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경배 국장] 대한민국의 영토면적은 99,720(㎢)으로 전 세계 국가중 109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좁은 땅덩어리에 인구는 5천만을 훌쩍 넘어 전 세계 국가중 27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북한을 합치면 7천 6백여만명으로 20위에 위치하게 된다.

지난달 15일(현지 시간) 매년 ‘가장 살기 좋은 나라’ 순위를 발표하는 미 주간지 ‘US 뉴스 & 월드 리포트’가 ‘가장 살기 좋은 나라’의 하위 항목인 ‘국력(Power)’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는 무려 11위에 자리한다. 군사력과 경제적 영향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결과이다.
 
이러한 점들을 놓고 보면 비록 우리나라가 초강대국은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 중견국이라 평가를 받을 만하다. 실제로 우리나라 육군 군사력만 놓고 본다면 세계 4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해군력과 공군력도 매년 10위권 안에 들어온다. 어디에 가더라도 큰소리는 못치지만 기죽지 않고 다닐수 있는 정도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 지정학적 위치가 참 불편하기만 하다. 초강대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에 둘러싸인 꼴이다 보니 제대로된 대접을 받지 못한다. 더구나 남북한이 갈라져 있는 현실로 인해 더욱 더 주변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중국 전국시대 강력한 일곱 나라가 패권을 다투었는데 이들을 전국 7웅이라 했다. 제(齊), 초(楚), 연(燕), 진(秦), 한(韓), 위(魏), 조(趙) 나라가 그것이다. 전국시대에 이들 말고도 다른 국가들이 존재했는데 그중 하나가 등(藤)나라이다.

등나라는 주나라 왕실이 책봉한 나라로 당시 강국이었던 제(齊)나라와 초(楚)나라 사이에 끼어있던 약소국중 하나였다. 그러다 보니 등나라는 두 나라의 눈치를 보며 그 틈바구니에서 오랫동안 설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나라에 맹자가 찾아간다. 등나라 문공(文公)이 예전에 자신의 왕도정치에 관심을 보인 ‘유일한’ 제후였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어려운 나라 사정에 시름하던 등문공은 맹자에게 해결책을 묻었다.

“등나라는 작은 나라로, 제나라와 초나라 사이에 끼여 있으니, 제나라를 섬겨야합니까? 초나라를 섬겨야 합니까?”

이 같은 질문에 맹자는
“이 계책은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바가 아닙니다. 그러나 기어이 말하라고 하신다면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성 밑에 연못을 깊게 파고 성을 높이 쌓은 후 백성과 더불어 지키되 백성들이 죽을 때까지 떠나지 않고 지킨다면 굳게 지키십시요.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빨리 이 곳을 떠나야 합니다.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하십시오.”
라고 답했다 한다.

군주에게 자신의 나라를 버리고 도망가라니. 이 말은 결국 도망갈수 없다면 백성의 마음을 얻고 그들과 함께 당당하게 강대국과 맞서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19대 대선이 불과 12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주한미군이 전격적으로 사드장비들을 성주골프장에 들여보내 그 의도와 배경이 분분하다. 한쪽에서는 이를 환영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국회와 국민의 동의가 없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맹자는 앞의 답에서 ‘백성과 더불어 지키되’라고 분명한 답을 내놓았다. 즉, 백성의 마음을 얻어야 그들이 죽을 때까지 떠나지 않고 지킬 것이라는 뜻이다. 우리 정부는 과연 사드배치에 대해 국민의 마음을 얻었을까?

분명 일부의 마음은 얻었을지 모르지만 그럼으로 인해 국론은 분열되고 자중자란의 형국을 보이고 있다. 등나라와 같이 초강대국 사이에 끼어 그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면 그 해답은 바로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弱小藤國(약소등국) 間於齊楚(간어제초)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에 딱 맞는 표현이다. 역사는 되풀이된다. 되풀이되는 역사를 반면교사로 삼지 못하고 실정을 거듭한다면 국가의 미래는 없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