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참패 보다 단일화 승부 선택…흔들리는 하부조직·대선 후 활로 개척 포석

지난달 28일 잠실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바른정당 ‘대통령 후보자 선출대회’에서 바른정당 지도부 등 핵심의원들이 대선 후보로 선출된 유승민 의원을 축하해주고 있다. (사진=최병춘 기자 자료사진)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바른정당이 대선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후보가 거부하는 단일화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후보와 당이 각을 세우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데다 현실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논란도 거세게 일고 있다. 당에서는 '좌파 패권세력'을 이기기 위한 승부수라고 강조하고 있다. 동시에 저조한 지지율의 후보로 대선을 완주할 경우 참패에 뒤따를 후폭풍에 대한 위기감이 부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내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명분은 ‘반문’ 실리는?

 

바른정당은 지난 24일 오후 7시 20분부터 이날 12시 20분까지 장장 5시간에 걸쳐 진행된 의원총회에서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을 포함한 3자 원샷 단일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좌파 패권세력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서 3자 단일화를 포함한 모든 대책을 적극 강구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이번 주총은 바른정당 총 33명의 의원 중 절반인 16명이 소집을 요구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사실상 당 차원에서 유 후보에게 단일화를 공식적으로 요구하는 자리인 셈이였다. 더 나아가 당 차원에서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에게 단일화를 제안하는 형식도 갖추게됐다.

단일화의 명분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로 읽히는 ‘좌파 패권세력’의 집권 저지다.

하지만 그동안 유 후보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는 사드(고고도방어미사일무기) 배치 입장 번복과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 계승 문제 등 안보관을 이유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는 친박청산은 물론 ‘성폭력 모의’ 논란 등을 문제삼으며 단일화를 일축해왔다. 이에 ‘반문연대’가 당 후보의 입장과 ‘진짜 보수’라는 당 창당 정신을 뒤집고 단일화를 추지할만한 명분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단일화 현실성도 문제다. 당에서는 3자 단일화만이 문 후보를 이길 수 있는 해법이고 후보 단일화에서 유 후보의 경쟁력이 충분히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정병국 바른정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새아침’에 출연해 “2자 단일화는 전제하고 있지 않다”며 “이길 수 있는 실효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3자 단일화가 전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 위원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는 “여론조사에 의하면 보수 후보 단일화를 하게 되면 누구를 하는 게 좋냐 하면 유승민 후보가 나온다”며 “이런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카드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두 당도 아닌 3당이 단일화를 논의해 결론짓기에 사정도 다를 뿐 아니라 시간도 부족한 상황이다.

게다가 바른정당 단일화 제안에 자유한국당은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주요 포인트가 될 국민의당은 거부 입장을 분명히 내걸고 있어 단일화 가능성은 더욱 낮게 평가되고 있다.

그럼에도 당에서 단일화 목소리를 내는 데는 현재 낮은 지지율이 끝까지 이어져 초라한 성적으로 대선을 마칠 경우 이후 당과 의원 모두 존립 근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이번 대선이 아니라 막상 내년 실시될 지방선거가 더 큰 걱정이다. 또 자칫 낮은 지지율로 지방선거 치룰 인력을 갖출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 지방선거에 가장 민감한 하부조직이 동요하면서 의원들의 정치기반이 위협받고 있다. 이에 의원들도 지역의 하부조직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는 지난 17일 인천상륙작전기념관서 대선 출정식을 가졌다.(사진=바른정당 제공)

대선이 문제가 아니다? ‘단일화’ 출구전략

 

특히 지난 12일 치뤄진 재보궐선거에서 한 30곳 중 단 2곳의 기초의원만 당선되는 암울한 상황도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실제로 각 지역에서는 이미 바른정당을 탈당해고 자유한국당이나 국민의당으로 이동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장제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를 시작한 지 10년. 동고동락해 왔던 그리고 기쁨과 시련을 함께 해 왔던 저희 지역의 단체장님과 시의원 구의원님들이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갑니다”라며 “저와 생사고락을 함께 해 온 분들이지만 함께 하자고 말할 염치가 없습니다”라며 이 같은 분위기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 같은 상황에서 3자 단일화 승리 전략은 당 위기의 탈출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이날 김성태 의원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완주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유승민 후보에 대해 “당론을 번복하고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솔한 처사”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지리멸렬한 지지율로 대선에서 패배하면 당의 존립과 후보 자신이 져야 할 엄청난 책임의 결과를 본인도 감당 못할 것”이라며 “단일화는 하나의 출구전략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당은 단일 후보로 대선을 한자리 수 지지율로 마치는 것보다 낮은 가능성이지만 단일화를 통한 승리 쪽으로 선택해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당 후보 흔들기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꺼내든 단일화 제안이 기대했던 결과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당에 미칠 정치적 타격은 크다. 현실적으로 유 후보가 보수 단일화 후보로 나서지 못할 경우 당의 존재감이 약화되는 것은 큰 차이 없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만약 단일화 성사에도 패배했을 때 당의 존립 명분은 더욱 약화될 수 밖에 없다.

이에 일각에서는 당 내부에서의 단일화 제안은 대선 이후 정계개편을 고려해 활로를 개척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대선이 참패로 마무리될 경우 후보 책임론을 제기해 당 소속 의원들의 활로를 열어둘 수 있다. 또 대선 이후 합당 또는 창당 등 다양한 정당 구조 개편 시나리오에 대응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이미 단일화 제안으로 대선후보로서 입지가 약화된 유 후보의 경우 정치적으로 단일화 후폭풍의 최대 피해자가될 공산이 크다. 이에 자칫 당 의원들의 ‘제살길 찾기 식’ 단일화 제안이라는 비판의 여지도 있다.

한편, 바른정당은 단일화 추진과 관련해 전략적으로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주 원내대표가 밝힌 의총 논의 결과를 보면 “유승민 후보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를 전제로 “3자 단일화를 포함한 모든 대책을 적극 강구하기로 한다”고 명시했다. 유 후보 체제를 유지하되 단일화 끈은 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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