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당선이 확정되자 광화문을 찾아 시민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개혁·통합 딜레마, 높았던 ‘반문’벽 허물기부터

야권 협치 주력, '분열' 꼬리표 떼고 통합 메시지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화두는 크게 개혁과 국민통합 두 가지다. 개혁을 위해 요소별 갈등과 반발이 있기 마련이다. 이를 설득하고 품어 함께 추진하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어려운 과제다. 문 대통령은 출범 초기부터 반발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어왔던 참여정부를 체험한 당사자다. 정치는 물론 검찰과 재벌 등 각 분야에 대한 ‘적패청산’을 약속하며 참여정부시절 보다 더 개혁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만큼 새 정부에 공세를 취할 요인도 다분하다. 이 외에도 약 10여년 만에 이뤄진 정권교체로 인한 변화에 대한 정치적, 사회적 거부반응도 예상가능하다. 따라서 산적한 개혁현안의 실현을 위해서 통합은 이뤄야할 과제인 셈이다. 정권교체와 사회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긴급하게 투입된 문 대통령의 성패는 결국 ‘반(反) 문재인’을 어떻게 끌어안느냐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쉽지 않은 길 ‘국민통합’

 

문 대통령의 취임 첫 일성도 ‘국민통합’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약속했다.

또 정치에서는 종언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끝나야 한다”며 “야당은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다”며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끝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의 ‘국민통합’을 위한 노력은 이는 분열과 갈등의 봉합이라는 사회적 요구 뿐 만 아니라 집권하자마자 여소야대의 국회 환경에 놓인 문 대통령이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한 현실적인 움직임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국정운영 동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야당의 협치와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 내야한다. 여당이 된 민주당의 의석 수는 120석에 불과하다.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법안 통과가 가능한 의결정족수인 150석에 못 미친다. 이에 국민의당(40석), 정의당(6석)은 물론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에 협조를 요청할 수밖에 없다. 당장 새 정부의 내각 구성을 위해 거쳐야할 인사청문회에서도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같은 통합과 협치를 위해서 문 대통령 당선을 극렬히 반대해왔던 정치권의 ‘친문패권’과 일부 국민의 ‘반문정서’는 극복해야할 대상이다.

문 대통령에게 분열과 갈등은 정치 이력 내내 따라다녔다. 정치권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그면서 ‘친노·비노’ 당내 갈등 한 축에 서게 됐고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당 개혁 추진 과정에서 공천권을 둘러싸고 갈등이 폭발, 결국 안철수 전 의원을 중심으로 박지원·김한길·주승용 등 20명에 이르는 의원이 당을 떠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용어가 ‘친문패권’이었다. 같은 당 내에서 촉발된 ‘친문패권’은 분당 이후 대선까지 문 대통령을 향한 무기로 활용됐다. 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유력한 대선 주자로 부상하면서 ‘친문패권’의 프레임은 ‘좌파정권’ 탄생 저지에 나선 보수진영과 이른바 ‘제3지대론’을 설파한 중도진영이 합세하면서 반문대결 구도가 그려졌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 내내 공격 대상이었다. ‘친문패권’을 명분으로 창당한 국민의당은 박지원 대표를 중심으로 공세를 이어갔다. 자유한국당은 문 후보의 안보관에 집중공세를 퍼부으며 ‘친북좌파’ 프레임을 더욱 공고히 하는 전략을 펼치며 격렬하게 대립각을 세웠다.

국민들 사이에서도 ‘문재인은 안된다’는 이른바 반문정서가 흘렀다. 특히 과거 당내 갈등과 국민의당 창당 과정에서 불거진 호남지역의 반문정서는 문 대통령 최대의 정치적 위기로 꼽히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프레임에 실체가 없는 '호남홀대론'까지 가세하면서 호남에서 ‘반문정서’가 고착됐다. 결국 문 대통령이 직접 선두에 나섰던 지난해 4·13 총선에서 충격적인 패배로 이어지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여기에 보수와 진보진영 대립 속에서 ‘친북좌파’ 프레임으로 인한 보수성향 국민들의 반발심리가 더해지면서 반문정서도 확산성을 보였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박근혜 지지자와 강성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문 대통령의 극렬한 반대세력으로 집결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지난 10일 자유한국당 당사를 찾아 적극적인 국정운영 협조를 당부했다.(사진=국회사진단/뉴시스 제공)

