 매주 이틀 정도 법정에 출두하고 있는 신 회장에게 뇌물공여 혐의까지 더해지며 향후 1년간 주 3~4일을 법정 출석에 할애해야 할 상황이 됐다. 사드 보복으로 인한 직격탄 속에서도 비자금 재판, 뇌물공여 혐의 등 오너를 둘러싼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대내외적인 역량을 집중시켰던 롯데그룹도 침울함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상 ‘경영 마비’ 

지난해 3월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신동빈 시대’가 도래했다. 신동빈 회장은 ‘문어발식 경영’, ‘카피캣 기업’ 등 롯데를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우고 불투명한 지배구조 개선하기 위한 대대적인 쇄신을 주문했다. 일명 ‘질적 성장’이다.

최근 롯데는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40억원 상당의 불꽃을 쏘아 올리며 창립 50주년을 기념했다. 수백만명이 쇼를 즐겨 이슈몰이 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신 회장의 마음은 무거웠다. 경영권 분쟁과 비자금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사드 부지 제공 보복으로 전 계열사가 실적 부진에 갇혀있는 등 현안이 산적해서다.

여기에 지난 17일 미르‧K스포츠재단 뇌물혐의 관련 기소로 롯데는 더욱 곤혹스런 상황에 처했다. 이미 신 회장은 횡령·배임 혐의로 4월 들어 매주 이틀 정도 법정에 출두하고 있다. 이번 뇌물공여 혐의까지 더해지며 주 3회 이상 재판을 받게 돼 총수공백에 따른 그룹 경영차질이 더욱 심각해진다. 

특히 뇌물공여 재판은 피고인이 반드시 법정에 출석해야 하는 형사소송 인만큼 그룹 또한 경영 차질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1주일 중 거의 3~4일을 재판 준비와 출석에 할애해야 하는 만큼 사실상 ‘경영 마비’ 상태가 된다고 봐야 한다.

검찰은 롯데가 비록 돈을 돌려받기는 했지만 신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한 뒤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로 출연한 것을 뇌물수수로 판단했다.

실제로 롯데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주관 모금을 통해 최순실 씨가 설립을 주도한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에 각각 17억 원(롯데케미칼), 28억 원(롯데면세점)을 출연한 뒤에도 지난해 5월 말 K스포츠재단의 '하남 엘리트 체육 시설 건립' 계획에 70억원을 추가로 기부했다가 되돌려 받았다.

이에 대해 롯데는 대가성을 부인하며 모든 의혹을 재판 과정에서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가 출연도 정식 기부 절차로 진행됐으며 국가적 관심 사안에 대해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참여했다는고 반박했다.

롯데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2015년 11월 잠실 월드타워점이 특허 경쟁에서 한 차례 탈락했기 때문에 애초에 특혜와 거리가 멀다"며 "이후 서울 신규 면세점 추가 승인 가능성도 이미 지난해 3월 초부터 이미 언론 등에서 거론됐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만약 특혜를 바란 출연이었다면, K스포츠재단의 70억 원 추가 기부 요청에 '35억 원으로 깎아달라'고 요청했겠냐"라며 "그 후로도 두달여간 실란이를 벌인 사실이 이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창립 50주년’ 쇄신 삐걱

신 회장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쇄신을 예고한지 20일도 채 안되 또 다시 법정에 서면서 그룹의 이미지 실추를 견인하는 모습니다.

이달 초 롯데가 새로운 비전으로 내세운 'Lifetime Value Creator'는 창립 50주년을 쇄신과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것이 신 회장의 의지였다. 질적성장을 통해 구시대적 관습을 모두 버리고 준법경영을 통해 기업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궁극적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것. 이는 내부적 진통으로 그간 세간의 따가운 시선을 겪었던 롯데 직원들에게 자부심과 긍지를 심어주기 위한 리더십의 표출이었다.

그러나 신 회장은 정작 본인이 또 다른 이유로 법정에 서게 되면서 그룹의 이미지 실추를 견인하고 있다. 내부 분위기도 또다시 뒤숭숭해 졌다.

게다가 중국의 사드 보복에 정부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도 큰 부담이다. 중국 내 롯데마트 전체 매장 99곳 중 소방시설 점검 등을 통해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75개점 가운데 상당수가 1차 영업정지 기간 만료가 됐으나 중국당국의 현장점검이 늦어져 사업 정상화에 여전히 차질을 빚고 있다.

롯데는 지금 같은 중국의 사드 보복이 이어질 경우 올해 연말까지 10개월 동안 영업 손실이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의 롯데마트 99개 지점의 약 90%가 문을 닫은 가운데 국내 면세점 매출 손실, 롯데 식품 계열사의 중국 수출액 감소 등으로 피해는 가중되고 있다. 이미 지난 3월 사드보복으로 인한 롯데그룹 전체 매출 손실 규모는 2500억원으로 잠정집계됐다. 지난달 영업손실도 500억원이나 발생했고, 특히 이달들어 15일까지 영업손실은 750억원에 달했다. 

창립 50주년 맞아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전화위복’의 다짐이 안팎의 악재에 막혀 빛을 보기엔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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