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집중공세 구도 '선방'...安 토론은 무난 존재감 無 손해

사진=국회사진기자단/뉴시스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대선 후보들이 2차 TV토론을 마쳤다. 5명의 대선 후보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토론회를 통한 전략 득실은 누가 토론을 잘 했는가라는 평가와 또 다른 양상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토론 자체에 대한 점수는 높지 않지만 토론회를 통해 얻을 득실에 대해서는 대체로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사실상 청문회를 방불케할 질문 공세가 이어지면서 답변이 모호하거나 일부 매끄럽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지만 네 후보의 집중 공세를 받아내는 구도였다는 점에서 대체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물론 문 후보가 쏟아진 질문에 잘 받아쳤다고 평가할 순 없지만 이 같은 토론 구도가 결과적으로 문 후보에게 나쁠게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집중 공세 형태의 토론회 구도 자체가 현재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 후보의 위치를 도리어 시청자와 지지자들에게 선명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불리할게 없다는 해석이다. 또 토론의 부실한 평가로 지지층의 이탈보다는 집중 공세에 따른 결집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진단도 가능하다.

현재 선두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이번 토론에 대해 “나름대로 어느 정도 괜찮은 형식”이라고 평했다. 자신의 토론에 대해서도 “전 제가 가진 평소 생각들을 말했다”고 평가했다. 국민의당 김영환 미디어본부장은 “지난번에 저희가 좀 미흡해서 이번에 판정승 정도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문재인 후보께서 완전히 무너져서 TKO승을 거뒀다”고 말했다. 안 후보의 토론에 대해서도 다소 경직된 모습을 보였던 1차 토론에 비해 많이 여유로웠다는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하지만 질의가 문 후보쪽으로 몰리면서 안 후보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시선이 문 후보로 쏠리는 것도 문제지만 ‘문-안’ 2강의 치열한 대결구도가 제대로 부각되지 않는 분위기도 안 후보에겐 불리한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토론 내용에 대해 박한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토론회에서 가장 많은 이득을 챙긴 후보로 꼽히기도 한다. 토론회 내에서 문 후보나 안 후보 만큼 질의응답 과정에서 집중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문 후보를 향해 ‘주적’이라고 칭하거나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을 펼치는 유 후보에게 “이정희 같다”는 등의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와 관련해 조국 서울대 교수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홍준표의 토론은 평할 가치가 없다. ‘세탁기’에 다시 들어가야 할 사람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토론회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본 사람으로도 꼽힌다. 이날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장 큰 이득을 본 사람은 홍준표”라며 “실리를 챙겼고 자기 존재감을 지지자들에게 부각시켜 줬다”고 평가했다.

함께 출연한 김성태 바른정당 의원도 “자기 지지층을 만족시키고 확실하게 끌어들일 수 있는 토론은 어제 홍준표 후보가 했다”고 동의했다. 토론 내용이 확장성을 가질 수 없지만 기존 지지층의 표를 지키고 결집시키는 결과는 충분히 얻어냈다는 평가다.

반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이번 토론회에서 가장 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 후보는 토론을 마치고 “토론 방식이 뭐가 중요한가”라며 “저는 어떻게 해도 좋은데 너무 후보들이 숫자나 이런 데 대해서 정확하지 못해서 팩트 확인이 (부족했다)”며 여유로운 반응을 보였다. 이번 토론 평가도 높은 편이다. 데이터를 기반한 집요한 질문공세와 분명한 상대적으로 입장표명으로 토론에 강한 후보라는 이미지를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

하지만 비슷한 평가를 받은 앞선 토론이 큰 폭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번에 토론에서도 얼마큼 효과를 얻어낼 수 있는지 미지수다. 같은 당 김성태 의원도 이날 ‘뉴스광장’에서 “역시 스탠딩 토론에 훈련이 된 유승민 후보가 유승민의 재발견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차분하고 일관되게 토론을 주도했다. 그 내용은 정확한 데이터에 기반한 논리를 제시했다. 본인의 답변은 명쾌했다. 상대에게는 송곳같은 그런 질문을 날렸다. 군계일학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다만 토론 잘하는 순서가 지지율의 역순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하고 안타깝다”고 꼬집기도 했다.

심상정 후보도 토론에 강한 후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 안철수, 홍준표, 유승민 후보 사이에서 ‘대북송금’ 공방이 이어지자 “대북송금이 몇 년 지난 얘기인가. 선거 때마다 우려먹나. 미래를 얘기해야 하지 않느냐”며 어지러운 토론상황을 정리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다만 문 후보에 집중된 토론 전략이 심 후보에게 득이었는지는 의문이다. 심 후보와 문 후보가 지지층이 성향의 동질성 때문에 문 후보와 안 후보의 경쟁이 치열할수록 심 후보에 대한 사표심리도 커질 수 있다. 결국 문 후보에 대한 공략이 도리어 심 후보 득표율 상승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해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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