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성사이다·레쓰비 등 가격 최대 200원 올라
국정공백 시기·혼란한 시국 틈타 가격 인상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지난 몇 달간 대통령 탄핵 등 국정공백과 그에 따른 정국 혼란이 이어진 가운데 주요 식품업체들이 기습적인 가격인상을 단행해 세간의 눈총을 사고 있다. 특히 롯데칠성음료는 대선 하루 전인 지난 9일 주요 제품 가격을 올리면서도 이렇다 할 근거를 제시하지 않아 논란을 자초했다. 업계에서는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 통제가 느슨한 점을 고려한 가격인상이 아니었겠냐는 분석과 함께 소비자 기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제품 '사이다', '펩시콜라' (사진=선초롱 기자)

1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대선 하루 전인 지난 9일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칠성사이다와 펩시, 레쓰비, 핫식스, 실론티, 솔의눈 등 제품 7종에 대한 편의점 판매가격을 평균 7.5% 인상했다. 최소 50원에서 최대 200원씩을 올린 셈이다.

품목별로는 칠성사이다 캔 250㎖ 제품은 1300원에서 1400원으로 355㎖ 캔은 1500원에서 1600원으로, 1.5ℓ 페트는 2900원에서 3100원으로 올랐고, 펩시콜라 1.5ℓ 페트는 2700원에서 2800원으로 인상됐다. 가격인상은 향후 대형마트 등 타 유통망에서도 협의를 거쳐 적용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롯데칠성의 제품 가격인상은 2015년 1월 인상 이후 약 2년 4개월 만이다. 증권가에서는 롯데칠성이 이번 가격인상을 통해 연매출이 510억원 이상 늘어나고 영업이익 또한 기존 대비 연 200억원 이상 증가하게 될 것으로 전망 중이다.

또한 음료업계에서는 국내 사이다시장에서 7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는 롯데칠성의 가격 인상이 타 업체의 가격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그에 따른 소비자 부담이 커질 것이라 보고 있다.

 

애매한 시기에 기습 가격인상

롯데칠성의 가격인상은 그 시기에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11월 롯데칠성의 경쟁사인 코카콜라가 전격적인 제품 가격인상을 단행하자 업계에서는 롯데칠성 또한 조만간 가격인상을 단행할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롯데칠성 측은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는데, 단 몇 달 사이 입장을 변경한 것이다. 더욱이 대선 하루 전 기습적으로 큰 폭의 가격인상을 단행했다는 점에서 ‘꼼수인상’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업계는 롯데칠성의 가격인상에 대해 새 정부가 출범할 경우 가격인상에 부담이 있어 이를 고려한 조치로 풀이하고 있다. 서민 장바구니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음료수 가격인상을 정치권에서 곱게 보지 않을 것이라 우려해 선거 직전 가격을 올렸다는 분석이다.

실제 과거에도 정권 말이 되면 먹거리 가격 인상이 잇따라 단행된 바 있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명박 정권 초였던 2009년과 2010년 식품가격 인상 건수는 각각 8건, 12건에 불과했다가 2011년 들어 32건으로 크게 증가했고 대선이 치러진 2012년에는 43건까지 늘어났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식품가격 인상 건수는 각각 28건, 31건, 22건, 29건으로 매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다 새로운 정권출현이 예고된 올해 들어 그 건수가 6개월도 지나지 않아 20건을 돌파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0일 농식품 수급 점검회의를 열고 채소류와 축산물, 가공식품의 수급관리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농식품부는 “업계 등과 민관소통 및 주요 품목에 대한 가격모니터링·분석 강화 등을 추진, 합리적인 가격을 유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런가하면 롯데칠성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오랜 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라며 기습·꼼수 가격인상 의혹에 대해선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원부자재 가격, 인건비 상승 등 외부 요인으로 가격 인상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시기와 관련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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