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의원 대표발의, ‘재계반발’ 예상되는 가시밭길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4.16 연대 안순호 공동대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강찬호 공동대표, 민주노총 이상진 부위원장,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연대 강문대 위원장 등과 함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발의 기자회견을 가졌다.(사진=노회찬 의원실=뉴스포스트)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중대재해기업 처벌법(기업살인법)은?’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안, 발의: 노회찬 의원 등 11인)

기업의 중대재해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기업 등이 시민이 이용하는 시설이나 제조물에 대한 안전관리·보건조치의무를 위반해 인명사고가 발생한 경우, 해당 기업 및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이를 관리해야하는 공무원에 대해 형사책임을 묻고 처벌을 강화하는 특별법 제정안.

지난 2011년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과 이에 따른 피해사실이 처음 알려졌던 이른바 ‘옥시 가습기 사건’은 우리사회에 큰 충격을 준 동시에 숙제를 안겨줬다. 피해 원인 규명에도 긴 시간이 필요했지만 소비자가 입은 피해에 대해 기업에 책임을 묻고 처벌을 논하는 과정은 더욱 어렵고 더뎠다. 이어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고 같은 지적이 반복됐다. 더 나아가 기업을 넘어 이를 감독하고 관리해야할 공무원에 대한 책임과 처벌 문제도 함께 화두가 됐다.

이번 특별법 제정안은 우리가 겪어온 옥시 사태와 세월호 참사, 그리고 산업재해 문제의 위중함에 비해 기업에 대한 책임이 너무 가볍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제정안은 대표발의한 노회찬 의원(정의당 원내대표) 뿐 아니라 4.16연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모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연대 등 참여로 추진됐다.

 

약한 처벌, 기존법 한계...특별법으로 돌파

 

현행법에 따르면 기업과 관련된 재해가 일어나도 경영책임자를 처벌하기 어렵다.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가 아니면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따른 안전의무 규정 위반 정도다. 안전의무 규정 위반의 경우 벌금형이나 과징금 정도에 불과하다. 업무상과실치사의 경우 대체로 안전사고가 기업의 조직 구조로 이해되고 적용되다보니 경영자의 과실을 입증하기 어렵다.

실제로 세워호 참사로 청해진 해운이 선고받은 벌금은 1000만원이었고 가습기 문제를 일으킨 옥시레킷벤키저 역시 허위 광고표시에 대한 혐의만 적용되면서 1억5000만원 벌금을 내는데 그쳤다.

이번 제정안을 ‘한국판 기업 살인법’이라고도 표현하고 있다. 이 법의 핵심은 기업의 안전관리의무를 법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이에 대해 무거운 책임과 처벌을 부과하는데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안전 의무 강화했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중이용시설 및 공중교통수단을 수요하거나 운영 관리하는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사업장 및 시설을 이용하는 시민이나 노동자 등 모든 사람의 위험을 방지할 안전조치의무(안 제3조 제1항)

사업장에서 취급하거나 제조물로 인한 사람의 안전 또는 보건상 위해를 방지할 보건조치의무(안 제3조 제3항)를 부과했다. 이 같은 사항이 하도급 구조에서 원청 사업자에게도 적용될 수 있도록 했다.(안 제4조)

기업과 사업주에 대한 처벌 조항도 강화했다. 경영장가 부과된 의무를 위반해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할 경우 사망의 경우 3녀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 상해의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유기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안 제5조)

과실을 범한 기업도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토록했다. 이 경우 경영자 등이 명시적·묵시적으로 위험 방지 의무를 소홀히 하도록 지시했거나, 이를 조장·용인·방치하는 조직문화가 존재하는 경우에도 전년도 수입액의 1/10의 범위 내에서 벌금을 가중(안 제6조)하는 내용을 담았다.

기업 뿐 아니라 공무원도 처벌대상에 포함시켰다. 법령상 사업장이나 공중이용시설에 대한 감독의무 또는 인허가 권한을 가진 공무원이 직무를 의식적으로 유기해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경우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안 제8조) 노 의원 측은 이번 특별법에서 소위 ‘관피아’의 의식적인 직무유기도 핵심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와 함께 중대 과실로 인해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법인이나 기관이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는 경우 손해액의 10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할 책임을 지우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안 제 10조)도 법안에 포함시켰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사진=노회찬 의원실=뉴스포스트)

‘재계 반발’ 예상되는 가시밭길

 

문제는 이번 특별법이 유사한 상황에 처벌규정이 있는 형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 등 기존법과 충돌 또는 중복처벌이 문제가 될 여지가 있다.

이에 특별법 제정안에 참여한 노회찬 의원실의 신유정 정책비서는 “특별법이 아니면 만들기 어려운 법”이라며 “현행법에서는 사람의 사상이 아니라 행정의무 위반만 예정한 것으로 기업이나 경영자, 그리고 공무원에 대한 처벌도 약하고 책임 또한 충분히 묻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 기존 법체계를 벗어나 특별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복처벌 문제 등에 대해서는 “특별법은 기존법에 추상적으로 적용된 안전의무 개념을 보다 구체화하고 가중처벌 개념을 담은 것”이라며 “기존 법 처벌 범위에서 회색 영역으로 남은 부분을 특별법으로 관리하자는 것인만큼 기존 법과의 충돌은 크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 충돌 문제보다 법 통과과정에 난관으로 여기는 것은 기업의 반발이었다.

신 정책비서는 “정부의 반발도 있을 법 하지만 재계 반발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장 예상 가능했던 반론은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것에 큰 부담을 지우는 것이 입법 취지”라고 설명했다.

노 의원실에서도 법안의 통과에 대해 “절대 쉽지 않은 법”이라고 평가했다. 기업과 정부의 책임을 규정하고 처벌을 강화하라는 요구가 오랬동안 이어졌고 이에 대한 법제 추진도 이뤄졌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당초 옥시 가습기 피해자들이 중대재해기업 처벌법과 함께 요구해왔던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제조물책임법 개정안’에 담겨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 통과돼 빛을 보게됐다.

남은 숙제로는 집단소송제법과 이번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등이 꼽히고 있지만 법안을 통과까지 갈길은 여전히 멀다. 발의 시점이 대선 기간과 겹치면서 여론의 주목도가 크지 않다는 것도 불리한 지점이다.

제정안을 대표발의한 노 의원은 법 통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노 의원은 <뉴스포스트>를 통해 “이 법안은 형법의 특별법이므로, 제가 속한 법제사법위원회 법안 1소위에서 심사를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직 우리나라 법제에 ‘기업살인법’ 또는 유사 법례가 도입된 예가 없느니만큼, 반대에 부딪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에게도 재해를 일으킨 기업을 제대로 처벌하는 법률이 필요하다는 점을 설득해 최대한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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