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첫 단추’ 10조 추경, 여소야대 국면 속 진통 예고
재벌개혁 선포에 “찍히면 안 된다” 재계 긴장감 고조

[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지난 10일 오전 8시 9분부터 시작됐다. 이제 관심은 최대 현안인 새 정부의 ‘경제 살리기’ 정책에 쏠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전체 공약 중 가장 높은 가중치를 둔 것은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다. 실제로 지난 10일 첫 업무 지시로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구성 준비를 요청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후보시절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가 ‘적폐청산’이란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사태를 야기한 정경유착 유착 해소, 재벌의 경영권 승계 및 지배구조 개선 문제 등이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재계를 비롯한 산업계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DB)

‘일자리 대통령’ 시험대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주춤했던 ‘경제 살리기’ 정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은 문 대통령의 주요 공약으로서 임기 중 핵심사업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은 경찰과 소방관, 사회복지전담 공무원, 부사관 등 선진국 대비 상대적으로 부족한 공무원 일자리 17만4000개를 늘리겠다는 내용이다. 보육, 의료, 요양, 복지 등 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사회복지 확대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겠다는 것.

이미 지난 10일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설치됐다. 문 대통령은 1호 업무 지시로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한 것은 선거 기간 내내 ‘일자리 대통령’을 표방해온 의지의 실현이다.

일자리위원회의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며, 부위원장은 총리가 맡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부위원장 밑으로 민간위원 10명과 정부위원 10명이 참여한다. 일자리위원회 산하의 국가일자리대책본부는 차관급 본부장이 임명된다.

일자리위원회는 ‘100일 플랜’을 가동해 ▲정부 일자리 정책에 대한 상시적인 점검과 평가 ▲일자리 정책 기획·발굴 ▲부처 간 일자리 관련 정책 조정 ▲일자리에 관한 국민의견 수렴 등 문제를 직접 챙기게 된다.

10조 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도 추진된다. 이르면 올 하반기 소방관·경찰 등 공무원 1만 2000명 추가 채용에 추경이 사용될 전망이다.

하지만 장애물도 만만지 않다. 우선 추경 편성이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지에 대한 이견이 있다.

추경이란 예산이 성립된 이후에 부득이한 이유로 이미 정해 정해진 예산을 변경해야 하는 상황을 말한다. 그동안 추경은 경기가 악화되거나 대규모 재난이 발생했을 때 재정적인 돌파구 마련을 위해 편성됐다.

국가재정법에 추경 편성요건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발생, 경기침체·대량실업·남북관계의 변화·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앞서 태풍,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글로벌 금융위기, 일자리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편성된 바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의 일자리 추경이 편성요건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한다. 지금은 일자리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이라 추경의 긴박함이 줄었다는 이유다. 또한 추경 내용이 공공부문에만 치우쳐 있다 보니 민간의 일자리로 연결되는 장기적인 방안이 담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회통과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50% 이상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하지 못한 점은 추경안 국회통과의 불안 요소기도 하다.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회장이 2016년 11월 16일 서울시 영등포구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앞에서 ‘재벌해체, 전경련 해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선 모습. (사진=우승민 기자)

 

적폐와의 전쟁 선포

문 대통령은 ‘4대 재벌’, ‘10대 재벌’을 직접 언급하며 재벌개혁을 언급한 만큼 새 정부의 기업 정책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정경유착에 대한 반감이 증폭 상황이라 대업들의 긴장감이 더해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취임사에서 재벌개혁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앞서 지난달 기업 정책 공약을 발표하면서는 “재벌 중심 경제체제가 대한민국 미래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이제 재벌 대기업 중심 성장전략을 폐기할 때”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재벌 안팎의 감시 장치가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민주당 10대 공약집에는 기업 내부에서부터 불법경영승계, 황제경영 등을 차단해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겠다는 내용이 수록돼 있다.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 요건을 현행(상장사 20%·비상장사 40%)보다 강화하고 순환출자 해소를 추진하는 등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방안이 거론된다.

집중투표제·전자투표제·서면투표제를 도입 논의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아울러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견제하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도 언급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또 금산분리를 통한 재벌개혁 의지도 드러냈다. 대기업이 장악한 제 2금융권을 독립시키는 가운데, 통합금융감독시스템을 통해 금융계열사의 타 계열사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고, 계열사 간 자본출자를 자본적정성 규제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갑을관계’ 해소를 위한 장치 마련도 재벌개혁의 핵심이다.

