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문화커뮤니케이터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인권] 국정농단으로 촉발돼 이른바 장미대선으로 새로운 정권이 출범했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국민들의 정치의식이 강해지며 이제는 진정 국가다운 국가가 되기를 열망하는 가운데 새로운 정부가 탄생된 것이다. 

이제 새로운 지도자의 국정 운영스타일은 과거의 수직적인 패턴에서 수평적인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시대는 요구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개혁의 자세요 혁신의 정신이라 하겠다. 그런 가운데 새로 취임한 대통령의 파격적인 수평적 행보가 신선한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현학적인 리더십의 원론을 운위하지 않더라도 우리 역사에서 위대한 지도자로 평가받는 세종대왕의 적솔력(迪率力)이 있다. 곧 지도자의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이다. 

세종이 자주 썼던 어투가 ‘이위하여(以爲何如)’였다고 한다. 말하자면 국정을 다스릴 때 언제나 참모들의 의견을 구하고 경청하는 것이었다. 여기에다 국가정책을 수립할 때 백성들의 생각을 수없이 묻고 또 물었다는 것이다. 

어느 분야이든 어떤 정책을 수립하는가의 내용보다 그 정책을 수립해가는 방법이나 절차가 중요하다. 전래적으로 수직적인 우리의 사회문화체계 속에 기본적으로 수평적인 선진국의 제도를 그대로 도입하게 되면 그 효과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국민들이 삶의 현장에서 느끼는 생각이나 정서를 경청해야 하는 것이다. 다름 아닌 ‘소통’이다. 소통을 기반으로 세종의 리더십처럼 ‘임현사능(任賢使能)’ 곧 ‘어진 사람에게 맡기고 능한 사람을 부려야’ 한다.

이런 바탕에서 새로운 정부는 당장의 현안인 안보, 국방, 경제, 환경 등 산적한 국가적 이슈를 해결해야 할 상황이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국정농단의 주 무대가 된 문화예술의 국가행정을 바로잡는 혁파가 있어야 할 것이다.

전 근대사회에서나 있었을법한 블랙리스트로 상징되는 문화예술계의 관권 장악 행태를 정상 회복시켜야 한다. 바로 이렇게 문화예술에 대한 정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세계 2차 대전 후 선진국들은 정부가 지원은 하되 간섭을 하지 않는 ‘팔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을 국가 지원정책의 기본으로 삼았던 것이다. 

바로 이런 비정상의 혼란 속에서 그 과업을 수행했던 국가지원기관의 위세와 권위주의에 대한 일선 문화예술인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았을 터이다. 어떻게 보면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중에서 가장 상위 개념의 정신적 활동을 수행하는 문화예술을 몇 푼의 지원으로 농락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제 이러한 과거의 잘못된 체계가 환골탈태 되어야 한다.

공공 분야의 인재등용 시스템도 혁신이 필요하다. 국정농단이 국가 인사도 왜곡시켜 왔다는 것이 적나라하게 밝혀졌다. 그동안 문화예술계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공모제가 유명무실한 형국을 보여 왔다. 그럴 바에야 허울 좋은 공모제보다는 차라리 청빙제로 전환시키지 그러냐고 비아냥들이다. 

공모제도와 관련된 적폐로 그 용어 자체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다. 공정사회를 표방하는 새로운 정부는 신뢰를 얻지 못하는 이 용어부터 새로운 개념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한 마디로 공모를 제도화한 정부부터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예술은 크게 순수예술, 대중예술, 생활예술로 구분될 수 있다. 여기에서 말 그대로 대중들이 향유하는 대중예술은 자생력을 갖기가 유리하다. 한류의 중심에도 대중예술이 자리 잡고 있지 않은가? 

문제는 순수예술이다. 그래서 순수예술이나 아마추어들이 활동하는 생활예술 분야는 다양한 국책사업을 통해 공적지원이 확대되어 왔다. 그런데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순수예술은 계속 지원을 해야 될 영역도 있겠지만 마중물처럼 초창기 지원을 통해 자립성을 높여나가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냥 정부 지원으로만 순수예술을 지탱해 나가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순수예술을 육성시킬 수 있는 전문 매니지먼트기반을 확보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이러한 민간 매니지먼트를 기업화 단계까지 발전시켜 놓은 바탕 위에서 시대의 흐름에 맞춰 문화산업이나 창조산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정착시켰던 것이다. 이러한 예술선진국의 문화체계 발전사를 간과한 체 우리는 선진국의 문화 창조산업 모델을 그대로 정책으로 도입하여 시행하였던 것이다. 

대중예술의 매니지먼트체계는 그런대로 갖추어졌는데 선진국에 비해 순수예술의 매니지먼트 시스템은 매우 취약한 현실이다. 지금부터라도 순수예술의 민간 매니지먼트에 대해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서구의 문화산업 단계 전 문화사업은 산업화 시대에 임프레사리오라는 개인 기획자로부터 시작해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사실을 중시해야 한다. 

21세기에 들어 문화가 화두가 되고 창의력이 중심이 되는 시대가 도래 하고 나서 국가의 문화예술 지형도 변화를 거듭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우리는 그동안 격변하는 첨단시대에 순리를 거슬러 행동하는 과거퇴행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이제 새로운 정부는 역사의 수레바퀴가 미래를 향해 나아가도록 문화선진화의 기수가 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예산으로 사업 몇 개 더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의 행정도 문화적이어야 하는 정부의 운영방식(modus operandi)이다.   


이 인 권     

필자는 중앙일보 · 국민일보 · 문화일보 문화사업부장, 경기문화재단 수석전문위원 문예진흥실장,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를 역임(2003~2015)했다. 한국기록원으로부터 우수 모범 예술 거버넌스 지식경영을 통한 최다 보임 예술경영자로 대한민국 최초 공식기록을 인증 받은 예술경영가이며 칼럼니스트와 문화커뮤니케이터로서 최근 '성공과 행복한 삶을 위한 긍정의 힘 <긍정으로 성공하라>외 12권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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