탕평인사·소통으로 ‘반문정서’ 넘는다

 

문 대통령의 통합 추진 의지는 정치권 안팎으로 줄곧 이어져왔다. 당 내부로는 문 대통령은 경선 과정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의원, 최성 고양시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대선을 마무리 지으며 화합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경선 이후 갈등 양상을 보이던 박영선 의원도 화해하며 선대위원장으로 이번 선거를 마치며 당 결속력을 다졌다. 외부 정치세력에도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당선 이후 첫 행보도 ‘협치’에 방점을 찍었다. 문 대통령은 임기 첫날 대통령 신분으로 가장 먼저 야당을 일일이 찾아 국정운영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다. 야당에 ‘대탕평 인사’를 약속하고 야당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표와 수시로 만나는 등 소통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첫날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게 “국정동반자의 자세로 임하겠다”며 “남북관계, 안보, 한미동맹 등에 대해서도 자유한국당이 도와주시면 잘 풀어나갈 수 있다 생각한다. 중요한 정보를 공유해서 함께 지혜롭게 하자”고 요청했다. 대선 과정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국민의당을 찾아서는 “뿌리가 같은 정당”임을 강조하며 ‘동지적 자세’로서의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정치권의 분열 해소의 첫 단추는 새 정부 인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칫 청와대와 내각 인선이 선거과정의 논공행상으로 흐를 경우 통합보다는 분열의 논리가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문 대통령은 ‘대탕평 인사’를 대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합리적인 진보부터 개혁적인 보수까지 다 함께할 것”이라며 “당 안팎을 가리지 않고 좋은 분을 언제든지 모시겠다. 필요하다면 국민으로부터도 널리 추천도 받겠다”며 탕평인사 방침을 정치권에 거듭 강조해왔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도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다.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서 일을 맡기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직후 이낙연 국무총리, 임종석 비서실장 내정 등 주요인사를 시작했다. 새 정부 인사에 대한 평가가 문 대통령 통합 실현의 첫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압도적 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여전히 문 대통령을 마뜩치 않게 생각하는 국민들의 마음도 끌어안아야한다. 문 대통령 측은 반문정서도 대선 이후 새 정부가 자리를 잡으면서 서서히 누그러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과 안보관, 이념적 차이로 반대를 표명하고 있는 보수층의 반발을 끌어안기는 당장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문 대통령은 소통과 정치개혁을 통한 장기적으로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출간한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설령 박사모, 어버이연합 이런 분들도 거의 편 가르기를 하는 정치에 자신도 모르게 동원된 것”이라며 “편 가르기 정치가 없어지면 극단적 대결도 해소될 수 있다”며 자신의 생각을 밝힌바 있다.

그나마 호남지역의 반문정서는 문 대통령이 안철수 후보를 크게 앞선 투표 결과를 통해 크게 완화된 모습을 보였다. 이번 대선에서 호남 패권을 다툰 국민의당이 ‘호남홀대론’을 앞세운 반문정서 공세 전략을 폈다. 이에 당 차원에서 ‘호남홀대론’에 대한 해명에 적극 나서는 한편 문재인 대통령이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만 3차례 광주·전남을 방문하는 등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호남민심 끌어안기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높은 득표율이 곧 호남의 반문 정서가 돌아선 것이라고 단정하기 이르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한 것이라기보다는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지지로 이어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안철수 후보에 대한 실망감과 홍준표 후보를 중심으로 한 보수층의 집결에 따른 위기의식 등이 더해진 결과라는 해석이다.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은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번에 안철수 후보가 받은 30% 정도의 표 중에 반문정서가 분명히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안철수 후보에 대한 동정론, 거기서 나온 표도 물론 있고 그런데 이제 반문정서가 아직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 서서히 누그러질 것”이라며 “새 정부가 하는 것을 보면 반문정서는 서서히 사라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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