문 대통령은 대기업의 갑질은 반칙과 기득권이 만든 경제 적폐로, 공정한 시장경쟁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대기업 횡포 근절을 위해 가칭 ‘을지로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위원회는 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탈취, 부당한 내부거래 등 전방위적인 대기업 감시활동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검찰, 경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과 더불어 신설되는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집중감시에 함께 참여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확대될 전망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기업이 불법행위를 통해 얻은 이익보다 더 큰 금액을 배상하게하는 제도다. 기업 부담을 늘려 ‘갑질’과 같은 불법행위를 사전에 예방하고, 피해기업의 실질적으로 구제한다는 취지다.

현행 하도급법, 제조물 책임법 등에는 최대 3배까지 배상책임을 부과하도록 돼 있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징벌적 손해배상을 3배 이상 강화해 재벌의 갑질을 근절하고 집단소송제도 등의 도입을 통해 재벌견제 장치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간 대기업에 대한 감시자 역할을 맡아왔던 공정위의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속고발권의 폐지도 눈에 띈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 관련 사건에 대해 공정위가 고발권을 독점하는 제도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누구든지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고발할 수 있다. 위법 행위에 대한 감시자가 더욱 늘어나는 셈이다.

독점권 폐지로 공정위는 권한이 사라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역할이 확대된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방침이었다.

공약집에 따르면 불공정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 권한과 조사활동 방해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다. 공정위의 활동범위를 더 넓히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과징금 상향 조정 등을 통한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지면 공정위의 힘도 강화되는 셈이다.

대기업 감시강화가 사회적 화두인 만큼 문 대통령의 뜻대로 대기업을 향한 공정위의 칼끝이 더욱 매서워 질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는 최근 신영선 부위원장을 통해 총수일가 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과 관련해 상장사 지분율 요건을 기존 30%에서 20%로 하향조정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고 언급했고, 지난달에는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주장했다.

하지만 외형적인 지표에 따른 규제보다는 지배구조 개선과 과감한 구조조정에 주력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기업 때리기를 통해 일시적인 인기를 얻을 수는 있지만, 경제구조를 바꾸고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것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 18대 대선 후보시절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을 찾아 거주민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사진=뉴스포스트DB)

‘주거복지’ 중점

문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기조는 대규모 재개발을 통한 활성화 대신 소규모 도시재생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공공임대주택의 활성화를 통해 주거취약층 지원 확대도 뚜렷해질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연간 10조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매년 100개 동네씩 임기 내 500개의 구도심과 노후주거지를 살려내고 뉴타운 등 재개발사업이 중단된 저층 노후주거지를 개발한다는 목표다.

도시재생은 기존 정비사업과 달리 뉴타운·재개발 사업이 중단된 저층 노후 주거지를 살만한 주거지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매년 39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지만 기존 SOC 확충을 통한 경기진작책과는 다른 양상이다.

주거취약층 지원을 강조한 공공임대주택 정책도 눈에 띈다. 문 대통령은 앞서 공공임대 13만가구 공공지원 민간주택 4만가구 등 17만가구 공적임대주택을 매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국토부의 핵심사업인 행복주택과 뉴스테이 정책도 유지되거나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은 행복주택과 뉴스테이의 지속을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공약을 정책으로 실현할 경우 매년 수조원의 예산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재원조달 방안이 함께 강구돼야 한다.

가계 부채 확대를 막기 위한 대출 규제는 더욱 강화된다. 문 대통령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 Loan To Value ratio, 부동산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고자 할 때 건물가치 대비 최대 대출가능 한도)과 총부채상환비율(DTI : Debt To Income, 연간 총소득에서 부채의 연간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함) 강화를 약속한 바 있다.

앞서 박근혜정부에서 부동산거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LTV는 50%에서 70%로, DTI는 50%에서 60%로 완화됐다. 새 정부의 기조가 대출 규제 강화라면 이 완화책은 올 7월말 종료를 앞두고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민주당이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정책과제로 지목하면서 새 정부에선 두 정책이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월세 상한제가 추가 대책 없이 시행될 경우 민간임대주택 공급을 축소해 임대료를 상승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문 대통령은 아직까지 재건축 시장의 관심사인 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정치권에선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결국 추진될 것이란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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