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시장 과열 우려' 항공운송사업자 요건 강화...기존 사업자 "긍정" vs 신규 사업자 "불안"

[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항공운송사업자 요건 강화 방안이 저가항공사(LCC) 시장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인다. 취재 결과 밥그릇을 지키려는 기존 LCC 사업사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신규사업자의 입장은 미묘한 온도차를 보였다. 경쟁력이 없는 신규항공사의 시장 진입을 막아 과열경쟁을 차단하고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의견과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선택 폭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사진=박은미 기자)

항공사업자 요건, 어떻게 바뀌나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에 따르면 항공운송사업자 심사 기준이 강화된다. 이미 포화상태라는 지적이 있는 LCC 시장에 지자체 중심으로 추가 설립 움직임이 이어지자 국토부가 직접 나서 문턱 높이기에 나선 것이다.

우선 항공면허 발급 시 기준 자본금 규모를 대폭 끌어올리는 방안이 추진된다. 구체적으로 밝혀진 사안은 없으나 현재 자본금 기준인 150억원에서 두배 이상 상향하는 쪽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재무적으로 취약한 항공사에 대해서는 재무구조 개선 명령 및 사업면허 취소까지 강행한다.

완전자본잠식이 됐거나 50%이상 자본잠식이 3년 이상 지속되는 업체에 대해 재무구조 개선명령을 내리고, 이후에도 잠식률이 50%을 넘어 3년 이상 지속될 경우 안정 영향을 최종 평가해 사업면허를 취소할 방침이다. 

해당 자본잠식률 규제는 2017년 연간실적부터 적용된다. 결국 사업초기 대규모손실이 불가피한 항공업의 특성상 재무 규제의 초점은 신규 사업자에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한편 항공사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국토부에 항공운송사업자 관련 사업면허, 운항면허를 신청한 뒤 각각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국토부는 재무건전성 등을 평가해 사업면허를 발급하며, 운항면허의 경우 안전성을 평가한 뒤 발급해 준다.

 

(사진=뉴스포스트DB)

신규 LCC 설립 붐, 문제 없나?

LCC 여객수요가 꾸준히 호조세를 보이자 돈이 되는 시장에 업계의 관심이 모이기 시작했다. 특히 제주도 투자로 설립된 제주항공의 실적이 잘 나오다 보니 지자체들도 설립에 가세하는 분위기다.

현재 국내에는 티웨이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등 6개 LCC가 있다.

여기에 LCC 설립을 준비 중인 지자체는 모두 6곳이다. 내년 초까지 플라이양양(강원도), 케이에어(청주), 에어대구, 에어포항, 남부에어(김해), 프라임항공(울산) 등 6개의 LCC가 시장에 신규 진입을 앞두고 있다. 만약 이들이 운송면허를 받게 되면 국내에만 총 12개의 LCC가 운항하는 셈이다. 

문제는 국내 업체들의 공급 증가로 시장이 과열 양상을 빚을 가능성이 증폭됐다는 점이다.

저비용항공사들은 2008년 이후 국내선을 비롯해 일본과 동남아, 중국 등 단거리 노선에서 신규 수요를 신설하며 시장을 키워왔다. 하지만 흑자를 내는 기업은 진에어와 제주항공, 에어부산 등 세 곳에 불과하다.

티웨이항공은 2008년 한성항공 시절부터 이어진 자본잠식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스타항공은 2011년부터 자본잠식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공급량이 증가하면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가격할인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서비스 미흡과 안전 관리 문제 등으로 이어져 자칫 대형사고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정부가 최근 설립을 추진 중인 플라이양양이 신청한 운송면허신청을 반려한 것도 이러한 우려를 반영한 결과다.

즉 항공법령상 면허요건(국제항공운송사업) 중 항공기 3대 이상 확보, 자본금 150억원 이상 요건은 충족했으나 취항계획 등을 고려할 때 운영 초기 재무적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사진=뉴스포스트DB)

기존사업자 "취지 공감"

밥그릇을 지키려는 기존 LCC 업계의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이미 시장이 포화인 상황에서 항공사 숫자가 더 늘어나면 업체간 '파이쪼개기식' 출혈경쟁은 불보듯 뻔하다는 판단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LCC 항공사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항공운송사업자 요건 강화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정부가 판단할 사안이다"라면서도 "항공시장 전반의 과열경쟁을 차단하고 서비스를 강화하는데 도움은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진입하는 항공사들에 대한 초기자본금 기준 강화는 소비자 보호 방안의 일환이라고 판단했다. 초기자본금이 충분하지 못한 항공사가 경영적자로 파산할 경우 소비자들의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다.

이 관계자는 "신규 항공업체가 운항을 개시하면 보통 초기에는 적자를 경험하게 된다"며 "시장에 정착해 수입을 내기 위해서는 2~3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이 기간 동안을 버틸 초기 자본금이 충분하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고 말했다.

이어 "경험적으로 보면 2년간 400억 정도의 운영비가 소요된다"며 "그래서 정부가 기존 자본금 150억원에서 300억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1호 LCC인 한성항공이 2005년 출범한 출범후 3년 만에 운항손실로 파산한 것도 자본금이 너무 적었던 것이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다른  LCC 항공사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항공운송사업자 요건 강화는 기존 업체들의 점검 보다는 신규 진입 면허 조건 강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며 "기업이 질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재무건전성부터 갖추라는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규사업자 '난기류'

발등의 불은 신규사업자에게 떨어질 전망이다. 올해 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던 신규 LCC들은 "진입 제한은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제한할 수 도 있다"고 우려했다.

신규 LCC 항공사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신규 항공사에 기존보다 더 엄격한 잣대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차별적 정책이라는 생각도 든다"라며 "다만 아직 면허 발급 자본금 상향 금액과 적용 시기 등에 대해 확정된 바 없으니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면허 신청이 반려됐던 플라이양양의 경우 재무건전성 문제 등 지적받은 내용을 보완해 재신청을 준비 중이다. 양양공항을 모기지로 하는 플라이양양이 내년 평창동계올림픽 이전 취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플라이양양의 현재 납입자본금은 185억이며, 기타 투자 및 지자체의 재정 지원을 고려한다면 상향될 초기 자본금 마련을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반면 경남도는 남부에어 설립을 위해 신설한 LCC 추진 전담부서를 조직개편안에서 폐지키로 했다. 이는 정부의 심사 기준 강화를 우려한 사실상 LCC 설립 계획의 포기로 읽힐 수 있기 때문에 순항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경남도는 지난해 7월 LCC 설립을 추진할 전담부서인 'LCC 추진 TF'를 미래산업국 투자유치과에 신설했지만 지난 15일 발표한 조직개편안에서 이 부서를 폐지했다.

새로 설치하는 신공항건설지원단의 총괄기획담당에 업무를 이관한다는 건데, LCC 시장 상황이 나빠져 설립을 연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경남도는 올 8월 발표 예정이 'LCC 설립 타당성 분석' 결과에 따라 국토부와 항공운송면허에 대한 협의를 거쳐 본격적인 투자자 모집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국제운송면허 확보, 고객 유치전략 수립, 김해공항 활주로 확보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운송사업자 요근 강화가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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