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점수, 임동승 풍경의 두 면(사진= 신현지 기자)

[뉴스포스트=신현지 기자] 조각과 그림이 만났다. 인왕산이 마주 보이는 북촌의 누크 갤러리다. 갤러리에 들어서자 두 작품의 조화에 형성되는 이미지가 예사롭지 않다. 호수 가득 안개를 품은 듯한 그림과 나송나무로 역동적 이미지를 담은 입체 조각품이 어우러져 몽환적이다.

 

나점수, 조각은 자연의 식물적 사유에서 찾는다.

나점수의 조각은 ‘식물적 사유’에서 찾는다. 나뭇잎 형상을 품은 추상적인 나무 조각은 시적인 감흥을 불러오고, 생명의 긴장감을 가져온다. 또 나무를 파내어 만든 좁은 공간은 관객의 마음을 끌어들인다. 여기에 관객은 파여진 홈에 한참을 머문다. 오래된 친구의 편지를, 혹은 마른 꽃을 꽂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렇게 나점수의 작품은 관객을 작품에 개입하게 하면서 끝없는 사유로 이끈다.

나점수 식물적 사유 드로잉:24x42x2.8cm(좌)조각:26.5x18xcm(우) (사진=신현지 기자)

특히 작품의 일부분에 작은 모터를 달아 정적이던 조각에 움직임을 더한 나점수의 작품은 역동적인 힘이 느껴진다. 천천히 움직이는 식물의 이미지는 보는 이의 시지각을 조용히 자극하며 생명의 신비감을 더해준다. 땅을 디디고 서있는 수직적 구조는 생명의 방향성을 강조하며 조형적 언어를 드러낸다.

 

임동승, 자연의 현상을 추상적인 이미지로 형상화 한다

 

이와 반면 이미지를 무심하게 재구성하여 안개 속을 헤매는 느낌의 임동승의 그림은 지극히 정적이다. 마치 동양화의 여백을 보는듯한 넉넉한 여유가 느껴진다. 작가는 경험이나 기억에 의해 대상의 의미가 부여되는 현상에 관심을 갖는다. 따라서 회색 빛 그림 속에 현대인의 덧없음을 내보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림에서 반복되는 붓질은 많은 시간 쌓아 올린 작가의 노고를 말해주는 듯 하고, 또 모니터에서 확대된 이미지의 픽셀과 닮아 있기에 순간 사라지는 이미지의 조각들을 그림 위에 축적시켜 풍경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임동승-아차산에서 AtAchasan-oil on linen-162x112cm-2015(사진= 신현지 기자)

두 작품의 조화를 이번 전시회의 콘셉트로 잡은 누크갤러리 조정란 대표는 <뉴스포스트>에 두 작품 조화를 이렇게 설명한다.

“두 작가님이 자연에서 이미지를 찾아 추상적인 이미지로 형상화 한다는 것에서 서로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이번 전시회를 구상했어요.

그러니까 나점수 작가님의 작품은 식물적 사유인데 이것을 추상적인 이지지로 표현한 것이 마치 우리민족의 백의민족, 서민들의 무명한복의 정서로 느껴진다는 것이지요. 여기에 가장 일방적인 나왕과 미송을 나무를 쓴다는 것도 서민성과 일맥상통이고요. 또 나 작가님은 파내는 작업을 통해 관객들이 관여하게 하는 그런 여지를 주는 것이 재미있어요.

수직적인 이미지를 주로 사용하는데 이는 자연의 생명력을 나타내는 것으로 숲속의 풀. 식물에서 이미지를 얻는다고 하고요. 임동승 작가님은 수채화로 표현하는데 하나하나 붓 터치가 영상을 확대하면 픽셀들이 보이는 것처럼 그런 픽셀들을 남겨서 풍경을 그려내는 것이 특징이에요. 나 작가님의 입체적인 작품과 대조를 이루면서 어찌 보면 몽환적으로 부드러운 이미지를 만들어내요.”

누크갤러리 조정란 대표 (사진=신현지 기자)

이층 전시실에도 나점수 작가의 조각 설치와 드로잉, 임동승 작가의 회화다. 특히 이층 전시실에는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 같은 조용한 움직임이 느껴진다. 나점수 작가의 설치 조각품이다. 과거와 현대의 만남을 이미지로 형상화 한 설치 입체조각. 작품에 동력을 이용해 움직임을 나타냈다. 작은 석탄 덩어리 아래로 나무부스러기. 그리고 그 위로 희미하게 쌓인 먼지조각들.

‘풍경의 두 면’ 은 이달 30일까지 전시다. 두 작가의 작품은 보통 300만원에서 시작한다고 누크갤러리의 조정란 대표의 귀띔이다. 이번 기회에 미술애호가들은 북촌의 봄나들이 겸 미술작품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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