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한 안철수, 국민의당 지도부도 총사퇴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사진=뉴스포스트DB)

[뉴스포스트=설석용 기자]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을 떠나 국민의당을 창당한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가 정치인생 최대 위기에 놓였다. 안 전 대표가 19대 대선에서 3위의 저조한 성적을 받아 국민의당 내부 분위기도 어수선한 상태다.

안 전 대표 역시 두 번째 대권 도전이다. 지난 18대 대선에 출마해 문 대통령에게 후보자리를 양보하기는 했으나 당시 정치신인이 대권에 도전하며 포부를 밝힌 바, 이번 도전은 사실상 재수나 마찬가지였다.

호남 석패를 자랑하던 국민의당은 대선에서 선택받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안 전 대표보다 두 배 이상 높은 호남 득표율을 보이며 대세론을 굳혔지만 호남정당을 주장하던 국민의당은 참패의 쓴맛을 봐야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들이 총사퇴하며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일단 재충전 의사를 밝힌 안 전 대표와 국민의당이 재기할 수 있을지 따져봤다.

국민의당 박지원(좌) 전 대표,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사진=뉴스포스트DB)

安의 실패, 국민의당도 휘청...재기 가능성은?

안 전 대표는 5·9 대선 직전 뚜벅이 유세를 펼치며 막판 표심잡기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따라잡기에도 역부족이었다. 대선정국 중반부에 들어서면서 문 대통령과의 양강구도를 보이며 안 전 대표의 회심의 일격이 기대되는 분위기가 연출됐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무리한 보수층 공략으로 인해, TV토론 이후 급격히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으로 나오고 있다. 반대로 보수진영의 홍 후보로 향하는 보수지지층의 결집효과가 이어져 재도전을 노려볼 수 있는 2위 자리마저 내어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불어서 역풍을 맞은 건 국민의당 내부 지도부층이다. 박 전 대표는 대선 패배를 인정하며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정치9단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박 전 대표는 사실상 국민의당을 이끄는 수장이었다. 따라서 그의 일선후퇴와 지도부의 총사퇴는 불투명해진 국민의당의 앞날을 대변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관측되기도 한다.

특히, 안 전 대표가 호남에서 문 대통령과 두 배 이상의 격차로 표심을 잃은 사실은 호남정당으로 불린 국민의당의 존립 문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광주에서 문 대통령이 61.1%를, 안 전 대표가 30.1%를 얻었고, 전남과 전북에서 각각 문 대통령은 59.9%와 64.8%를 안 전 대표는 30.7%와 23.8%를 득표했다.

20대 총선, 광주에서 8석 전석을 얻었던 국민의당은 대선 이후 호남정당이라는 주장을 강요할 수 없는 형편이 된 셈이다.

무엇보다 안 전 대표는 새정연을 탈당하면서 문 대통령과는 정치적 결별을 선언했고, 이번 대선정국에서 절대 연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끝까지 고수했다. '강철수' 이미지를 확고히 굳힌 게 정치적 자산이 되고 있는 안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에서도 내각에 참여하는 등의 활동은 할 수 없는 입장이다.

게다가 대선에 전력을 투구하기 위해 의원직까지 내려놓아, 현재는 평당원에 불과한 신분이다. 물론 창당주이고 대선후보로서 대표자임은 분명하나 내각 구성에 실패했고 원내를 떠났기 때문에 힘 있는 정치행보를 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안 전 대표는 지난 10일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당분간 재충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저는 패배했지만 좌절하지 않겠다. 패배의 경험을 한국의 변화와 미래를 위한 자산으로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며 "(앞으로도) 제 모든 역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향후 정계활동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모든 사람이 대한민국 변화와 미래를 위해 지금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때"라고 밝히며 일단 은퇴의 뜻은 드러내지 않았다.

한편, 같은 당 이상돈 의원은 "(안철수) 후보 본인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 많이 드러났다"며 "당과 조직의 역량도 집권하는데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당과 조직의 역량도 부족하고 이것이 단기간 내 보강될 가능성도 그렇게 쉽지 않다고 본다. (차기 집권도) 굉장히 어렵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안 전 대표에 대해 "당분간 큰 역할이 있을 것 같지 않다"며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지도부를 향해서도 "영남과 보수도 몰랐고 호남 민심도 잘 몰랐다고 본다. 그래서 여론조사는 20% 졌지만 '우리가 이긴다' 이런 우스운 발언이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당 의원들의 공통적인 문제가 영남 유권자들, 보수 너무 모른다"며 "한국의 보수를 그렇게 만만하게 보는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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